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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구일 Feb 02. 2022

작가의 말

조향독학 #0


* 본 게시물 원본은 현재 크몽에서 판매되고 있습니다.

https://kmong.com/gig/399305



 조향사를 꿈꾸는 어느 독창적인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주거나,

 진로에 대해 고민 중인 학생, 이직을 희망하는 회사원 내지는 공무원.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려 하는 주부, 또는 제 2의 인생을 살고자하는 누군가에게 다소 도움이 되길 바라며. 


 향기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다. 

 나는 기계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6년 반 동안 군생활을 해왔던 군인이다. 전역 후 곧바로 물류업 관련 창업을 했으나 적성과 맞지 않는 점, 뭔가 사업의 방향이 내가 추구하는 삶의 방향과는 괴리가 있었던 점에 퇴사 후 현재는 작은 향수 공방을 운영하고 있다. 표현력, 창의력이 풍부한 나로서는 여지껏 내가 걸어온 길 또한 경험이라는 재료로 삼고 있다. 나는 이 조향사라는 직업과 내가 운영하고 있는 작은 공방이 참으로 마음에 든다. 요컨대, 적성에 맞다.     


 학창시절까지만 해도 향수를 뿌리고 친구들과 선생님 앞에 나타날 적이면 ‘너 여자 만나러 가냐?’라는 질문을 익히 들어왔다. 군대야 말할 것도 없었다. 회사 동료, 우리 행보관은 내가 향수를 뿌리고 출근하면 ‘아유, 누가 향수 뿌렸어?’라며 질색하곤 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향수의 대한 인식은 늘상, 서서히 바뀌고 있다. 적어도 내 주변 지인들로부터는 향수는 매너다. 혹은 마치 속옷을 챙겨 입듯 향수를 뿌려주는게 좋다라는 의견을 듣기도 한다. 비즈니스나 연애에 있어 좋은 인상을 남기기 위한 수단으로도 향수를 사용하기도 한다 어떤 이들은 자신에게 어울리는 향수를 구매하기 위해 나의 자문을 구하려 든다. 여기에 덧붙여, 향기의 영역에서만 느낄 수 있는 행복과 즐거움을 찾으려 노력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나는 이런 것에서 자부심을 느끼기도 하며 조향사가 되길 참 잘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조향 수업이란 고가의 수강료를 동반하기 마련이다. 나 또한 그러한 돈이 없어 조향사의 길을 포기하려 했었다. 돈은 물론이요 당시 내가 거주하던 저 먼 철원이나, 포천과 강원도 경계에서는 조향 수업을 들을만한 인프라가 없었다. 향기에 대한 내 열정은  서울 인근의 주말반을 물색하고, 시간을 쪼개어 향수 만들기 원데이 클래스를 듣는가 하면, 인터넷에 조향, 향수, 향료라는 키워드를 부지런히 검색해가며 뭔가, 뭔가 조향이라는 것에 어떻게든 발을 들여 놓고 싶었을 정도였다. 나는 향기에 진심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어느정도 그것을 이뤄가고 있다.     

 우연한 기회로, 나는 조향 실습 키트를 구하게 되었다. 비록 30여 가지의 향료들 뿐인 아주 간단한 조향 키트였지만 나는 당시 60만원이라는 거금을 투자하여, 더 이상 판매하지 않는 상품이라 말하던 판매자(정확히는 협회)에게 ‘철원에 거주하여 수업을 들을 수가 없습니다. 키트만이라도 구매하고 싶습니다.’라 어필해 구하게 되었다. 안팔겠다는 판매자에게 무턱대고 조른 셈이다. 그리고 유명 향수들의 노트가 적힌 상세페이지를 들여다보며, 도서관을 드나들고 웹서핑 도중 구한 조향 기본 어코드들을 흉내내고, 각각의 향료들을 분류하고 기억해내기 위한 올팩션을 하며, 때로는 내가 상상한 향들을 구현해보려 노력하며 시간을 보냈었다. 시간이 지나 결국에는 되는 것이다. 내가 꿈꾸던 내 모습이. 

 당신은 나처럼 아등바등할 필요는 없다. 내 시행착오와 지식으로 빚은 답이 여기에 적혀있다고 자부한다. 최소한 조향 입문만큼은 확실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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