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감성 May 31. 2024

도서관 이야기 Vol.2

도서관은 살아있다

 

  한적한 저녁 산책을 하며 나는 내 안의 나를 불러내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 나는 나를 대변을 하고 내 안의 나는 다른 역을 맡는다. 유명한 학자가 되기도 하고, 연인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많은 청중 앞에서 연설을 되기도 한다.

  혼자 중얼거리며 걸다 보면 미친놈처럼 쳐다보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에어팟을 귀에 끼면 통화하는 것처럼 보여서 아무도 쳐다보지 않아서 좋다. 에어팟이 나와줘서 고맙고, 사람들의 시선을 덜 받아서 좋다.

  왜 이 이야기를 꺼내는가 하면 내 머릿속에서 가상의 인물을 만들어 이야기를 주고받는 상상을 자주 하는데 도서관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또 다른 것 느꼈다. 마치 책들이 살아있는 것처럼 느꼈다. 마치 영화 <박물관이 살아있다>라는 것처럼 말이다.   

 자기 계발 서류의 책을 펼치면 자신만의 유명한 글귀인 “생각한 대로 이루어진다.”라고 말을 건네기도 하고, 전쟁에 관련된 책을 열면 내가 이미 전쟁 중이 한창인 곳에서 나폴레옹과 이야기를 주고받기도 한다. 아마 최근에 <나폴레옹>이라는 영화를 봐서 그럴 것이다. 

  역사와 관련된 책을 들여다보면 역사 속 한 인물이 내게 다가와 그 시대의 이념과 운동에 대해서 그 다급함을 설명해 준다. 하지만 아쉽게도 지금의 역사는 당신의 생각과 다르게 진행되었다고 말해주면 그는 단칼에 잘못되었다고 말한다. 결국 책에 쓰여 있는 그대로를 말할 뿐이었다. 

 여행을 좋아해 세계여행에 관한 책을 읽으면 각 나라마다 유명 인물들이 나와 그 지역의 특색과 유명한 맛집을 소개해 준다. 예를 들면 이탈리아는 파바로티, 그가 불러주는 <오! 솔레미오>를 들으며 나폴리 피자를 먹고, 일본은 나츠메 소세키와 사케를 한잔하며 <나는 고양이 로소이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예술 관련된 책을 보면 클림트와 에곤 실레 그리고 고흐에 이어 클레와 피카소와도 만남을 가져본다. 누구 하나 빠지지 않는 유명한 천재들이어서 그림보다는 그들의 삶을 이해하려 노력해 봤다. 다만, 만나볼 사람들이 너무 많아 미쳐 만나지 못한 다빈치와 미켈란젤로는 다음에 오면 꼭 만나기로 했다. 

 구석에는 뜨개질 관련 책도 있는데 어느 한적한 유럽의 인심 좋게 생긴 할머니가 나와 따뜻한 차를 내주며 화로 앞에 앉아 말없이 뜨개질을 계속하신다. 

 이렇듯 책에 있는 인물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상상을 한다. 그래서 내게 도서관은 살아있다. 다음 주에 다시 도서관에 가 아직 만나지 못한 인물들과 또 새로운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비록 그것이 허구일지라도. 

작가의 이전글 도서관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