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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구일 Jan 26. 2022

소설 일기

22. 1. 26

 미팅 자리에는 선생님의 남편과  이렇게 둘만 덩그러니 놓이게 되었다.

 그래도 구면이라 회색도시의 상권이니, 월세니, 경쟁업체가 등장했다느니 담소를 나누며 선생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때 남편분의 전화가 울렸다.

"아... 저도 곧 가봐야 하는데 아내가 안 오네요..."

"아, 헬스장에서 찾으시나 봐요."

"네, 굳이 안 가도 되는데 직원들이 제가 보고 싶나..."

"오... 저도 요즘 운동하는데, 바디프로필 찍으려고요."

"오...! 아... 흠... 잠시만요."

 거구의 남편분은 내게 걸어왔다. 마침내 앞에는 전신 거울이 있었다.

"이쪽으로 서보세요."

"아 네..."

"흠... 아... 오."

 남편분은   이곳저곳을 주물렀다. 기분이 나쁘다거나   없이 무척이나 고마웠다. 벌써부터 심장이 득근득근 하였다.

"등이 많이 부족하시네요, 왜 등 안 하세요."

"맞아요, 저 턱걸이 한 개도 못해요."

"하체 왜 안 하세요."

"아파서..."

"삼두도 좋고, 이야... 가슴 프레임도 좋은데, 많이 안 모여있네요. 삼두는 진짜 괜찮은데."

"새가슴이라... 감사합니다."

"이건 뭐예요, 튜브가 너무 많이 껴있는데... 외복사근은 왜 없지."

"에... 술 좋아합니다. 예."

 복근은 사실 맨날 한다. 단순 개수로 250개씩, 복직근이 부들부들하며 운다. 그래도 나는 할 말이 없다. 그만큼 맥주를 들이부으니까, 매일같이.

"스쿼트는 좀 하시는 거 같은데 하체가 빈약하네요, 하체를 해야 테스토스테론이 나와서 근육이 붙어요."

"달리기랑, 네 스쿼트 가끔 해요. 계단 오르는 정도?"

"레그 컬 하세요."

"넵."

"턱걸이 있죠, 서포터 달린 거."

"고무줄 있어요."

"턱걸이랑 푸쉬업만 해도 몸 진짜 좋아져요."

 나는 속으로 벤치프레스는 맨날 하는데...라고 투덜대었다. 속으로만.

"1일 1 팔 하시고"

"헤엑, 1일 1 팔요?"

"네. 바디 프로필은 6월 정도에 찍으시면 될 것 같고요, 식단은 3월부터 시작하세요. 치팅데이는 일주일에 딱 하루, 가능하면 샤브샤브 고기만 건져 드세요."

"넵 넵."

 

 그는 프로였다. 내 몸에 손을 대자마자 눈빛이 바뀌었다. 근데,

 안돼, 나 3월에 바프 찍을 거다. 다작향으로 돌아가는 길에 스마트폰을 들어 메모했다.


-오빠네헬스장

-일일 일팔, 외복사근, 등근육, 하체.

-이두가 너무 부족함

-인클라인, 딥스, 덤벨컬, 레그컬, 스쿼트, 외복사근, 풀업, 친업


앞으로 D-42. 뒤졌다  육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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