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글을 쓰지 못했다. 부상에서 발이 회복되니 무엇보다 달리러 나가는 시간이 많아졌고, 나머지 시간에는 회복을 하기 위해 일부러 잠을 청했다. 결국, 글을 쓰기 위한 시간이 줄어들었다.
나는 하루에 총 3번가량의 산책을 나간다. 아침에 한번, 점심쯤에 한번, 저녁에 한번 개들에게 뜨거운 눈빛을 쏘일 때가 있는데 그때는 산책 나가자는 뜻이다.
요즘은 이놈들과 지내는 맛에 산다. 10년이 넘게 키우다 보니 눈빛만 봐도 무얼 원하는지 아는 정도가 되었다. 3마리의 강아지와 같이 살고 있는데 두 마리는 누나가, 한 마리는 동생이 데려왔다.
모두 길에서 주웠다. 첫 녀석은 목줄도 없이 밖에서 돌아다니는 것을 데려왔고, 두 번째 녀석은 첫 번째 개를 산책 시키다가 만났다. 그리고 마지막은 동생이 운전을 하다 뭔가 계속 움직일길래 뭔가 해서 봤더니 강아지였다. 그렇게 세 마리와 인연이 되었다. 하지만 스트리트 출신들답게 밖에 나가면 길바닥에 떨어진 음식들을 주워 먹으려고 한다. 집에서 간식을 충분히 주는데도 누가 보면 밥을 굶기는 걸로 보일 수도 있다. 닭뼈를 먹으려 해 혼을 낸 적도 있지만, 어쩔 때는 혼이 나면서도 그걸 꾸역꾸역 집어삼킨 적도 있다.
이럴 때 산책을 나가는 이유가 밖에서 뭐 좀 주워 먹으려고 나가는 건 아닐까 할 만큼 길거리에 음식들을 찾아낸다. 개의 입장에서 보면 길바닥에 널려 있는 게 맛있는 음식들인데 왜 못 먹게 하는지 의문이 들겠지만 말이다.
나와 지내는 개들을 간략하게나마 소개해 보겠다.
셋 중에 나이가 가장 많은 녀석이 설기라는 녀석인데 우리와 같이 산 년 수만 14년 차다. 요즘 부쩍 건강이 안 좋아졌다. 그래서 산책을 다녀온 후 남는 시간에는 대부분 잠만 잔다. 병원에서는 췌장 쪽에 문제가 있다고 한다. 사람 나이로 치면 이미 7~80세의 할머니라고 생각하니 이해는 간다. 이제는 모든 권력에서 내려와서 편안한 노후 생활을 하고 있다.
두 번째 녀석은 까불이라고 하는데, 원래 까만색 털을 가지고 있어 깜돌이라 불렸지만, 혈기 왕성한 끼를 주체 못해 어느새 우리에게는 “까불이” 로 불리게 되었다. 내가 가장 아끼는 녀석이다. 집에서는 내 말만 듣고 유일하게 날 무서워한다. 다른 식구들에게는 대든다. 물론 간식을 가진 사람의 말이 최우선이지만, 그것만 빼면 날 가장 좋아한다. 항상 내 옆에 붙어서 자는데, 겨울에는 이놈만 한 녀석이 없다. 평소에도 늘 건강하고, 머리가 좋아 나랑 장난칠 줄 아는 유일한 개다. 설기 다음 왕권을 차지한 놈이다. 실세가 되어서 나에게 간식 줄 시간과 산책 갈 시간을 애교로 알리는 똑똑한 녀석이다.
세 번째 녀석의 순돌이다. 두 번째 이름을 까불이로 지었더니 너무 까불거려 이번엔 좀 순진하라고 순돌이라 지었다. 그런데 너무 순해서 문제다. 모든 사람들이 부르면 다 가서 애교를 부린다. 내가 멀리 떠나도 쓰다듬어주는 사람이 있으면 계속 거기에 앉아 있다. 그러다 멀리서 이름을 부르면 실수(??)을 직감하고 나에게 튀어 온다. 사람은 이름처럼 산다더니 개도 이 말은 적용되나 싶다. 덩치는 셋 중에 가장 큰데 서열에서 밀려 여태껏 막내 생활을 하고 있다. 왜 이리 겁이 많을까 싶다가도 밖을 나서면 그래도 자기가 행동대장 노릇을 한다.
이 녀석들과 보내는 하루하루가 내 일상의 전부이다. 쉬는 날이면 먼저 이 녀석들을 챙기게 되고, 일을 다녀와서도 이 녀석들이 밥은 잘 먹었는지, 산책은 다녀왔는지부터 묻는다. 이럴 땐 가족에게 조금 미안하다. 그래도 이 녀석들과 있어서 가족들과 웃음도 많아지고 이야깃거리도 많아졌다. 다만 앞으로 나는 세 번의 이별을 준비해야 한다. 4년 전 한 마리와 이별했을 때 그저 잠시나마 우리 곁에 머물러 행복했길 바랐다. 지금도 이 마음은 변치 않았다. 그저 살아있는 동안 우리 곁에서 행복하게 살다 가길 바랄 뿐이다.
이 글을 쓰고 또다시 산책에 나간다. 오늘은 어디로 길을 걸어 볼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