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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파 Jun 28. 2024

│사색│침묵은 가장 강력한 말이다

                                                                                     “가장 깊은 감정은 항상 침묵 속에 있다.” 

                                                                                                                       – 토마스 모어



     

정보 폭발과 기술 발전의 시대, 우리는 끊임없는 소음과 자극에 휩싸여 살아간다. 스마트폰, 인터넷, 소셜 미디어 등의 매체를 통해 우리는 쉴 새 없이 정보를 받아들이고 소통한다. 이러한 환경에서 침묵은 점차 사라져가는 것 같다. 하지만 하이데거에 따르면, 침묵은 단순히 말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호기심이나 잡담에서 벗어난 상태를 뜻한다. 현대사회에서 잡담은 빠르게 퍼지지만, 침묵은 종종 간과되곤 한다. 그러나 침묵에는 말 이상의 중요한 의미가 담겨 있다.

     

우선, 침묵은 깊은 이해와 공감의 표현이 될 수 있다. 때로는 말보다 침묵이 더 많은 감정과 생각을 전한다. 상대의 이야기를 듣고 곰곰이 생각할 때, 말보다 침묵이 더 큰 공감과 이해를 전달하기도 한다. 또한, 침묵은 상대가 자기 생각과 감정을 충분히 드러낼 수 있도록 해준다. 말이 없이도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해주는 것은 서로 간 신뢰를 쌓는 데 도움이 된다. 때로는 침묵이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주제에 관한 대화의 문을 열어주기도 한다.

     

또한, 침묵은 집중력 향상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말이 너무 많으면 주의가 분산되고 이해를 방해할 수 있다. 반면, 적절한 침묵은 집중력을 높이고 상대와의 연결고리를 강화한다. 마지막으로, 침묵은 자아 성찰과 내적 성장을 위한 필수 요소이기도 하다. 이처럼 침묵은 우리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일 기회를 제공한다.

      

침묵은 결코 약함이나 무능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강인함, 지혜, 성숙함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현대사회에서 침묵을 통해 자아를 정립하는 일은 스스로와의 깊은 연결, 타인과의 진정한 소통, 나아가 더 나은 삶을 위한 중요한 과정이 된다. 이를 실천하기 위한 다섯 가지 방법은 다음과 같다.

     

하루 중 침묵의 시간을 별도로 갖는다.

명상, 요가, 산책 등 침묵 속에서 집중할 수 있는 활동을 즐긴다.

말하기 전에 생각할 여유를 갖는다.

상대방의 말에 주의 깊게 귀 기울인다.

잡담보다는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누는 데 힘쓴다.

     

현대사회는 침묵이 소중한 가치를 지니는 시대이다. 침묵은 단순히 말을 멈추는 것이 아니라, 깊이 사유하고 진정한 소통을 나누며, 내면의 평화를 얻고 창의력을 발휘하면서 삶의 의미를 돌아볼 기회를 제공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침묵의 의미와 필요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일상에서 침묵을 위한 시간을 반드시 확보하려 노력해야 한다. 그렇게 한다면 침묵은 오히려 우리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줄 것이다.

     

산은 산이요물은 물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고승 성철 스님은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라는 말로 진정한 깨달음의 경지를 표현했다. 이는 단순히 사물에 대한 관찰을 넘어, 존재 자체의 의미를 탐구하는 철학적 진술로 해석될 수 있다. 성철 스님의 이 말은 사물에 대한 인간의 주관적 판단이나 해석을 배제하고, 사물 본연의 모습 그대로를 바라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는 하이데거 철학의 “존재론적 차이” 개념과 연결된다. 존재론적 차이란, 인간과 존재자를 구분하면서, 인간이 존재자를 자신의 관점으로 해석하는 것을 경계하는 개념이다.

     

