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만 할 때는······."
아침부터 울려 퍼지는 김 부장의 이 한마디에 사무실이 또다시 얼어붙었다. 이 말은 늘 긴 설교의 서막이었다.
오늘의 표적은 민준이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 새로운 방식을 제안했다는 것. 그것이 민준의 잘못이었다.
"내가 너만 할 때는 이런 거 생각할 겨를도 없었어. 매일 야근하면서 버텨왔다고. 요즘 애들은 왜 이렇게 편한 길만 찾으려고 하는지······."
김 부장의 말은 계속 이어졌지만, 내용은 늘 같았다. 과거를 미화하고, 현재를 깎아내리고, 결국에는 MZ세대의 '나약함'을 질타하는 것으로 끝이 났다.
"민준 씨······."
태호가 조심스레 다가왔다.
"괜찮아요. 이제는 익숙해요."
하지만 정말 익숙해진 걸까? 매일 듣는 이 말들이 정말 괜찮은 걸까?
점심시간, 민준은 구내식당에서 동기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저는 진짜 이해가 안 돼요."
이수진이 말했다.
"무엇이 그렇다는 거죠?"
"'내가 너만 할 때는······.' 이런 말들이요. 그때는 힘들었다고 하면서, 왜 후배들도 똑같이 힘들어해야 하는 거죠?"
이수진의 말이 맞았다. 그게 바로 핵심이었다. 과거의 고통이 현재의 고통을 정당화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요즘 애들은······."
이런 꼰대어들은 늘 그들을 힘들게 했다. 이 말은 늘 MZ세대를 한마디로 정의 내리고, 평가하고, 재단했다.
"요즘 애들은 기본이 안 되어 있어."
"요즘 애들은 이기적이야."
"요즘 애들은 책임감이 없어."
이런 말들은 마치 주문처럼 매일같이 반복됐다. 세대 차이를 이해하려 하기보다는, 그저 일방적인 비난으로 끝나버리는 것이었다.
"너희가 뭘 알아?"
이 말도 자주 듣는 말 중의 하나였다. 경험의 우위를 앞세워 MZ세대의 의견을 완전히 무시해버리는, 가장 폭력적인 꼰대어 중 하나.
"근데······."
김동현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왜요?"
"이런 말들이 회사에도 도움이 안 되잖아요. 우리의 업무 의욕만 떨어뜨리고······."
맞는 말이었다. 꼰대어는 단순히 불쾌한 것을 넘어서, 회사에 실질적인 해악을 끼치고 있었다.
[꼰대어가 업무에 미치는 영향]
창의성 상실
새로운 제안을 하면 늘 과거 방식을 강요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묻히는 결과
소통 단절
세대 간 대화 자체가 사라짐
중요한 피드백이 전달되지 않음
업무 효율 저하
불필요한 야근과 주말 출근 강요
형식적인 절차와 관행 고수
조직문화 악화
팀워크 약화
불필요한 위계질서 강화
...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이런 말들이 또 다른 꼰대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가끔 두려워요."
이수진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죠?"
"우리도 나중에 저렇게 되는 건 아닐까요?"
모두가 침묵했다. 그것이 바로 그들의 가장 큰 두려움이었다.
꼰대어의 폭력성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열정이 부족해서 그래."
"그러니까 성공을 못 하지."
"노력이 부족한 거야."
이런 말들은 모두의 자존감을 서서히 갉아먹었다. 구성원 모두가 정말 게으르고, 나약하고, 무능한 존재인 것처럼 느끼게 했다.
오후 회의 시간.
"이런 식으로 해서 어떻게 성공할래?"
김 부장의 또 다른 시그니처 꼰대어가 시작됐다.
민준은 새로운 업무 프로세스를 제안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김 부장의 귀에는 그저 '요즘 애들의 게으른 생각'으로만 들렸나 보다.
"부장님, 하지만 이렇게 하면 시간도 절약되고······."
"시간? 시간이 뭐가 중요해? 과정이 중요한 거야, 과정이!"
과정은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그 '과정'이라는 것이 단순히 '고통'을 의미한다면, 그것이 과연 옳은 것일까?
퇴근길, 지하철에서 민준은 오늘 하루 동안 들었던 꼰대어들을 정리해보았다.
