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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감성 Oct 15. 2024

사람의 온기

이 모든 것은 픽션입니다.




  그녀의 살갗이 닿은 곳곳에 전해지는 온기가 좋았다. 사랑 그 뒷맛은 씁쓸함과 그녀의 온기를 남겼다. 오랜만에 느끼는 사람의 온기가 나는 좋았다. 나는 오랜 외로움에 사랑을 나눴지만, 다른 이는 오랜 굶주림의 허기를 위해 섹스를 했다.


  아주 우연히 살갗이 닿았던 것이 발단이었다. 최근 여러 운동을 하다 보니 몸 이곳저곳 안 아픈 곳이 없다는 그녀의 말에 어디가 아프냐 물었다. 그녀는 발목이 아프다며 내 옆 빈 의자에 발을 올렸다. 확연히 부어 있는 것이 보였다. 어디 보자 말하며 발을 주무르기 위해 내 무릎 쪽을 발을 옮겼다. 기본적인 마사지로 발을 주물러 주었다


  어느 정도 주물러 주곤 내 무릎에 있던 발을 내려놓으니, 그녀가 다른 여자에게도 나처럼 해주냐 물었다. 아무나 안 해주지라고 말하고 덧붙여 당신이니깐 특별히 해주는 거야라고 말했다. 그녀가 미묘한 미소를 보였다. 태어나서 마사지를 처음 받아보았다고 한다. 이런 느낌이 좋다고 하였다. 난 농담으로 너무 좋아하지는 마라 이러다 나한테 반하겠다라고 하였다. 그녀는 농담으로 이렇게 좋은 거였으면 전신이라도 받아볼까라고 말하는 그녀의 미소가 웃음으로 바뀌었다.


 2~3시간이 지나고 만남의 분위기가 끝나갈 때쯤 그녀는 다시 한번 만져 달라고 부탁했다. 발이 많이 안 좋구나라고 말하며 다시 마사지를 해주었다. 이번에는 같은 부위지만 다른 마사지를 해주었다. 그녀는 벽 쪽에 있는 의자에 앉은 채 두 다리를 내 무릎 위로 올려놓고 서서히 눈을 감더니 그대로 잠이 들었다. 잠들어 있는 그녀를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마사지를 정말로 잘하는 걸까 아님 많이 안 좋았는데 그걸 건드려주니 주니 피로가 풀려 잠들어 버린 걸까. 5분 정도 잠들게 두었다.


  5분이 더 지나 10분 정도 되었을 때 이제 슬슬 깨워볼까 하는 순간 그녀가 눈을 떴다. 그러더니. 자신이 방금 잠들었는지 물었다. 농담조로 코까지 골며 잠들었다고 하니 정말이냐고 되물었다. 잠시나마 잠든 그녀의 얼굴을 보니 얼굴에 드러나는 고단함이 안쓰러워 보였다. 그녀는 크게 기지개를 켜더니 이제 그만 카페에서 나가자 하였다.


  오후에는 나와 그녀 모두 일이 있었다. 잠깐 짬을 내 만났던 것이었다. 카페를 나와 서로의 볼 일을 위해 지하철로 향하던 그녀는 대뜸 혹시 오늘 일 몇 시에 끝나요? 일 끝나고 시간 돼요? 라고 물었다. 오후 10시에 끝난다고 하니 자신도 그때쯤 일이 끝난다고 말하곤 혹시 괜찮으면 자신의 집이나 모텔에서 전신 마사지를 받아도 되냐고 물었다. 마사지에 대한 대가는 충분히 해주겠다고 하였다. 그래서 얼마 줄 건데? 야간은 할증이 붙는데 라고 농담 섞어 말했다. 그녀는 근사한 저녁을 대접하겠다고 하였다. 나는 그 조건을 받아들였다.


  10시가 넘어 서로의 일을 마치고 그녀의 집에는 고양이가 있어 불편할 것 같아 결국 근처 호텔을 향하였다. 왠지 모를 어색함이 우리 둘 사이를 감돌았다. 호텔에 도착해 카운터로 가니 대실이냐 묻길래 조금 당황했지만 예약을 하고 왔다라고 하였다. 태어나서 대실을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었다. 호텔직원의 이상한 눈초리에 이왕 이렇게 된 거 약간 서로 사귀는 사이인 것처럼 팔짱을 끼고 들어갔다.


