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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x Mar 03. 2023

[삼형제 도시탈출기] 07. 그래도 살아지더라...

농촌유학 실전기(3)

농촌유학을 준비할 때는 참 즐거웠는데 막상 시작하고 나니 불편함이 보통이 아니다. 있는 것보다 없는 삶. 물질이 아닌 부족함이 넘치는 삶... 그 속에서도 삶을 살아지는구나를 깨닫는다.


지하수의 모래는 필터가 있는 수전을 달아 쓰기로 했다. 비록 1~2회만에 필터 색이 변하고 모래가 필터안에 껴 있는게 보이지만 그래도 걸러지는게 어딘가 하는 맘으로 감사해하고 있다. 물이 졸졸 흘러 수압은 약해졌지만 그만큼 낭비되는 물이 줄어드니 그 또한 괜찮은 일이 아닐까.

단 1회 만에 모래가 끼는 수전이라니

광속으로 빠른 인터넷은 아니지만 포켓 와이파이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나름 유용하게 쓰인다. 약정도 없고 속도는 조금 느리고 요금이 아주 저렴하지는 않지만 무제한이니 부담없고 와이파이 동냥을 위해 차를 타고 이곳저곳을 찾아다니지 않아도 되니 그 또한 다행이다.


브런치 에피소드 부자를 만들어주려고 냉장고가 찌그러져 배송돼 도로 돌아갔고 세탁기 역시 주문하시는 분이 빌트인으로 잘못 주문해 다시 돌아갔지만, 다행히 겨울이라 음식이 쉽게 상하지 않고 살아서 처음으로 빨래방도 이용해보는 경험도 했다.


1시간이면 세탁과 건조까지 완료. 비록 쓰지 않아도 되는 돈이 들기는 했지만 서울에서 당연하게 여겼던 세탁기와 건조기 존재의 감사함을 알게 한 순간이다.


평소에는 할 일이 없던 손빨래도 하고 뜨거운 태양 아래 빨래를 바짝 말리기도 한다. 


다행히 따뜻한 물이 나와 이제는 더이상 찬물로 씻지 않아도 된다. 찌그러져 반품 된 냉장고도 새로 들어왔다. 하나 하나 채워지며 불편함이 하나 하나 덜어간다.


마냥 즐겁다고만 할 수 없지만 마냥 괴롭지만도 않다. 시간이 느리게도 빠르게도 흘러가고 느린 시간이 지루하지 않다. 뜨거운 햇살과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이 겨울임을 잊게 한다. 멀리서는 새 소리도 들리고 바람에 따라 커튼이 살랑 살랑 춤을 춘다. 펼쳐져 있는 논밭을 보니 정말 자연에 폭 파묻혀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것저것 정리될 것들이 마무리되면 이곳에서의 삶을 제대로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처음엔 너무 괴롭고 내 선택에 후회도 되고 했지만 막상 지나고 나니 안좋았던 순간들이 많이 사라졌다. 하교 후 공터에서 공놀이를 하며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니 이곳에서 우리는 조금 더 건강해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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