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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타날 현 Jan 07. 2024

처음이자 마지막

하루 시 한 편, 열두째 날



어설펐던 마지막을 기억해
등만 보이며 걷던 네가 웬일인지 뒤를 보더라니

아니나 달라
나더러 돌아오랬잖아
한 걸음씩 앞서는 네가 나를 마주하고는

이제와 무슨 소용이람
쉽게 끝나버린 시절이 이미 한참인걸
어렵사리 내민 고백은 한겨울 바람에 흩날려
나는 또 울고

차라리 제대로 상처받게 할 작정이었지
나 울면 너 아파했잖아
그만한 외면이 없었노라고 돌아선 마음을 달래도
시린 건 나도였어

한번쯤 나란히 걸어주었더라면
없을 지금인데
해도 그만인 말은 모르게 하고

앞선 한 걸음 울먹인 눈앞엔
너랑
물결치던 바다랑 우리 강아지랑 나랑
일렁거리는 걸 꼭 감은 눈으로
두 걸음 세 걸음 보란 듯이 등으로
마지막이니까
싱겁지만 너도 보라고

걸어 나왔어
너 없는 세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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