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연휴를 길게 받아 본가에서 충분히 쉬었다. 강아지 산책도 하고, 친구들이랑 게임도 하고, 소설도 좀 쓰고.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해치우니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즐거웠다.
그런데 새해 목표 쓰기나 집 청소, 유튜브 촬영 등 하지 않은 일이 너무 신경 쓰였다. 잠에서 깰 때마다 숨이 턱 턱 막히고 심장이 꽉 조이는 기분. 그래서 생각했다. 나 정말 상담이 필요하구나. 그리고 내가 왜 자꾸 이러는지 이유를 찾아야겠구나.
완벽하려고 애쓸 필요 없거니와 그런 사람이 되지도 못한다고 되뇌이지만 역시 쉽지 않다. 더 빠르게, 더 확실하게 성과를 내야 한다는 강박이 날 괴롭게 한다. 회사에서만 이러면 업무적으로 성장하련만. 일상에서 더 심하니 정말 큰일이다.
취미로 운영하는 인스타그램 계정은 서너 개, 전부 다 잘해내서 브랜드까지 발전시켜야 할 것 같고 자꾸 수익에 집착한다. 그러다 보니 돈이 안 될 것 같으면 포기하고 다른 분야로 갈아탄다.
인스타 운영을 비슷한 시기에 시작한 사람들은 인플루언서가 되었는데 나는 이것저것 깔짝거리며 스트레스만 쌓였다. 돈이 돼도 안 돼도 한 우물만 팠다면 달랐겠지.
잘 되야 한다는 환상에서 벗어나자. 정말 수익과 유명세만 신경 썼더라면 애초에 내가 하고 싶은 분야로 뛰어들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그런 사람이다. 잘 된다는 이유로 남들 다 하는 것에 뛰어들면 오히려 폭망하는 사람. 내가 하고 싶어하고 잘 하는 일을 꾸준히 해야 천천히 성장하는 사람.
쉴 때는 쉬고, 뭐든 가볍게 하자. 월급 받고 다니는 회사 일만 아니라면 뭐든지. 퇴근 전후에, 주말에 하는 것만으로 대단하니까. 죽기 전 내가 후회할 일은 자산 10억이 없다거나 CEO가 되지 못한 것이 아니다. 나는 내 소설을 쓰지 못하고 죽는 일, 이것만을 후회할 것이다.
그러니까 죽이 되도 계속하자. 완벽할 필요는 전혀 없다. 세상 사람들이 사이드 프로젝트로 몇 천 몇 억을 벌어도 나는 내 길을 간다. 24살에 꿈꾸던 직무를 시작해서 지금까지 회사를 다니는 것, 느리지만 꾸준히 소설을 쓰는 것, 대학생때부터 미뤄둔 필라테스를 다니는 것 모두 대단하다. 나는 지금 잘 하고 있다. 부족한 점이 있다면 글쓰기와 멀어지는 것 정도다. 글쓰기를 더 잘하려고 애쓸 때만 지독하자.
좋아 보이는 길이라고 헐레벌떡 달려가지 않고, 불확실해도 내가 자신 있는 분야를 계속하는 쪽이 더 용기 있다. 죽이 되도 뭐 어때. 맛있으면 장땡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