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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scos Feb 04. 2022

외국인과 일 해보니 이런 일이..

영어로 일하면 연봉 올려주나?

작년 말부터 회사에서 새로운 업무를 맡게 되었다. 나름 외국계라고 해외 다른 지사에서 개발한 분석 툴을 사용하게 되면서 나와 우리 팀이 한국 담당자가 되었다. (현시점에선) 한국에서 이 플랫폼을 제일 잘 아는 사람이니 이 필리핀에 있는 서비스 담당자와 매일 이메일을 주고받고, 금요일마다 영어로 진행되는 Teams 회의에 참석하게 되었는데 이를 겪으면서, 그리고 이전에 해외 담당자와의 일화를 떠올리며 이들과 일할 때의 특징을 정리해봤다.

1. 영어 이메일은 어렵다.

왜 한국어가 세계 공용어가 아닌지 의문이지만 어쨌든 지금은 영어가 제1의 언어이다. 해서 이메일 커뮤니케이션도 영어로 진행되는데, 나의 짧은 비즈니스 메일 작문 실력으로는 부끄럽기 그지없다. 예전에 T 모 플랫폼과 일할 때, 중국인과 일한 적이 있었다. 그녀의 이메일을 받으면 대략 이랬다.

- ㅇㅇ님 고생하셨어죠! 오늘의 미팅 괜찮다면 아래 정보를 주세요.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데 조사나 문장 호응에서  매우 어색한 한국어였다. 바로 이 지점이 내가 부끄러워지는 이유였다. 마치 지금 내 이메일이 이 중국인 담당자의 한국 이메일과 비슷한 느낌을 줄 것 같다는 창피함을 지울 수가 없다. 나름 한국어로는 이메일 잘 쓴다고 인정받는 회사원인데 영어권 사람이 보면 어린애가 격 없이 쓰는 편지같이 보일 것 같은 창피함이 있다. 게다가 원어민이 쓰는 프로페셔널하고 긴 문장과 비교하면 내 메일은 아무리 길어도 한 줄을 남기지 않는다. 이전에 영국인과 일할 때 이런 점을 많이 느꼈다. 아니 제발 직설적으로 쉽게 말하지 이들은 문장을 빙빙 돌려서 말한다. 이들에게 나는 잘 못 하면 어린애가 아니라 단답형 양애취처럼 보이려나?

아무튼 이런 점에 대해 회사 동료와 이야기해봤다. 결론은 '아 어쩌라고 그렇게 중요했으면 원어민급 뽑았겠지' 생각하는 게 최선인 것 같다. 일단 내 월급이 원어민 바이링궐 급이 아니기 때문에 더 뻔뻔히 짧은 영어로 업무를 해나가 본다.

2. 늦게 왔는데... 할 말이 이 것뿐이니..?

일단 이들은 이메일에 빠르게 답장하지 않는다. 늦는 건 둘째치고 누락도 많다. 물론 내가 back to back 이메일을 많이 보내긴 하지만 그중에 마지막 거만 대답해주면 어떡하니! 정말 답답하다.

이전에 위의 영국인이랑 일할 때도 질문을 하느라고 이메일에
- A 하는 거 어떻게 하는지 궁금한데, B랑 C 하면 되니? 아니면 B만 하고 C는 안 해도 되니?
이런 식으로 메일을 풀어서 하곤 했는데 답변은
- B를 하는 것은 정말 중요하지.^^

이딴 답변이 와서 내 영어가 짧은 탓인지 많이 고민하곤 했는데, 여러 국가 여러 외국인이랑 이야기하다 보니 이들에게 꼼꼼함을 기대하면 안 되는 거였다. 한국 담당자였다면

"네! B 하고 C 하시면 되고, 다 하시고 나서 D가 나올 텐데요, 혹시 어려우시면 알려주세요^^"

하는 세계 최강 친절 맨이었을텐데... 외국 사람들은 항상 꼭 질문 한 두 개는 빼먹고 답변을 하는 것 같다. 넘버링해서 질문 짧게 하는 게 일단은 해결 방법인데 이마저도 빼먹는 담당자 분명 있음.

3. 질문을 잘하는 당신. 근데 머선 말이고?

역시 한국인으로 자란 나는 회의 때 질문 있는 사람? 하면 그마저도 70% 정도 알아들은 상황에서 혹시 실수할까 봐 가만히 있는 반면, 외국인 친구들 특히 영어권은 정말 당당히 이야기를 하곤 한다. 여기서 포인트는 옆에서 듣는 나는 질문 역시 이해를 못 한다는 것이다. 왜냐? 그들의 억양은 어렵기 때문이지. 회의하다가 정말 exotic 한 억양으로 질문을 하는 사람들의 프로필을 보면 인도, 파키스탄인데 심지어 내 동료는 Them, problem 이런 단어도 못 알아듣겠다고 한다. 그만큼 한국 교육에서 듣지도 보지도 못한 억양이라 한 번 남몰래 따라 연습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만 인종차별이기 때문에 참아본다.

지금은 내가 듣는 입장이지만 나중에 회의를 개최하거나 교육을 진행하게 되면 어떨까? 나는 이들의 질문을 알아들을 수 있게 될까? 미안한데 못 알아듣겠어를 계속하면 싹수없는 담당자라고 생각할까? 걱정이 된다.

글로벌 회사에서 살아남기 위해, 성과를 어필해서 승진하기 위해 영어는 필수이다. 우리 회사는 대표가 외국인이라 확실히 더더 그렇다. 앞으로 나에게 다가올 기회를 잡기 위해 특히 올해 제 1목표로 한 커리어 성장을 위해 노력할 예정이다.

- 오늘도 말해보카를 하고, 이메일을 훔쳐보며 괜찮은 문장을 베낀 청새치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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