성철 스님이 말한 ‘산과 물’은 인간의 생각이나 감정에 영향을 받지 않고 그 자체로 존재하는 존재자를 의미한다. 우리는 종종 자기 생각과 감정을 투영하여 사물을 주관적으로 해석한다. 하지만 성철 스님은 사물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자세를 강조하며, 이를 통해 비로소 진정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하이데거 철학도 ‘존재’를 중심에 두고 사유한다. 하이데거는 인간이 존재를 잊고 자신의 주관적 사유에 갇혀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존재의 본질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잡담’을 경계해야 한다고 하였다. 여기에서 말하는 ‘잡담’은 진정성 없는 대화와 행동을 뜻하며, 이것이 존재의 본모습을 인식하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성철 스님의 말 역시 ‘잡담’을 경계하고, 산과 물을 비롯한 자연물을 깊이 있게 관찰하고 이해할 것을 촉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성철 스님의 말씀과 하이데거 철학은 상당 부분 닮아있다. 두 철학 모두 존재의 본질을 인식하고 이를 실현할 방법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주관적 판단이나 해석에서 벗어나 사물 그 자체의 본질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물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한다. 우리는 종종 사물에 자기 생각이나 감정을 투영하여 주관적 해석을 내리곤 한다. 예를 들어, 아름다운 꽃을 보고 “정말 아름답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는 꽃 본연의 모습이 아니라 우리의 주관적 판단일 뿐이다. 우리는 꽃이 아름답다고 여기면서도, 그 아름다움이 단지 우리의 주관적 표상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잊곤 한다. 아름다움과 추함, 깨끗함과 더러움, 귀여움과 징그러움 과 같은 모든 관념은 사물 자체가 아닌 우리의 주관적 해석일 뿐이라는 점을 인식해야만 한다.

     

성철 스님의 가르침대로 우리는 사물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고 사물 본연의 모습을 바라봐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명상이나 수행을 통해 마음의 평정을 얻고, 사물에 관한 판단을 잠시 중지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여기서 판단 중지란, 이미 가지고 있는 선입견이나 판단을 일시적으로 보류하고, 사물 그 자체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자세를 뜻한다. 이런 판단 중지의 자세를 통해 우리는 비로소 사물의 객관적 존재를 파악할 수 있으며, 그렇게 해야만 세상을 조금 더 정확히 이해할 수 있다.

     

침묵으로 자신과 만나라

     

우리는 살아가며 주변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사회가 요구하는 대로 행동하기 일쑤다. 물론 사회적 구속에서 벗어나 초연하게 사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대다수는 남의 기대와 시선에 맞추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고립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삶에는 늘 긴장을 유발하고, 상대방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비굴함이 내포되어 있다. 비록 스스로는 그렇지 않다고 부인할지 모르지만, 사실 남의 기대에 부응하려는 삶 속에는 자신도 모르는 내면의 비굴함이 자리하고 있다.

     

이런 삶 속에서 때로는 멈춰 서서 침묵을 경험해 보는 것이 어떨까? 그러면 침묵 속에서 진정한 자아를 만날 수 있게 될 것이다. 침묵은 내적 성찰뿐만 아니라 자신을 새롭게 발견할 기회도 제공한다. 소음이 사라지고 고요함이 찾아오는 순간,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자. 이러한 활동을 반복하다 보면, 주변의 잡음은 사라지고 마음의 소리만 남게 된다. 마치 안개 속에 가려졌던 풍경이 드러나는 것처럼, 우리 내면의 진정한 모습은 이렇게 나타난다.

     

침묵은 영감과 창의성의 원천이기도 하다.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내면의 진실을 탐구하면, 우리는 창의적이고 풍요로운 삶을 열어갈 수 있다. 침묵은 또한 평온과 안정을 가져다준다. 바쁜 일상에서 잠시나마 침묵에 몸을 맡기면, 마음의 평화를 되찾을 수 있다. 침묵은 우리에게 내면의 휴식처를 제공하며 마음에 쉼표를 주기 때문이다.

     

바쁜 삶 속에서도 가끔은 침묵에 몸을 맡겨야 한다. 침묵은 우리에게 소중한 시간이다. 오늘부터라도 침묵을 두려워하지 말고, 그 속에서 자신을 만나는 시간을 가져보자. 내면을 깊이 탐색하는 일은 쉽지 않지만, 꾸준히 노력한다면 더욱 풍요로운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하이데거 철학에서 “침묵으로 자신을 만나라.”라는 과제는 존재의 의미를 탐구하는 중요한 과정으로 해석된다. 하이데거는 이를 “존재의 의미를 질문하는 것”이라고 했다.

     

하이데거에게 침묵은 인간 본질의 탐구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끊임없이 소란스러운 세상 속에서 침묵은 우리에게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일 기회를 제공한다. 이러한 침묵 속에서 우리는 인간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탐구할 수 있다. 하이데거는 침묵을 “존재의 언어”라고 불렀다. 즉 침묵은 단순히 소리가 없는 상태가 아니라, 존재 자체의 목소리가 드러나는 공간이라는 뜻이다. 침묵을 통해 자신을 만나는 일은 물론 쉽지 않다. 하지만 침묵은 우리가 존재의 의미를 탐구하고 더 나은 삶을 살아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런 의미에서 하이데거의 철학은 침묵에 관한 탐구에 중요한 지침을 제공한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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