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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감성 May 06. 2024

때늦은 것들

 


   올해는 벌써 두 번이나 감기에 걸렸다. 봄이 되면 꼭 한 번씩 감기에 걸린다. 올해도 어김없었다. 봄에 태어났는데도 불구하고 유독 봄에 계절을 탄다. 이번 봄에는 비가 많이 내렸다. 비가 반갑기도 했지만 조금 아쉬운 딱 하나가 있다. 아름다웠던 벚꽃이 며칠을 버티지 못하고 앗하는 순간에 비와 함께 사라졌다. 그래도 우리에겐 벚꽃 감성을 대신할 수 있는 것들이 몇 가지가 있다. 그중에 하나가 바로 영화 “4월 이야기” 다. 이맘때면 항상 챙겨 본다.


  살짝 영화 4월 이야기의 내용을 소개하자면, 짝사랑하는 선배를 따라 같은 대학에 진학한 후배가 비가 오는 날 다시 선배를 만난다는 영화인데, 새로운 감정이 싹트고, 새로움이 시작되는 느낌을 영상에 아주 잘 담은 영화다. 여러 번 봤지만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다. 다만 봄에만 봐야 한다. 다른 계절에 보면 그 특유의 감정과 감성을 제대로 느낄 수가 없다.(고 생각 한다.) 특히, 누군갈 짝사랑하는 이 혹은 아래와 같은 감정을 지니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강력 추천하는 영화다.


 30대 중후반에서 40대 중반의 홀로된 나의 과거를 돌이켜 보며,


 언제, 어디서, 어떻게 사랑을 시작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예전에는 겁 없이도 모르는 이성에게 말도 잘 걸고 그랬는데 지금은 늘 우물쭈물 망설인다. 그러다가도 조금 괜찮다 싶어 용기 내어 말이라도 한번 걸어볼까 하는 생각되는 사람이 나타나면 그 사람은 이미 연인이 있거나 결혼을 한 사람이었다. 연인이 있더라도 한번 들이대고 보는 젊은 날과 비교하면 이 시기의 나는 임자 있는 사람은 절대로 건들지 않는다. 괜히 귀찮은 관계 형성을 만들기 싫어서 일 수도 있고, 없어도 되는 양보의 미덕을 힘껏 발현한다. 이런 상태다 보니 늘 혼자가 되어 버린다. 늘 자연스럽게 만남을 꿈꾸지만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세월만 보내게 된다.


영화를 보다 보면 죽어 있던 연애 세포가 되살아나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사랑하고 싶어진다. 나는 그랬다.


  사랑 이야기는 뒤로하고, 한동안 몸이 안 좋아 글을 쓰지 못했다. 건강을 위해 운동을 다시 시작했는데 운동을 하다 다시 부상을 입어 건강을 해쳤다. 예전 같으면 한 1~2 주면 회복되던 몸도 이제는 연식이 오래되어서 그런가 한 달 정도 쉬어야 회복되었다. 몸이 아프니 모든 것이 귀찮아졌고, 아픈 몸을 이끌고 일에는 피해가 없을 만큼만 하고 집에선 늘 휴식을 취하는 걸 제일 첫 번째로 삼았다. 그래서 집에 오면 거의 모든 시간을 누워 있었다. 핸드폰을 보고, 음악을 듣거나 잠을 잤다. 쉬는 날에는 밥 먹을 때와 산책 나갈 때를 제외하고 하루 종일 누워 있었다. 많은 시간 천장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보통은 쓸잘데기 없는 생각이긴 했지만, 그래도 다른 것에 정신을 뺏겨 지내던 지난날과는 다르게 내 스스로 생각에 생각을 해내는 능력이 발휘되는 순간이었다.


  올해 초 계획했던 것들이 다소 수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중 하나인 마라톤 풀코스 도전은 내년으로 미뤄야 했고, 아직도 사놓은 마라톤 풀코스용 신발이 날 기다리고 있다. 몇 번 신어 보지도 못했다. 주인을 잘못 만나 몇 년째 구석에 처박혀 있다.  거의 평생을 해온 축구를 부상 때문에 고른 다른 운동이 마라톤이지만, 부상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마라톤도 달리기만 잘해선 아니 된다는 것이라는 것을 부상을 얻은 후에 알게 되었다. 모든 일에는 그것만 잘해선 아니 된다. 그 외적인 부수적인 것들도 함께 병행해야 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여러분은 그러지 마시길.


  글 잘 쓰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잡지에 실린 기사들을 읽을 때면 이런 글들은 대체 어떻게 하면 쓸 수 있는지 참 궁금했다. 일을 하다가도 일을 잘하는 동료에게 가끔씩 질문을 던진다. 어떻게 하면 고객들에게 좋은 평가를 얻을 수 있는지, 되돌아오는 답은 생각지도 못한 관점에서 이야기를 나눈다는 사실이다. 같은 사물을 다르게 바라본다. 다르게 생각하니 다른 결과가 따른다. 동료에게 얻은 소스로 나도 한번 고객을 응대해 본다.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나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신기했다. 왜 같은 방법을 사용하니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인지 나름 분석을 해보니 사람들은 제품에 대한 소개보다는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것에 대한 것에 대해 좋은 평가를 내주었다. 글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내가 무엇을 말하고자 쓰는 것보다 읽는 독자들의 관심을 알아주는 글이 좋은 글이 될 확률이 높다.


 그런 관점에서 비추어 본다면 분명 내 글은 최하점을 받을 것이다. 왜냐, 나는 항상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조회수나 좋아요 같은 것은 많이 받고 싶었다. 하지만 언젠가 나의 마음이 다른 이들의 마음과 맞닿는 곳까지 글을 쓰다 보면 그때는 알아줄 것이라 생각에 지금은 내공을 단련하고 있다.



즉,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비록 때가 늦었더라도 꾸준함을 잃지 않는다면 못해낼 것이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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