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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주 Nov 20. 2024

이 아늑함은 영원히 계속될 것처럼 결이 포근한데

이 또한 빼앗길 거라고 생각하면 노엽다.

우리는 걷잡을 수 없지

끝이 있는 줄 몰랐지

끝이 있다고 생생히 느낄 수 있던 때를 잃었지 

해서 우리는 알아버렸다. 시간을 걷잡을 수 없다는 것의 의미 끝이라는 것은 나에게 주어진 끝은 내가 지켜볼 끝은 나의 끝은 세상의 끝은 그 가운데 찾아야 할 의미가 희미해지는 가운데 알아버렸다. 서로 위로할 수 없다고 느껴진다. 아연해져 바라볼 밖에 더 멀어지는 것밖에 각자. 

벌써 조용해지는 어둑해지는. 

알고 있었으면서. 생이 찰나와 같을 거라고 그러니 미소를 짓고 눈을 똑바로 뜨고 눈을 가만히 감고 몸을 맡기고 그러지 않으면 똑바로 볼 수 없음을 똑바로 볼 수 없을수록 공허하고 두렵고 외롭게 만든다. 


하여튼 그 때문에 서로 이야기를 깊게 들여다봐줄 수 없게 됐는지도 모르겠다 시간이 없다고 느껴져서 거의 모든 게 별로 의미 없다고 여겨져서 그러나 점점 소심해진다 예민하고 기민해지는 게 아닌 것 같고 이건 고약해지는 쪽으로 좀 쉽게 상처받고 쉽게 믿지 않고 의심부터 하고 가만히 두면 그렇게 되는 것 같다. 용서할 수 없어하고 옅어야 할 감정이 짙게 새겨진다. 뭘 기대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처럼 느끼며 고립을 선택하는 건 옳지 않겠지? 해서 더 나이 든 기분이 드는 거겠지 어쩌다 이 방향으로 왔을까. 


아이러니하게도 이 시간이 지나고 나면 이처럼 편안하고 평화로웠던 좋은 일상이 영원히 계속될 것처럼 안정된 채 매일 같이 이어지는 이 시간은 몹시 사무치게 그리워하게 될 거라는 것도 분명히 느껴진다. 이 아늑함은 영원히 계속될 것처럼 결이 포근한데 이 또한 빼앗길 거라고 생각하면 노엽다. 하지만 지금은 서러워 운다면 누군가 온다. 올 가족이 올 사람이 여럿이나 있을 것 같다. 내가 진심으로 서럽다고 말한다면 마음을 나눠줄 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러니 운이 좋다면 아직 반쯤 왔을 생을 누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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