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플레 오믈렛 부럽지 않은 두부 오믈렛
건강은 늘 많은 사람들의 관심사이지만, 건강에도 트렌드는 있다. 한때는 “운동=헬스”이던 시절이 있었지만, 어느새 요가로, 그다음엔 필라테스로 옮겨가더니 요즘엔 다시 웨이트의 시대가 돌아왔다. 다이어트도 운동도 늘 소소하게 깔짝대며 살아온 나와는 먼 이야기이지만, 그런 나에게도 변화는 분명하게 느껴진다. 근육으로 다져진 건강하고 멋진 몸을 화보처럼 사진으로 남겨두는 바디 프로필이 유행이라더니, 벌써 내 친구들 중에서도 몇 명이 바프 도전에 성공하여 인증샷을 올리고, 친구의 친구 누가 했다더라 하는 얘기들도 종종 들려온다.
운동뿐만 아니라 건강한 음식에 대한 인식도 과거와는 완전히 뒤집혔다. 십 년 전까지는 다이어트하면 지방과의 전쟁이었지만, 요즘엔 그 화살이 탄수화물로 옮겨갔다. 무탄이니 저탄이니 키토식이니 하는 것들이 대세가 되면서 밥이 없는 김밥까지도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탄수화물을 사랑하지만, 영양학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탄수화물 섭취를 줄여야 한다는 생각은 외면할 수가 없다. 인슐린 저항성의 무서움을 알고, 젊고 건강한 사람도 결코 당뇨의 위험에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나에게 벨런스를 맞춰 주려고 한다. 따끈한 흰밥, 쫄깃한 면발, 찰진 떡과 달달한 디저트를 사랑하는 만큼 가끔은 탄수화물 대신 좋은 단백질과 지방으로 한 끼를 먹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맛이 없어질 것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탄수화물을 빼는 것이 꼭 맛을 양보하는 일은 아니다. 지방과 단백질로 가득한 삼겹살과 스테이크가 맛있는 것처럼 말이다.
나는 혼자 살다 보니 간단한 재료로 빠르게 만들 수 있는 요리를 좋아하는데, 아주 쉬우면서도 브런치 카페의 수플레 오믈렛 못지않은 비주얼과 보들보들 촉촉한 맛에 여기저기 다 잘 어울려서 여러 가지로 응용도 가능한 나의 사랑스러운 두부 오믈렛 레시피를 소개한다.
재료는 딱 두 가지 계란과 두부다.
계란은 흰자와 노른자를 나눠 놓고, 두부는 물기를 꼭 짠 뒤 으깨서 준비한다.
두부와 흰자를 잘 섞어준 다음 평평한 곳(도마나 접시) 위에 올려놓고 토닥토닥 반달 모양으로 빚어준다.
프라이팬에 기름을 살짝 두르고 반달 모양 두부를 구워준다.
불은 처음부터 끝까지 약불로 천천히 구워서 앞뒤 모두 살짝 노릇해지면 접시에 꺼내놓는다.
팬에 풀어 둔 노른자를 붓고 동글게 펼쳐준 다음, 노른자가 익기 전에 한쪽 끝에 구워 둔 두부를 올려서 반으로 접어주면 완성이다. 노른자의 양이 너무 적다면 계란을 두 개로 사용하거나, 노른자에 흰자를 한 숟가락 넣어주면 넓게 펼치기가 훨씬 쉬워진다.
완성된 두부 오믈렛은 보들보들하고 촉촉한 식감이 느껴지며 담백 고소한 맛이라 그대로 먹어도 맛있지만, 소스에 따라 다채롭게 변화한다. 이 날은 소스로 집에 있던 카레를 담았다. 냉동실에 있던 완두콩도 장식으로 몇 개 올렸다. 카레의 진하고 짭짤한 맛이 물기가 쪽 빠져 더 고소하고 단단해진 두부와 잘 어울린다. 두부 오믈렛 위에 치즈를 한 장 올려 살짝 녹여 먹어도 맛있을 것 같다.
이 날은 냉장고에 있던 로제 파스타 소스를 전자렌지에 데워서 담았다. 장식으로는 역시나 냉동실에서 나온 베이비 캐롯과 완두콩을 올려 보았다. 파스타 소스를 담으니 카레와는 달리 양식 느낌이 물씬 나는 브런치 메뉴가 되었다.
다음엔 또 어떤 소스를 담아볼까 기대가 된다. 버섯 크림소스와 함께 먹으면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잘 어울릴 것 같다. 트러플 오일도 한 방울 뿌려봐야겠다. 함박스테이크 소스도 잘 어울릴 것 같다. 소스 없이 그대로 냉동을 해두었다 전자렌지에 해동해서 먹어도 맛있다.
오늘은 이렇게 탄수화물 중독에서 한 걸음 벗어났다.
코스코스는 매주 금요일 찾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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