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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구일 Feb 02. 2022

첫사랑, 나의 향수

조향독학 #1

* 본 게시물 원본은 현재 크몽에서 판매되고 있습니다.

https://kmong.com/gig/399305



“선생님 첫사랑 얘기 해주세요.”


 수업이 듣기 싫을 때나 남녀 구분 없이 젊은 선생님을 마주할 때면 우리는 이 질문을 던지곤 한다. 난 남중 남고를 나왔지만 누군가가 던진 이 질문에 대한 선생님들의 수줍은, 노기 어린 대답을 들어본 적이 있다. 그 대답이 기억나진 않지만.


 나는 나만의 인생향수가 두 개 있다. 하나는 내가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길바닥에서 주워 지금도 재구매를 하고 있는 버버리사의 터치 포 맨이라는 향수다.

 직접 만들어서 사용하고 있는 향수야 여러 향수들을 전전하며, 또 조향사의 길을 걷고 있으므로 내가 원하고 또 필요한 향기들을 함축하여 만들었으니 내 인생향수로 꼽을 수 있는게 당연하겠지만, 이 버버리 터치 포 맨이라는 향수와의 인연은 내가 고등학생 시절, 지하주차장에서 향수 하나를 주워 온 것에서 시작한다. 정말로 길바닥에서 주은 향수였다.

 남성의 상체를 묘사한듯한 역삼각형 모양의 향수병, 나무 재질의 크고 굵은 마개. 뚜껑을 열어 냄새를 맡아보니 강한 스킨로션 냄새가 났었다. 그때만큼은 어른들이나 쓰는 향수겠거니, 생각해서 안방 화장실에 고이 모셔 두었었다. 시간이 흘러 나는 그 사실을 잊고 지내다가 20대가 되고 부쩍 멋을 부릴 즈음, 다시 한 번 그 향수의 향기를 맡아보게 된다.

 버가못의 짙은 향기로부터 시작하는 신사적인 첫 향에서, 통카 빈의 포근하고 따뜻한 향이 물씬 감도는 잔향까지. 나는 ‘이거다’ 싶었다. 젠틀하고 싶었고 따뜻하면서도 정감있는 남자이고 싶었다. 그렇게 향수 한 병을 처음으로 다 써 보았다.


 당신도 인생향수가 있는가? 또는, 향수로부터 이러한 매력을 느껴본 적이 있는가? 아니면 조향사가 되어 이런 멋진 향수를 만들어 보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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