[오늘의 꼰대어 일기]
"내가 너만 할 때는······." (3회)
"요즘 애들은······." (1회)
"너희가 뭘 알아?" (2회)
"그러니까 성공 못하지······." (4회)
"열정이 부족해서······." (3회)
...
한숨이 절로 나왔다. 이런 말들이 매일 반복되는 환경에서, 과연 누가 창의적이고 열정적일 수 있을까?
다음 날 아침.
오늘도 어김없이 꼰대어의 세례가 시작됐다.
"야, 이게 다 내가 너 잘되라고 그러는 거야!"
'잘되라고······.'
그 말의 진정성이 의심스러웠다. 이것이 진정 모두를 위한 것일까? 아니면 그저 자신의 권위를 내세우기 위한 것일까?
"부장님······."
송 대리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왜?"
"요즘 직원들 사이에서 소통이 잘 안되는 것 같아서······."
"소통? 뭔 소통이 필요해? 윗사람 말씀만 잘 따르면 되는 거야!"
바로 이거였다. 꼰대어의 본질은 '소통의 거부'였다. 대화가 아닌 일방적인 통보, 이해가 아닌 강요, 존중이 아닌 복종을 요구하는 것.
하지만 이런 문화는 결국 회사에도 독이 된다. 창의성은 사라지고, 책임감이 떨어지고, 결국에는 경쟁력까지 잃게 되는 것이다.
퇴근 시간이 다가오는데 김 부장이 또 한 번 입을 열었다.
"회사가 망하면 다들 어떡할 거야?"
아이러니했다. 회사를 걱정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회사를 망가뜨리는 건 이런 꼰대 문화가 아닐까?
'우리 회사는 언제쯤 변할 수 있을까······.'
그 답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절대로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 되지 말아야만 한다는 것.
그것이 바로 MZ세대의 작은 저항이자, 희망이었다.
집으로 향하는 길, 민준은 문득 스마트폰을 켜고 메모를 시작했다.
[꼰대어가 우리에게 주는 상처들]
자존감 파괴
업무 의욕 상실
업무 능력개발 저하
도전정신 상실
...
이런 말들은 모두의 자존감을 서서히 갉아먹었다. 매일같이 듣는 비하와 질타는 업무 능력과 관계없이 직원들을 위축시켰다.
"해봤자 안 돼."
"그건 우리 회사의 문화랑 맞지 않아."
"그냥 지금까지 해오던 대로 하면 돼."
새로운 시도는 늘 이런 말들에 가로막혔다. 시도조차 하기 전에 포기하게 만드는, 가장 악질적인 꼰대어였다.
개인을 무시하는 이런 발언들은 모두의 의욕을 하락시키는 주범이었다.
스마트폰에 이런 내용을 적다 보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이런 말들은 단순히 '옛날 사람들의 버릇'이 아니라, 실제로 조직을 망가뜨리는 독버섯이라는 걸 그들은 왜 모르는 것일까?
저녁 늦게 도착한 집에서 TV를 보는데, 우연히 기업문화와 관련한 프로그램이 나왔다.
"수평적 소통이 이루어지는 회사가 실제로 더 높은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전문가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반면, 권위적이고 일방적인 소통은 직원들의 창의성과 생산성을 저해하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마치 민준의 회사 이야기 같았다.
월요일 아침, 출근길에 우연히 송 대리를 만났다.
"민준 씨, 사실······."
송 대리가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네?"
"저도 처음엔 너무나 힘들었어요. 지금도 사실은 완전히 적응한 것은 아니에요. 그냥······. 체념한 거예요."
'체념이라······.' 그 말이 가슴을 찔렀다. 정말 이대로 체념하며 살아야 하는 걸까?
"가끔은 생각해요."
송 대리의 말이 이어졌다.
"나중에 제가 관리자가 된다면······. 절대로 이런 말은 하지 말아야겠다고. 하지만 무서워요. 어느새 저도 모르게 똑같은 사람이 되진 않을까······."
그녀의 걱정은 곧 민준의 걱정이기도 했다. 꼰대어는 마치 바이러스처럼 세대를 거쳐 전염되는 것 같았다.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또다시 꼰대어가 시작됐다.
"월요일부터 이렇게 기운이 없어서 되겠어?"
"우리 때는 월요병 같은 거 없었어."
