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일상생활과는 다르게 직장에서는 사람들의 눈치를 보게 되고, 행동 하나에도 조심하게 된다.
다른 사람들은 '퇴사하면 끝이야~' , '시간 지나면 잊혀 그냥 마이웨이로 가~'라고 말하지만, 나 같은 걱정인형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생각과 걱정을 반복하게 된다. 사실 시간이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음에도 말이다.
그래서 오늘은 회사 걱정인형에서 벗어나고픈 나의 마음을 담아, 내가 회사에서 민망+걱정될 때의 순간을 적어보고자 한다.
1. 첫 입사 or 첫 이직하고 적응하기 전 모든 순간
말해서 무엇하리... 적응하기 전에는 화장실 갈 때도 조심하고, 말 한마디에도 조심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제일 민망한 순간은 팀 또는 여러 사람이 모여서 이야기를 할 때 내가 말하면 조용해지는 순간인 것 같다. 적응하고 친해지면 하하 웃으면서 넘길 텐데, 어색한 시점에서 나의 한마디로 대화가 뚝 끊겨버리면 그렇게 민망할 수가 없다. 또 집 가는 길 내내 생각에 생각을 하게 된다. '왜 그랬지 왜 그 말을 했지..!' 라며... 그렇다고 초반에 너무 말을 안 하면 또 조용한 이미지로 찍혀버리니 이 또한 조심해야 한다. (참 사회생활은 어렵다.)
2. 수신 or 참조인에 임원 이상급이 포함되어 있는 메일을 보낼 때
이건 시간이 지나도 항상 걱정되는 부분인 것 같다. 메일을 꼼꼼히 보지 않는 사람이라 해도 재수 없게 내 메일을 읽다가 내용이 틀렸거나, 맞춤법이 틀린 것을 들킨다면... 생각만 해도 민망하다. 그래서 그런지 내용을 다 적어도 몇 번이나 검토하고 수정하다가 시간이 굉장히 많이 소요된 적이 있다. 실제로 독버섯의 회사에는 서울대 국어국문과 출신의 임원분이 계신데, 지난번 이메일을 잘못 보냈다가 맞춤법 지적을 당한 경험이 있다.. 굉장히 민망했다... 그 이후로 중요한 이메일은 맞춤법 검사기를 돌린 뒤 보내는 습관이 생겼다...
3. 회의 or 발표에서 절었을 때
최고로 민망하고 퇴사 전까지 후유증을 겪을 수 있는 일이다. 독버섯은 회사의 평판을 걱정하는 성격이라 퇴사할 때까지 회의나 발표에서 절은 경험은 잊지를 못한다. (그래도 퇴사하고 나면 깔끔하게 잊어버리는 편이라 다행이긴 하지만) 지금의 회사에서 절은 건 아니지만 몇몇 팀장님들을 앞에 두고 발표를 한 적이 있는데, 떨리는 목소리가 나온 적이 있어서 아직도 생각하면 너무 민망하다. 그리고 발표할 때 오히려 목소리가 커지는 성격이라 염소+큰 목소리는 정말 발 표자 자신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다ㅠㅠ 다른 사람들이 염소 목소리가 나올 때는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넘기는데 내가 저렇게 되는 건 정말 너무나도 싫다.(가끔 발표할 때 염소 목소리가 나오는 건 어떻게 고칠 수 있을까...?)
4. 직장상사가 묻는 말(업무 관련)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을 때
업무와 관련된 내용을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는 것은 그렇게 민망한 상황은 아니지만, '얘가 업무를 제대로 파악을 안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끔 만든다. 사실 나는 업무를 제대로 안 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이러한 경험이 몇 번 있는데, 그 경험으로 깨달은 것은 괜히 다른 말로 변명하지 말고 '죄송합니다.. 그 부분까지는 제가 확인을 못했습니다.. 바로 알아보겠습니다..' 하거나, 해당 업무와 관련된 내용을 마침 pc에 띄워놨다면 '앗 잠시만여' 하고 바로 대답을 하는 것이 가장 베스트인 것 같다. 괜히 어버버 하다가 '얘 뭐야, 업무도 제대로 파악 못하고 변명만 하네?'라는 생각을 들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직장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건 빠른 인정과 잘못을 고치려는 노력 같다.
5. 서면 보고 후 갑자기 나를 부를 때
이건 이메일을 보낼 때와 결이 비슷하다. 어쨌건 내용과 맞춤법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고'라는 측면에서 이메일보다 더 엄격한(?) 성격을 가진다. 보고는상사가 안 읽고 넘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면 보고에는 더더욱 많은 시간을 쏟게 되고, 보고한 후에도 한동안은 내 보고서를 계속 읽으며 책잡힐 건 없는지, 물어볼 건 없는지 계속 확인을 한다. 보고 후에 나를 부른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얘기일 수도 있다. 글로는 적을 수 없는 그동안의 히스토리 라던가 부연설명이 필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고 전과 보고 후에도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하지만 보고 후 상사가 질문을 했는데 잘 모르겠다? 그럼 4번 항목처럼 대답을 하면 된다. 물론 대답을 못하는 일이 없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모르면 어쩔 수 없지 뭐... 이래 놓고 집 가는 길 내내 그걸 왜 몰랐지 라며 자책하는 독버섯이다...
위에 5개는 회사에서 빈번히 일어나는 일이라, 시간이 지나고 나면 자연스럽게 잊히긴 한다. 하지만 그 순간엔 걱정인형이 돼버리는 건 어쩔 수 없다. 사회생활은 너무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