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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gkwanEJ Apr 21. 2022

대마초 판매가 곧 시작된다.

대마초를 통해 보는 미국 연방주의

 글은 2022 4 12뉴욕 라디오 코리아 (FM 87.7)와의 인터뷰 내용을 글을 옮겨  이야기입니다.  과정에서 약간의 내용 추가와 수정을 거쳤습니다. 주간 <미국 정치 이야기> 인터뷰 내용은 유튜브를 통해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매년 4월 20일은 비공식 "대마초의 날"로 전 세계 대마초 사용자와 옹호자들이 기념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도 오늘 4월 20일을 맞아, 많은 정치인들이 대마초 합법화를 주장하며 대마 소지 관련 비폭력 전과 기록의 말소를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뉴저지에서는 내일 4월 21일부터 기호용 마리화나의 판매가 모든 성인을 대상으로 개시됩니다.


지난 4월 11일 월요일, 뉴저지 마리화나 규제위원회(New Jersey Cannabis Regulatory Commission)는 모든 성인을 대상으로 마리화나, 즉 대마초와 관련 제품의 판매를 허용하는 것으로 결정하였습니다. 이에 뉴저지 내 13개의 의료용 마리화나 판매 업장을 운영하는 7개의 업체에서는 이번 달 내에 기호용 마리화나의 판매를 개시할 것으로 보입니다. 판매 게시에 앞서 몇 가지 행정적인 절차가 남아 있는데, 이는 업체당 최대 백만 불까지의 행정비용의 납부 등의 형식적인 단계만을 포함합니다. 


그 외 뉴저지주에서 총 327개의 영세업자들이 기호용 마리화나 소매 판매 라이선스를 지난 3월 15일부터 신청했으나, 이 라이선스의 심사 과정이 시작되기까지는 최소 한 달이 남은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소규모 업장에서의 소규모 판매가 개시되기까지는 최소 1년이 더 걸릴 것으로 전망됩니다.


미국 내 대마초 합법화 및 비범죄화 현황. 출처: Vox


마리화나 관련 법

전국 37개 주와 4곳의 미국령, 그리고 워싱턴 DC에서는 의료 목적의 대마초 사용이 합법인 가운데, 기호 목적으로의 대마초 사용은 전국 18개 주와 괌, 마리아나 제도 및 워싱턴 DC에서만 합법이며, 그 외 13개 주에서는 합법은 아니지만 비범죄화되어 있습니다. 다시 말해 전국 50개 주 중, 31개 주에서 기호 목적의 사용이 불법이 이 아닙니다. 하지만 사용이 비범죄화된 곳이라도, 매매나 소지에 있어서는 그 규제가 상이함. 


일례로, 워싱턴 DC에서는 기호 목적의 대마초 사용이나 소지는 합법이지만, 매매는 불법으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워싱턴 DC 내 운영되고 있는 대마초 관련 업장은 대마초를 파는 것이 아니라 대마초 흡연 파이프 등 관련 제품paraphernalia를 판매하는 것으로 신고하고, 매장에서 스티커나 티셔츠를 구매하면 소정의 대마초를 사은품으로 무료 제공하는 방식으로 거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즉, $60 어치의 대마초를 직접 판매하는 것이 아닌, $60 상당의 스티커 한 장을 구매하면 같은 무게의 대마초를 사은품으로 함께 제공하는 방식입니다. 반면, 재배, 판매, 소지 및 사용이 모두 합법화된 주에서는 재배과정부터 판매까지 주정부에서 위생 및 납세 등 다방면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습니다. 


