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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유경 Oct 09. 2024

폼포넬라의 계절

온유경의 생각쓰기

공자께서는

'주관은 있으되, 고집하지는 말라'라고 하셨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것은 나를 지키는 일입니다.

나의 이름으로 살되, 나만 옳다고 우기지 말라는 말일 것입니다.


나답게 살지만 나의 주관과 고집을 혼동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나답다는 건 나의 이름, 나의 생각으로 사는 것, 즉 나의 주관을 가지고 사는 삶입니다.

주관이란 것은 세상을 주체적으로 이해하고 해석하려는 의지입니다.

이건 자기만 옳다고 우기는 고집과는 다른 것입니다.


흔히들 장미는 꽃의 여왕이라고 합니다.

장미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이 바로 폼포넬라가 아닌가 싶습니다.


폼포넬라는 둥근 겹꽃이 하나의 꽃대에 5개에서 많게는 7개까지는 한가득 핍니다. 그 자태 또한 다른 장미와 달리 꽃봉오리가 풍성하며 빛깔도 선명하고 아름답습니다.


게다가 일 년에 3번씩 개화를 하며 개화할 때마다 다른 꽃으로 피어 이게 처음 만났던 그 꽃이 맞나 기이한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봄에 처음 필 때는 진분홍 꽃봉오리로 핍니다.

그 꽃이 지고 여름에 필 때는 연분홍 꽃이 한 다발 피어,

약한 꽃대가 많은 꽃봉오리들을 이기지 못할 만큼 휘청거리며 피어 

안쓰러워 보일 지경입니다.


그러다 가을 되면 다시 수려한 꽃봉오리로 피어 아름다운 자태를 보이며

가장 폼포넬라다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가을 폼포넬라의 꽃봉오리는 봄, 여름만큼 많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꽃잎을 안으로 품고 있다가 활짝 터트리는 그 고고한 꽃송이는, 

일 년 내내 자신이 꽃의 여왕으로서 살아왔던 그날들이 가을날 마지막 피날레를 위함이었음을 알게 합니다.


가을 깊어 바람 끝이 차고 매서워 저 짙은 붉은 꽃이 뚝뚝 떨어질까 봐 걱정하는 내 마음과는 달리, 마지막 꽃의 생명을 그대로 꽃대에서 불태우며 사력을 다해 폼포넬라로 살아 있습니다.


매혹적이며 영롱한 붉은 꽃잎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화려하다기보다는 탄력 있는 기품에 숨을 죽이게 하며, 처연한 아름다움을 만개하여 자신의 존재를 깊이 각인시키려는 의지에 마음으로부터 차오르는 희열에 들뜨게 합니다.



나는 폼포넬라입니다.

글 쓰는 폼포넬라입니다.


피었다가 지고 또 피는 장미 폼포넬라처럼 영근 글로 꽃을 피워,

사계절 내내 글을 읽는 이의 마음에 남아탄력 있는 사랑과 기쁨을 줄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일은 나를 지키는 일입니다.

내 이름으로 살고 내 걸음으로 걸으며 가장 나다운 모습으로

타인과 비교되는 않는 절대적 의미를 지니고 싶습니다.


인간은 홀로 서고, 홀로 걷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그래서 수시로 눈길이 남에게 가고 남을 엿봅니다.

남의 발걸음에 눈이 가고 남의 성과를 보며 내가 작아지기도 합니다.

이렇게 남에게 눈길 주며 외물만 좇다가 내 것을 놓치고 싶지 않습니다.


또한 나로 산다고 하여 다른 사람을 무시하거나 얕보지 않을 것입니다.

타인의 삶을 존중하며 그들의 세계도 나의 세계에 담아 나의 배움으로 삼을 것입니다.



나로 걷는 바른 한 걸음, 용기 있는 한 걸음으로 찬 바람에도 끄떡없는

담백하고 절제된 아름다움을 지닌 폼포넬라처럼 그렇게 나의 길을 가려합니다. 그런 글살이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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