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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리 Aug 12. 2022

"소방관 아저씨, 신발 좀 벗고 들어가세요"

당연해서 막 그렇게 아무렇게나 대하는 거예요? 당연한 건 맞고요?

지금은 안 하시지만 엄마가 한창 꽈배기 장사를 하실 때 있었던 일이다. 


음식 장사가 원래 그렇겠지만 꽈배기 가게에 손님이 좀 덜한 날에는 잔잔한 기름통 때문에 한적한 기분이 들었고, 손님이 몰리는 날에는 온 가게가 달콤한 꽈배기 냄새와 빗소리를 내는 기름통의 연주로 가득했다.     


엄마는 그날도 어김없이 노란 황금빛 색깔은 띄고 있는 기름에 꽈배기와 찹쌀도넛을 튀겨 팔고 계셨다. 점심에 손님이 잠깐 몰리긴 했지만 오후 3시쯤이면 애매한 시간이라 손님이 띄엄띄엄 와서 잠시 기름통이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였다.     


"어서 오세요."


이때 들어오신 손님은 매우 피곤해 보이는 소방관이셨다. 나이가 좀 있으신 소방관이셨는데 항상 바쁠 때 오시기보다는, 3시쯤에 오셔서 항상 꽈배기와 찹쌀도넛을 사 가시는 단골손님이시다. 

 

엄마는 꽈배기와 찹쌀도넛을 미리 튀겨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팔기보다는, 꽈배기와 찹쌀도넛은 무조건 바로 만들고 튀겨야 맛있다는 신념을 굳건히 지키시는 분이었다. 그래서 엄마는 소방관 손님에게 주문을 받자마자 재빨리 꽈배기와 찹쌀도넛을 만들어 잔잔했던 기름에 퐁당하고 넣었다. 우리 가게의 단골손님이시기에 엄마는 주문받은 것 말고도 추가로 꽈배기와 찹쌀도넛을 만들어 튀겼다.

      

꽈배기와 찹쌀도넛이 다 튀겨지기를 기다리는 동안 엄마는 그날따라 유난히 피곤해 보이는 소방관 아저씨에게 말을 걸었다.

“아이고, 피곤하시죠? 식사는 하셨어요?”     


소방관 아저씨는 허허하고 웃으시며 대답하셨다.     

“허허 아뇨 갑자기 나가야 할 때가 많아서 식사를 거의 제때 못하죠. 오늘도 갑자기 고양이가 인덕션에 올라가서 불이 나는 바람에...”     


엄마는 소방관 아저씨가 짠해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씀하셨다.     

“아니, 주인이 고양이 관리를 잘해야지... 괜히 식사도 제때 못하시네...”     


소방관 아저씨는 보살처럼 웃으시면서 다시 말씀하셨다.     

“허허 그런 일이 굉장히 많아요. 인덕션이 그게 잘 켜져 가지고. 그리고 오히려 그런 건 좀 덜 힘들어요. 사람이 힘들죠. 막 안에서 연기가 나고 불나는데 어떤 분들은 자기 집 바닥 더러워진다고 신발 벗고 들어가라는 분들도 계셔요.”  


엄마는 그 말을 듣고 경악하셨다.     

“어머어머 자기 집에 불난 거 꺼주러 가는 건데 무슨 말도 안 되는 말을 하는 사람들도 있네요 어머어머”      


나는 엄마가 나에게 해주는 소방관 아저씨의 얘기를 들으면서 소방관 아저씨가 가게에 오실 때마다 왜 다크서클이 짙게 턱밑까지 내려와 있는지 알 것 같았다. 그건 아마도 고양이가 불을 내서가 아니라 사명감을 가지고 불을 끄러 간 소방관에게 고마워하기는커녕 배려 없이 자기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사람들 때문일 것이라고.     

“삐삐 삐삐”     


꽈배기와 찹쌀도넛이 드디어 다 되었다는 타이머가 울렸다. 


엄마는 소방관 아저씨가 주문하신 꽈배기와 찹쌀도넛과 함께 덤으로 주기로 했던 꽈배기와 찹쌀도넛을 같이 포장해드렸다.     

“힘든 일 하시는 데 이거라도 제가 서비스 드릴게요.”     


소방관 아저씨는 추가로 드린 꽈배기와 찹쌀도넛을 받으시면서 인사를 거듭하셨다.     

“아휴, 감사합니다. 감사해요.”     


그 뒤로도 소방관 아저씨는 우리 가게 단골손님이기에 가게에 꾸준히 오셨고, 엄마는 소방관 아저씨가 조금이라도 위로를 얻길 바라는 마음에 얼마 안 되지만 꽈배기와 찹쌀도넛을 더 챙겨주시곤 하셨다.     


물론 엄마는 다른 단골손님들에게도 꽈배기와 찹쌀도넛을 챙겨주셨지만, 서비스를 받는 모든 사람이 다 그것을 고맙게 생각하는 건 아니었다. 소방관 아저씨처럼 너무 고마워하는 분들도 있었지만, 점점 노골적으로 서비스를 더 많이 요구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꼭 소방관 아저씨가 자신의 집의 불을 꺼주는 것에 대해 고마워하기보다는 신발을 벗고 들어가라는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하는 사람들처럼.

      


나는 과연 다른 사람에게 어떤 종류의 사람으로 비춰지고 있을까? 

당연하니깐 일말의 고마움조차도 못 느끼는 사람? 

아니면 당연하든 당연하지 않든 아무리 작은 것에도 진심으로 감사함을 느끼는 사람?

오늘도 전자보다는 후자에 더 가까웠던 사람이었길 바라며 아니었다면 내일은 후자에 더 가까운 사람이 되어있도록 노력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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