"요즘 애들은 정신력이 약해서 정말 문제야······."
매일 아침 듣는 이 말들이 얼마나 많은 사람의 의욕을 꺾어놓았을까? 실제로 영업관리팀의 이직률은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었다.
점심시간, 옆 팀의 대리와 우연히 마주쳤다.
"부럽네요······."
그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네? 부럽다고요?"
"영업관리팀은 그래도 김 부장님이 말로라도 하시잖아요. 우리 팀은 아예 대화가 없어요. 그냥 차가운 눈빛으로 다 표현하시곤 해요."
민준은 그제야 깨달았다. 꼰대어만이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말로 하건 눈빛으로 하건, 수직적이고 권위적인 문화 자체가 문제라는 것을.
오후 회의 시간, 새로운 프로젝트에 관해 제안하려다가 또다시 꼰대어의 벽에 부딪혔다.
"그런 거 하지 말고 기본에 충실해."
"너무 앞서가려고 하지 마."
"네가 바꿀 수 있는 자리에 오르면 그때 해."
이런 말들이 회사의 혁신을 가로막고 있었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는데, 회사는 '기본'이라는 이름으로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었다.
"민준 씨."
퇴근 무렵 이수진이 다가왔다.
"네?"
"저······. 사실은 이직을 준비 중이에요."
놀랍지 않은 소식이었다. 올해만 벌써 세 명의 동기가 회사를 떠났다.
"너무 지쳤어요. 매일 듣는 그 말들에······. 제 생각은 한 번도 인정받지 못하는 이 환경 때문에······."
민준은 그녀의 말에 깊이 공감했다. 꼰대어는 단순한 말이 아니었다. 그것은 모두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폭력이었다.
민준은 집으로 돌아오는 길, 버스 안에서 문득 생각이 들었다.
지금 겪는 이 고통을 기록으로 남겨야만 하지 않을까?
후배들은 이런 고통을 겪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하지만 적다가 포기하고 말았다. 꼰대어가 초래하는 조직의 몰락과 관련한 폐해는 굳이 글자로 적지 않아도 너무나도 명백하기 때문이었다.
다음 날 아침, 민준은 출근길에서 마주친 태호와 이야기를 나눴다.
"사실 어제는 퇴근하고 많은 생각을 했어요."
태호가 무거운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그게 뭔데요?"
"우리가 지금 겪는 이 꼰대어들········. 단순히 참고 넘어갈 문제가 아닌 것 같아요. 이건 우리 세대의 문제를 넘어서 미래의 문제이기도 하잖아요."
태호의 말이 맞았다. 지금 겪는 이 고통을 그대로 방치한다면, 이 악순환은 영원히 반복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또다시 새로운 꼰대어가 날아왔다.
"야, 출근 시간에 웃으면서 들어오면 어떡해?"
"회사는 놀러 오는 곳이 아니란 말이야!"
"그 시간에 업무 생각이나 하지······."
이제는 표정까지 통제하려 드는 모습에 가슴이 더 답답해졌다. 회사에서는 웃으면 안 되고, 항상 무거운 표정을 지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또 어디서 나온 것일까?
오전 회의에서는 더 심각한 상황이 벌어졌다.
"요즘 젊은 직원들을 보면 정말 걱정이 태산이야······."
김 부장의 입에서 또다시 독설이 시작됐다.
"일은 안 하면서 SNS나 하고, 퇴근 시간만 기다리고······. 이런 상황에서 무슨 미래가 있겠어?"
하지만 다들 알고 있었다. 실제로 업무 성과가 떨어지는 건 이런 끊임없는 비하와 통제 때문이라는 것을.
점심시간, 구내식당에서 동기들과 깊은 대화를 나눴다.
"여러분······."
민준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우리가 이대로 있으면 이제는 안 될 것 같아요. 이런 문화를 바꾸려고 노력은 해야 하지 않을까요?"
잠시 침묵이 흘렀다.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실천의 어려움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어떻게······."
이수진이 한숨을 쉬었다.
"지금 당장은 힘들더라도, 최소한 우리가 나중에 그런 사람이 되지 않겠다는 다짐부터 시작하면 어떨까요?"
그렇게 MZ세대들은 조용한 저항을 시작하기로 했다. 당장은 작은 변화일지라도, 이것이 미래를 바꾸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