  호텔에 가면 제일 처음 해보고 싶은 것이 있었다. 바로 침대에 다이빙하며 누워보는 것이다. 내가 그 짓거리를 하자 그녀는 먼저 샤워를 하겠다고 말하곤 샤워실로 들어갔다. 이때부터 정말 어색했다. 그냥 친구였는데 호텔에 단 둘이 왔다. 그녀는 지금 샤워를 하고 있다. 난 무얼 해야 하지? 이상한 상상을 해도 되는 것일까? 암튼 마사지를 위해 왔다는 사실을 머리에 다시 한번 새기지만 야한 생각이 9할이상  쳐들어온 것만은 부인할 수 없었다.


 샤워 가운을 걸치고 나온 그녀는 이제 내 차례 하였다. 아무런 저항 없이 샤워를 했다. 샤워를 마치고 나오니 어떤 옷이 마사지하기 편하냐고 물었다. 옷 위에 해도 되지만 이왕 하는 거면 맨살 위에 하는 것이  받는 편에서도  좋다고 하였다. 그녀는 거침없이 옷을 벗었다. 물론 수건으로 가릴 곳은 가렸다. 대체 나는 왜 샤워를 한 거지??


  목과 어깨를 시작으로  마사지를 하였다. 마사지를 하고 받는 동안에는 서로 말을 주고 받다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정적만 감도는 가운데 그녀가 다시 침묵을 깼다. 마사지를 받다가 잠들어도 괜찮으냐고 물었다. 나는 상관없다 말하였다.


  마사지를 받으며 어색한 침묵의 분위기를 깨려 그녀는 지속적으로 시원하다는 말과 함께 내가 마사지를 해주는 곳마다 좋다고 하였다. 그러더니 어느 시점에 가서는 다시 말이 없어졌다. 이번에 그녀는 잠들었다. 한동안 나는 어깨와 등을 집중적으로 마사지 했다.


 다리를 하기 위해 일부러 그녀를 깨웠다. 다리를 하려면 자세를 바꿔야 하고 침대에서 이동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발목부터 엉덩이 쪽까지 차례대로 정성껏(?) 해주었다. 피로를 위한 마사지와 근육을 풀기 위한 마사지가 다른데 그녀에게는 피로를 위한 마사지를 해주었다. 역시 다리쪽은 뭉친 부위가 많았다.


  마사지가 거의 끝나갈 무렵 그녀가 갑자기 물었다. 여자와 단둘이 호텔에 있는데 아무렇지도 않냐고 말이다. 사실대도 아무렇지도 않지 않다고 말했더니 갑자기 엎드려 있던 몸을 내쪽으로 돌리더니 누군가 자신을 정성껏 만져주니 흥분했다고 말하였다. 이 말에 나도 스위치가 켜진 것처럼  나는 바로 그녀의 입술에 입맞춤을 하였다. 그리고 그녀의 중요한 부분을 차례차례 만졌다. 그녀 또한 기다렸다는 듯이 내몸 이곳저곳을 만졌다. 그녀를 만지며 나는 준비가 되어 있었고, 그녀는 이미 내게 젖어 있었다. 우린 서로 애무를 하였다.


  우리는 서로의 몸을 탐닉하듯 원하는 부위를 연주했다. 특히, 그녀의 몸이 내는 음색을 나는 좋아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한 번은 내가 다른 한 번은 그녀가 위에서 주도했다. 엎치락 뒤치락하며 서로의 몸을 연결하고 분리하고 다시 연결하길 무한 반복했다.


  1시간 여가 지났을 무렵 몸의 대화는 마무리되었다. 그 후로 우리는 서로의 몸을 껴안은 채 서로의 온기를 느꼈다. 얼마 만에 느껴보는 사람의 온기인가 그 따뜻함에 나는 사랑이 더더욱 그리웠다.  또한, 사랑이 끝난 후에 호텔이 주는 먹먹함 속에서 마주치는 눈빛은 멋쩍은 웃음을 불러오고 부끄러움에 이불속으로 얼굴을 파묻는다.  


 옷을 입으며  내가 큰 착각을 했다는 걸 알았다. 우리가 사랑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사랑을 했지만, 그녀는 섹스를 했다. 연인이 아닌 사람과 처음 관계를 가진 나와는 달리 그녀는 그녀가 외로울 때마다 관계를 가졌다고 했다. 이후로 우리의 관계에 대해 더 진전이 있길 원했는데, 그녀는 그저 오랜 외로움과 굶주림을 해결하고 싶었던 것이다.


 호텔 밖을 나서는 길 가을 바람이 불어 내 마음을 한층 더 차갑해 했다.  사람의 온기를 느껴본 것 만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녀의 온기는 내 마음속에서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중년의 만남은 이런 걸까 서로 이해관계가 성립되면 연인이 아니더라도 서로 관계를 맺고, 필요할때마다 관계를 갖는  것이 가능한 만남. 가을이 깊어지는 지금 사람의 온기가 많이 그리워진다.


이 모든 내용은 픽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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