뉴저지

뉴저지 주 의회에서는 지난 수년간 기호 목적의 마리화나 사용과 판매를 합법화하고자 하는 노력이 이어졌습니다. 특히 주 상원 내 민주당 소속 중진의원 소수가 이런 움직임을 이끌었고, 여러 차례 관련법이 의회의 문턱을 넘을 수 있었지만, 일부 중도 성향의 의원들이 상임위에서는 찬성을 했음에도 제정 직전 단계에서 입장을 바꾸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기호용 마리화나가 합법화가 될 경우, 반대 의견을 가진 지역주민들에게 '마리화나 오남용의 원흉'이라고 비칠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입니다. 뉴저지뿐만 아니라 전국의 주 의원들 또한 이런 우려를 여러 차례 표명했고, 연방의회에서도 다수의 의원들이 이런 걱정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본인 지역구가 속한 주에서는 주민투표나 주의회의 법 개정을 통해 합법화가 된 경우에도 이런 걱정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 정치 전문매체 Politico 또한 팟캐스트를 통해 "만일 10년 뒤에 무언가가 굉장히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게 될 경우, 사람들이 그들 [합법화에 찬성한 의원들] 탓이라고 할까 봐 두려워한다"라고 전했습니다. (덧: Politico에는 대마 관련 정책 전문 기자가 있습니다. 이 사실에 많은 사람들이 놀랍다는 반응을 보이는데, 해당 기자가 본인 소개를 하며 질문을 던지자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당신 지금 대마초에 취해있나요?"라고 답변한 적도 있다고 합니다.) 


뉴저지에서는 결국 마리화나 합법화 여부가 지난 2020년 11월 본선거에 주민투표에 부쳐졌고, 투표자 67%의 찬성으로 법률이 개정되었습니다. 하지만 17개월이나 지난 현재까지 기호용 마리화나의 판매는 개시되지 않았는데요,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주민투표가 부쳐지기 전부터, 뉴저지 주 정부는 각 기초자치단체에 해당 타운 내에서의 마리화나 판매처 운영을 금지할 권한을 부여했기 때문입니다. 주 전체에서 기호용 마리화나의 판매와 사용이 합법화가 되었기 때문에, 각 지자체에서 사용을 금지할 수는 없으나, 거래처가 생기는 것은 조례를 통해 금지할 수 있습니다. 이에 전주의 400여 개의 지자체가 금지 조치를 취했습니다. 이는 뉴저지 내 지자체 중 총 71%에 달하는 수치입니다. 


작년 가을부터는 하지만 일부 지자체가 허용하는 방안으로 방향을 선회하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습니다. 앞으로 기호용 마리화나의 소매 판매가 본격화되고 난 뒤, 세수 규모에 따라 입장을 바꾸는 지자체들이 많이 생길 것으로 전망됩니다.



다른 주에서는?

지난 2012년 전국에서 최초로 기호용 마리화나 사용을 합법화하고 2014년부터 소매판매를 시작한 콜로라도 주에서는 관련 상거래로 작년 한 해에만 4억 2천3백만 달러 ($423M)의 세금 수익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현재 동부에서는 유일하게 모든 성인에게 기호용 마리화나 판매가 허용되는 매사추세츠 주의 경우 연간 마리화나 관련 세금이 1억 달러 ($100M) 이상 징수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마리화나는 연방법에 의해 스케줄 1, 즉 1급 약물로 지정되어 가장 높은 정도의 규제 대상이며, 이에 마리화나 관련 상거래가 합법인 주에서도, 연방 규제 약품 및 관련 거래를 통해 발생한 수익은 은행에 예치가 불가한 상태입니다. 대부분의 은행은 연방 예금보험공사 (FDIC)가 운영하는 보험에 가입되어 있기 때문에, 연방법에 저촉되는 행위를 할 경우 해당 보험의 수혜 자격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연방정부의 과학기술 연구 기금을 통해 지원받는 대학, 병원, 연구소 등에서는 마리화나 관련 연구를 직접 진행할 수가 없어 인체에 끼치는 영향에 대한 정밀한 연구가 미국에서는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입니다.


