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고를 준비 중인 당신에게
두번째 이야기- "깔끔한 형식으로 정성을 보여주세요."
브런치는 출간을 준비하는 작가에게 매력적인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매년 열리는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당선은 가장 좋은 출간 루트이기 때문이다. 검증된 유명 출판사에서 책을 출간할 수 있고 자연스러운 홍보 효과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곳은 없다고 생각한다. 나도 당선을 꿈꾸었지만, 두 번 연속 탈락했다. 올해는 도전하지 못했는데, 좋은 주제로 글을 잘 다듬어 다음 해에는 꼭 응모해보고 싶다.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의 경쟁률은 매년 고공상승 중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매년 브런치 작가의 수는 많아지고, 그들의 필력은 놀라울 정도이기 때문이다. 시중에 출간된 도서와 비교했을 때 가독성과 유의미성에서 전혀 뒤지지 않는다. 나는 독서할 때 가독성과 책이 전하는 의미여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가독성이 좋아 잘 읽히지만 읽고 나서 남는 것이 없을 때는 독서 후, 찝찝한 기분이 들기도 하고 시간을 헛되이 보낸 것 같아 불편한 마음이 든다. 반대로 유의미함은 충만한데 잘 읽히지 않는 글을 붙잡고 있을 때는 도중에 읽기를 포기한다. 그래서 쉽게 읽히면서 독자에게 유의미함을 조금이라도 전달할 수 있는 글을 쓰고자 노력하는 편이다.
출간을 고민 중인 작가들이 한 번쯤 머릿속으로 고민하는 출간 방법 중 하나는 투고다.
자신이 직접 출판사의 문들 두드리는 것이다. 글쓰기 강좌에서 한 강사는 자신의 첫 책을 출간하기 위해 200곳에 투고를 했다고 말했다. 직접 발품을 팔아서 출판사 이메일을 획득했다며 노력하는 자에게 기회가 온다고 강조했다. 강사는 강의를 들은 사람들에게 자신이 수집한 출판사 이메일을 엑셀 파일로 건네줬다. 메일을 건네받으며 마음이 묘하게 콩닥거렸다.
투고를 하려면 우선 글이 어느 정도 확보되어 있어야 한다. 책 한 권 분량의 글을 모두 가지고 있는 것이 좋겠지만 완고된 원고로 투고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투고 당시 내 원고도 완고된 상태는 아니었다. 다만 글의 짜임과 목차 등은 모두 잡아둔 상태였다. 쓰다 만 글, 다듬지 않고 거칠게 적은 글, 그리고 제목만 염두해 두고 두서없이 메모해 둔 글들을 모두 모았다. 작은 조각 글까지 모두 합치니 마흔 개 정도 됐다. 이 글을 다듬어서 출판사의 문을 두드렸다.
글을 다듬으며 투고할 출판사 목록도 정리했다. 강사가 건넨 출판사 목록을 먼저 살펴봤다. 인터넷 검색창에 출판사 이름을 쳐보기도 하고 메일 주소를 입력해보기도 했다. 강사가 건넨 출판사 목록에는 스무 해 전에 폐업한 출판사, 성인 출판물을 기획하는 출판사, IT전문 서적 즉 워드 프로세서, 정보처리기사 같은 시험의 기출문제를 정리해서 출간하는 출판사 등도 있었다. 강사의 말만 듣고 이런 곳에 투고를 했다가는 망신만 당할 뻔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스스로 찾았다. 강사가 건넨 출판사 목록도 참고하고 직접 내가 출간하고자 하는 주제와 결이 비슷한 출판사의 홈페이지를 뒤지며 투고할 곳을 30곳 정도로 추렸다. 출판사 목록을 정리하니 투고에 대한 의지가 불탔다.
편집자 혹은 담당자가 가장 먼저 읽게 될 출간 기획서 작성이라는 중요한 일이 남았다. 출간 기획서란 말 그대로 자신이 출간하고자 하는 책의 제목과 목적, 저자인 자신에 대한 소개 등 책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담는다. 글쓰기 강좌를 들으며 출간 기획서를 최대한 깔끔하고 보기 좋게 만들고 싶어졌다. 편집자가 메일함을 열어서 기획서를 확인했을 때, 첫인상이 중요한 법이니 말이다. 이 사람이 성의 있게 작성했구나, 그러니 한번 읽어볼까 이런 마음이 생길 수 있도록 작성하고자 했다. 메일함을 열었는데, 중구난방으로 작성된 기획서를 본다면 분명 읽고 싶지 않을 것이다. 글씨체나 문서의 여백 그리고 줄간격 등 보여지는 모든 것들을 깔끔하고 보기 좋게 만들었다. 열었을 때 읽고 싶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 수 있도록 표현하고자 애썼다.
