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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감성 May 13. 2024

몸의 자세

목 디스크가 생기다.

 

  하나가 해결되기도 전에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이번엔 목에 문제가 생겼다. 발바닥 통증만 해결되면 더 열심히 운동해서 예전의 몸을 만들어야지 했던 마음과는 다르게 몸은 날이 가면 갈수록 망가져만 갔다. 건강한 몸은 커녕 유지하는 것조차 힘들었다.


 쉬는 날이면 최대한 발에 하중을 주지 않으려 많은 시간을 누워서 보냈다. 그것이 오히려 화근을 불러일으킨 것 같다. 누워서 지낸 것이 안 좋은 자세를 만들었다. 처음에는 그저 목과 팔이 뻐근한 정도였다. 그러다가 목과 팔에 꽤나 심한 통증이 느껴졌다. 그러다 혹시 무슨 이상이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병원을 찾았다.


  결과는 목 디스크 초기 였다. 날벼락을 맞은 느낌이었다. 부상에서 회복하려고 했는데 또 다른 부상을 만들고 말았다. 발이 아파 달리지도 못하는데 이제는 목과 팔이 아프다 보니 다른 운동도 하기 힘들었다. 병원에서는 치료 기간이 길어질 수도 있다고 하였다.


 해야 할 것들과 하고 싶은 것들이 많았는데 모든 것들 보류시켜야 했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병원에서 다녀온 후 방안에 누워 그 원인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원인은 바로 하루 중 시간을 가장 많이 보내는 핸드폰과 책이었다. 쉬는 날 누워서 핸드폰을 하고 출퇴근을 하면서 책을 읽다 보니 장시간 목에 큰 부담을 주었던 것이다. 그래서 과감하게 줄였다.


 무의식적으로 하는 행동에 변화를 주어야 했다. 어떤 정보를 확인하려 핸드폰을 보다 보면 나도 모르게 고개가 앞으로 숙여졌는데, 이럴 때마다 의식적으로 하늘을 바라보는 자세를 반복해서 취했다. 며칠 만에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통증이 줄어들었다.


 그렇다고 생각만큼 큰 통증이 없어진 건 아니지만 신경 쓰일 정도의 통증은 늘 느껴졌다. 그동안 얼마나 안 좋은 자세를 취했으면 이런 부상을 생겼을까 하는 후회가 들었다. 전화위복이란 말처럼 이번을 계기로 보다 좋은 자세를 취하는 연습을 하다 보면 지금 가지고 있는 부상은 말할 것도 없고, 평소에 취했던 몸의 자세도 좋아질 거라고 생각된다.


 인생을 살아보니 힘든 순간들은 순번을 맞춰 찾아오지 않았다. 꼭 준비가 안되었을 때,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늘 닥쳐왔다. 이것을 얼마나 잘 슬기롭게 지나가느냐에 따라 인생 자체가 뒤바뀌곤 한다. 지금 나는 여러 부상과 맞서고 있다. 조금씩 달래면서 지내고 있다는 말이 더 맞을 것이다.


  젊은 시절에는 부상을 무시하고, 며칠 지나면 회복되어 사라지니 대수롭지 않게 대했는데 이제는 잘 얼래고 달래야 한다. 어쩌면 오랜 시간을 함께 걸어가야 할 친구가 될지도 모른다.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다. 왜냐하면 관절에 관한 부상은 근력이 떨어지면 바로 다시금 찾아오기 때문이다.


 글을 쓰는 지금도 글을 쓰는 중간 자주 자세를 고쳐가며 쓰고 있다. 이러다가 예전 복근이 있던 늘씬한 몸은커녕 이대로 배가 불룩한 아저씨가 되는 건 아닐지 걱정이다. 건강은 진짜 건강할 때 지켜야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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