연방 법

한편 연방 하원은 지난 4월 1일 마리화나의 전국적인 비범죄화를 골자로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찬성 220표, 반대 204표로 사실상 당적에 따라 표결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 법안이 상원에서 통과되기는 어려워 보이지만, 법제화되는 경우 마리화나 관련 비폭력 범죄 기록의 대부분을 또한 무혐의로 기록에서 지우게 되고 연방 차원에서 마리화나 관련 제품에 연방세를 부과할 수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후보 시절 마리화나의 합법화는 지지하기 어렵지만 비범죄화는 찬성한다고 밝힌 적이 있는데요, 이렇듯 전격적인 연방차원의 합법화는 가까운 미래에 일어나지 않겠지만 점차적으로 허용해나가는 방안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비범죄 화전에도 관련 범죄기록이 연방법에 저촉된 경우라면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기록 말소를 시행할 수 있으며, 마리화나 관련 자금이 연방정부의 보호와 관리 아래에 있는 은행에 예치될 수 있게 연방 은행 및 금융 관련 법 개정을 통해 시행하는 것 또한 정치적인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기에 초당적인 지지를 확보할 수 있는 접근법입니다.



연방주의

이렇게 마리화나의 판매와 사용이 공공연하게 인정될 수 있었던 것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빠르게 우호적으로 바뀌고 있는 여론이며, 두 번째는 연방주의라는 미국의 정부 구조입니다.


연방주의 아래에서 미국은 50개의 주가 독립국과도 같은 자치권을 가지고 하나의 연방국가를 구성하며, 연방정부와 주정부의 권한은 명확하게 분리되어 있습니다. 물론, 연방법이 주법보다 상위법으로 인정받아 충돌되는 경우에는 연방법을 따르게 되어 있으며, 주정부는 연방 헌법을 위배하지 않는 이상은 원하는 법을 제정하고 집행할 수 있습니다. 지방자치단체의 경우에는 자발적인 설립 또한 가능하며, 주정부의 인정만 받게 되면 엄연한 지자체로 운영 가능합니다. (덧: 월트 디즈니가 플로리다에 디즈니월드를 계획하면서 원활한 운영을 위해 디즈니월드 전용 지자체를 설립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번에 심도 있게 다뤄보고자 합니다.) 


거칠게 요약하자면 연방정부는 국제적이거나 두 개 이상의 주 사이에서 발생하는 일을 관장하며, 주정부는 면허 및 자격증 위주의 일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 "면허 및 자격증" 관련 내용은 음주 연령, 투표 참여 연령, 혼인 신고, 총기 취득 및 사용 자격 등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는 이슈를 다수 포함하기에 주정부의 자치권을 근거로 연방정부와 다른 입장을 취할 수 있는 것입니다. 


앞서 언급한 뉴저지의 경우 대마초 판매에 있어, 판매와 사용에 관한 "면허 및 자격증"은 주정부의 권한으로 관리를 하되 판매처 설립에 관한 "면허 및 자격증"은 각 지자체에게 그 권한을 넘겨 하나의 주 안에서도 작은 규모의 연방주의를 채택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덧: 뉴저지 주 내에 판매 관련한 면허는 주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판매처 설립에 관한 면허는 각 지자체에 신청하여 발급받아야 합니다. 현재로는 각 지자체 별로 한 개의 판매처에만 설립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워싱턴 DC는 주州가 아닌 미국령과 같은 지위의 자치단체이기에, 시정부 예산 또한 연방의회의 승인을 요하는 등 독특한 운영 구조 아래에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워싱턴 DC 내 많은 부지가 시정부 소유가 아닌 연방정부 소유이기에, 이곳에서는 워싱턴 DC의 주법과 연방법을 모두 염두에 두고 활동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례로, DC 시내에서는 대마초 흡연 및 사용이 합법이라 타주에서 오는 여행객들도 공공장소에서 남의 시선을 개의치 않고 사용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경찰관 바로 앞에서 흡연을 하는 경우에도 경찰의 제지를 받지 않는데, 연방정부 소유 부지에서 대마초를 사용하거나 소지한 경우에는 법을 저촉하게 됩니다. 도보에서 대마초 흡연을 하더라도, 상가나 오피스 건물 앞에 위치한 도보의 경우 불법이 아닐 확률이 높지만, 바로 길 건너에 있더라도 연방법원 앞 도보라면 명확한 연방법 위배로 체포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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