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감성 May 29. 2024

도서관 이야기

봉사활동을 하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도서관의 향과 소리를 좋아한다. 헌책방에 가면 비스무리한 냄새가 있지만, 아무 책에서나 맡을 수 있는 향이 아니다. 도서관에 가야만 맡을 수 있는 특유의 책향이 있다. 책에 담긴 내용과 함께 오래되면 오래될수록 그 향은 진하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맡아봤을 세월에 담긴 향이다. 


  게다가, 고요함 속에서 책장이 넘겨지는 소리를 좋아한다. 다른 이가 책을 읽으며 일정한 간격을 두고 한 장 한 장 넘겨져 나는 소리를 좋아한다. 책에 빠져 현실을 망각한 채 책을 읽는 모습을 보면 왠지 더 사랑스럽다.  


  대학시절 영화 <러브레터>에서 나온 도서관 장면을 기대하며 이쁜 사서가 있는 창가에 앉아 책을 읽어보기도 하고, 읽지도 않을 크고 두꺼운 외국 원서를 빌리기도 했었다. 여러 번 찾아가니 인사 정도는 나누는 사이가 되었지만 눈길 한번 받지 못했다. 참고로 다른 인연을 도서관과 관련된 의외의 곳에서 만났다. 


  옛 생각에 기회가 되어 도서관 봉사활동을 신청했다. 도서관에는 자주 가봤지만, 실제로 일해 보니 책을 어떻게 분류하고, 진열하고, 그리고 상호대차는 어떤 식으로 운영되는지 알게 되었다. 


 실은, 도서관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부러웠다. 일할 게 별로 없어 힘들지 않아 보였다. 봉사활동도 마찬가지로 할 일이 많이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첫날부터 끊임없이 오고 가는 사람들로 붐볐다. 책이 쌓이면 정리를 하고, 정리를 하는 동안 다시 책이 쌓이고 그러면 다시 정리를 했다. 책이 어느 위치에 있는지 잘 알지 못해, 한번 다녀오면 더 많은 책이 쌓여 있을 때도 있었다. 이것도 며칠 해보니 익숙해져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지만 아직까지도 분류기호를 보고 할 때가 많았다.


 봉사활동을 마치고 그냥 오는 것이 멋쩍어 책 몇 권을 들고나온다.(또 있어 보이는 척한다.) 하지만 도서관에서 살펴봤을 때는 꽤 재미있다가도 집에만 오면 책에 흥미를 잃는다. 그렇게 벌써 몇 권의 책이 쌓여 있다. 참고로 내가 봉사한 도서관에도 이쁜 사서가  있다. 물론 거짓말이다. 있었으면 좋았겠다 라고 바랬다.


작가의 이전글 엄마의 하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