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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감성 May 15. 2024

엄마의 하루

엄마의 행복

  


30여년 전 과천에 살던 어느 한 때



     새벽 어두컴컴하니 아직 해도 인사를 오지 않았을 때 엄마의 방에 불이 켜진다. 엄마 방에서 함께 잠을 자던 강아지가 내 방으로 오면 나도 엄마 모르게 잠에서 깬다. 그렇게 엄마의 하루는 시작된다. 몇 해 전 엄마가 사고로 몸을 다쳤을 때 이제는 집에서 쉴 것을 제안해 보았지만, 일할 수 있을 때 일하고 싶다며 일하길 계속 원했다. 

  지금도 아파트 미화원을 하고 계신다. 늘 반장 역할을 도맡아 하시는데, 어느 곳에 가도, 어느 사람이 새로 와도 잘 지낸다. 해가 서서히 안녕을 말할 때인 5시를 조금 넘기면 엄마가 퇴근을 한다. 누나의 퇴근 시간을 맞추기 위해 나는 개들과 산책을 다녀온다. 그러면 누나가 퇴근을 했거나 잠시 뒤 집에 도착한다. 그리고 바로 저녁을 먹는데 이때가 우리 가족이 대화를 갖는 유일한 시간이다. 엄마는 늘 들어주는 쪽에 속한다.

 저녁을 먹고 난 후 엄마는 엄마대로 TV를 보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특히 돌싱포맨이란 프로그램을 엄청 좋아한다. 나는 운동을 하러 간다. 운동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엄마는 이미 꿈나라도 가 있을 때가 많다. 일찍 하루를 시작하는 만큼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도 이르다. 어떤 날은 8시도 안되어서 잠에 드는 날도 있다. 


  TV와 방불을 끄지 않고 잠들어 있는 엄마의 모습을 볼 때면 괜히 짠하다. 어느 엄마들이 안 그렇겠냐마는 평생 고생만 하신 엄마의 모습에 한 여자의 인생을 반추해 본다. 

이럴 때 가끔 이 여자의 행복은 무엇이고, 이 여성은 언제가 가장 행복했을까 생각한다. 

자식된 입장으로써 엄마 나름의 행복한 일로 남은 인생을 즐겼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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