그래서 고민 끝에 선택한 방법이 문서 편집의 기본 양식을 따르는 것이다.(내가 근무하는 조직의 공문서 양식을 따랐다.) A4용지 기준으로 여백은 가로, 세로, 위, 아래 20씩 했고 그리고 머리말과 꼬리말은 15로 그리고 글씨체는 휴먼명조나 함초롬 바탕으로 했다. 가장 사무적인 글씨체이며 문서로 정리되었을 때 깔끔해 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글씨체는 호불호가 별로 없다. 글씨의 크기도 일반적인 본문을 작성할 때는 10~11포인트가 좋다. (나는 10포인트로 했다.) 제목은 15포인트로 하고 강조하기 위해 진하게 했다.
출간 기획서에는 출간목적과 저자 소개를 넣는다. 출간 기획서의 출간 의도와 목적은 메일함을 열었을 때 담당자가 처음 읽어보는 것인 만큼 정성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나는 프롤로그의 일부분을 요약해서 넣었는데, 이 부분에 사실 공을 제일 많이 들였다. 저자소개는 간단히 작성하는 것을 기본으로 했지만, 이 책을 전문적으로 소화할 수 있는 저자임을 표현하고자 노력했다. 직장에서의 경력, 그리고 미약하지만 브런치의 독자수와 누적 방문자수 그리고 브런치의 주소도 넣었다. 브런치 작가임은 어디에서나 자랑하기 충분하다. 검증된 글 짓는 사람임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출간 기획서는 메일 본문에 길게 나열하듯 쓰지 않고 한글문서로 따로 정리했고 편집자가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간단한 편지글도 메일 본문에 적었다. 첨부파일인 한글문서는 하나의 파일로 만들었으며 출간기획서, 목차, 프롤로그와 샘플원고를 순서대로 보기 좋게 나열했다. 이것도 나만의 요령이라면 요령이다. 여러 번 클릭하지 않고 한 번에 볼 수 있도록 메일을 열어보는 편집자(담당자)를 배려한 것이다.
내가 작성한 메일 본문이다. 참고하실 분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다.
안녕하세요, 담당자님.
저는 윤리 교육을 전공하고 중학교에서 20년째 근무 중인 교사입니다.
스스로를 사춘기 감별사라 부르며, 중학생들의 이야기에 많은 관심을 갖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중학생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 독자분들과 나누고 싶어 도서를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1. 책 제목 : 중학생의 세계
2. 기획 의도 : 대한민국 중학생들의 일상과 생각을 통해 세대 간 갈등의 폭을 줄이고 그들을 올바르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이야기들을 담아보려 합니다.
3. 예상 독자층 : 중학생들의 생각과 삶을 이해하고 싶은 학부모를 비롯한 어른들, 비슷한 또래의 삶을 궁금해하는 10대 청소년들
중학생들과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글로 표현할 수 있으며 전문성 있게 원고를 완성할 수 있다는 점을 깊이 참고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원고에 관해 궁금하신 부분이 있으시다면 본 메일 회신 또는 아래 연락처로 연락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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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이렇게 서른여 곳의 출판사 문을 두드렸다. 그리고 출간을 하게 됐다. 출간을 기획 중이라면 좋은 글도 중요하지만 좋은 글을 읽게 만드는 깔끔한 형식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출간 기획서 형식에 대한 설명은 이쯤에서 마무리하고 다음화에는 가장 세심한 정성을 기울여 작성한 목차 구성에 대한 소소한 팁을 전하고자 한다.
"일주일에 한 번씩 매거진의 글을 발행하려고 해요. 저는 현재 세 개의 매거진(육퇴 후 철학책 읽기, 나는 어쩌자고 교사가 되었을까, 나의 출간일지)을 운영 중인데요. 이 매거진들을 바쁘게 오가며 일주일에 한 번씩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