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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구일 Dec 28. 2021

얻을 수 있었던 것.

펜과 집

출처 : Pixabay.com

 군에 있을 때 나는 간부교육을 받는것, 강사들을 초빙하여 일련의 강의를 하는, 그 것들을 좋아했고 또 즐거워 했다. 으레 다른 동료들은 바쁘다고, 혹은 바쁜척을 하며 각 부대별로 하달 된 머릿수를 채우는 것에 질색하곤 했다.


 어느날은 경제 교육이 예정되어 있었다. 그 중에서도 투자, 부동산에 관한.


 군인들은 매우 저렴한 값으로 숙소나 관사를 제공 받기에 다수가 부동산에 관심이 없었다. 나는 머릿수를 채울 겸, 교육을 들으러, 부대 이전이 예정되어 있는 허름한 한 통신대대의 다목적실에 부대원들을 이끌고 자리했다. 물론 교육 시간 30분 전, 코리안 타임이었다.

 교육 시간이 다가오자 강사는 모하비라는 차종을 이끌고 나타났다. 단정하고 깔끔한 캐쥬얼 정장에 하늘색 체크무늬 난방, 반무테 안경을 착용한 그는 그다지 돈이 많아 보이진 않았다.


 그가 말한 강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그는  22채의 부동산을 가지고 투자를 하고 있다고 했다. 자신이 2018 기준으로  8 , 기어코 모은 2,000만원으로, 반전세를 이용해 현재까지 왔다고. 우리들에게 현재 5,000만원이 있다면 자신처럼 부동산 투자를 통해 부자 반열에 오를  있을 것이라고.  밖에도 자신이 분석한 경제 사이클이 있는데, 10 - 13 주기로 순환한다고,  흐름을 탄다면 돈의 굴레에서 벗어나 경제적 자유를 쟁취할  있다고.


 당시 나의 경제 관념 수준이, 어느정도였냐면, 나는 '빚', '대출'이란 못사는 사람들이 제 살을 깎아가며 최후의 수단으로써 받는 것인 줄 알고 있었다. 부끄럽지만, '자산'에 대한 개념이 아예 없었다. 그런 내게 부동산 투자란 환상이요, 뜬구름 잡는 소리, 저 자의 기만이었을 뿐.


 강의가 끝나자 우리 중대에서 나름대로 선인, 현자 포지션의 준사관이 내게 다가와 물었다.


"중대장님, 오늘 무엇을 얻으셨습니까?"

 평소에도 부대원들에게 인생 조언을 아끼지 않는 아주 온화하고 참된 군인이셨음에.

"욕망? 부동산이나 경제에 관심 좀 가져야겠어요." 라고 답했다.

그러자 그 준사관은, 전투복 가슴팍 주머니에 꽂아 둔 볼펜을, 강의에 앞서 나눠받은 그 볼펜을 꺼내어 딸깍이며 말했다.


"저는 이 볼펜 한 자루를 얻었습니다."

"하하, 그러네요."

 쓸데없는 시간 낭비를 하게 되었다고, 교육 참여를 지시한 상급부대나 나에 대한 소소한 항변이었을까, 나는 그의 말에 맞장구 쳐주며, 그 값진 동아줄의 시간을 그 날이 채 가시기 전에 기억 저 편으로 날려버렸었다.


 그 댓가로 뼈를 깎는 중이다. 불과 1 - 2억에 매매가 가능했던 집값은 폭등하여 3억이, 청약, 분양의 경쟁률은 1:10이라는 숫자가 우습게 느껴질 정도로 까마득히, 과열되었고 신축 분양은 무려 5억원 대에 달하고 나서야 깨달았음을 인정한다.


 진작에 살을 내어줘야 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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