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 이야기
브런치에 입문한 지 3년째다.
정확하게 2021년 2월 17일에 브런치 작가 합격 메일을 받았으니, 3년째 작가의 삶을 살고 있다.
브런치는 지극히 평범한 나를 작가로 만들어준 소중한 공간이다. 매일같이 들락거리며 다양한 분야의 글을 읽고 감탄했다. 그리고 내 글도 끄적였다. 하지만 발행하진 못했다. 좋은 글을 발행하고 싶다는 욕심 탓도 있지만 창작의 고통을 계약한 원고에 쏟아부어야 했기 때문에 브런치를 돌볼 여력이 없었다. 전업작가로 살고 싶지만 어쩔 수 없이 직장인으로 살아야 하는 내겐 에너지가 정해져 있다. 글쓰기에 몰입해서 살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지만 어쩌겠는가 이 또한 나의 운명인 것을. 그래도 읽고 쓸 수 있는 취미를 가지고 있음에 늘 감사하다. 만약 다른 취미를 가졌더라면 나는 많이 무너졌을 것이다.
구독자들이 글을 기다리고 있다는 알림을 받을 때면 그리고 글쓰기는 운동과 같아서 매일 한 문장이라도 쓰는 근육을 길러보라는 반가운 독촉을 받을 때면 죄책감이 싹텄다. 미천한 글을 읽어주시고 라이킷 해주신 분들 때문에 조금씩 글쓰기의 영역을 확장해 갈 수 있었다. 글을 발행하며 그분들의 응원에 보답해야 하는데, 그럴 수 없어서 죄스러웠다. 독자분들을 일일이 찾아뵙고 내 사정을 고하며 죄송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을 지경이었다. 그래서 출판사에 원고를 발송하자마자 이곳에 찾아와 글을 남기고 있다.
브런치 작가에 합격하고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퇴근 후, 비대면으로 진행되는 글쓰기 강좌를 여러 개 들었다. 도움이 된 이야기도 있었고, 그냥저냥 모두가 아는 이야기를 두서없이 풀어놓는 강의도 있었다. 하지만 듣지 않는 것보다는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글쓰기 강의를 몇 차례 듣다 보니 용기가 생겼다. 브런치 매거진 주제였던 이야기로 글을 다듬어 목차를 만들었고 투고를 했다. 정확하게 34곳의 출판사에 이메일을 보냈다. 그중 네 곳에서 연락을 받았다. 한 곳의 출판사와 계약했고 책을 출간했다. 투고를 햐며 한 곳에서라도 연락이 오면 좋겠다고 간절히 바람했다. 투고 후 3일 뒤에 출판사의 연락을 받았다. 연락을 받고 환호를 지르며 기뻐했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 참 묘하다. 한 곳에서 연락이 오니 혹시나 하는 생각에 며칠 기다려봐야겠다는 맘이 들었다. 그렇게 이틀뒤 또 한 곳에서 연락이 왔다. 이번에도 혹시나 싶은 마음에 또 기다려봤다. 2주가 지나도 연락이 없자 체념하고 두 군데의 출판사를 비교했다. 그리고 한 곳과 구두로 계약을 진행했다.
구두계약 후, 일주일 뒤 세 번째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다. 투고할 때 마음속으로 연락이 오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출판사가 몇 곳 있는데 세 번째 출판사는 그중 한 곳이었다. 세 번째 출판사에서는 조건을 제시했다. 우선 내 원고를 출간할 수 있을지 없을지 신중하게 회의를 해보겠다고 했다. 그 회의 후, 출간이 거절될 수 있음을 알렸다. 이 무슨 희망고문이란 말인가. 그래서 솔직하게 나의 사정을 알렸더니 그럼 빠르게 회의를 진행해서 내일 결과를 알려준다고 했다. 다음 날 출간거절 전화를 받았다. 나는 구두로 계약한 출판사와 정식 계약서를 작성했다.
계약서를 작성하고 원고 마감일을 정했다. 원고 작성에 전념할 즈음, 투고한 지 한 달하고도 보름이 지났을 무렵 네 번째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다. 네 번째 출판사 역시 마음속으로 생각했던 곳 중 하나였다. 연락이 늦어진 이유는 중간에 담당자가 바뀌면서 내가 투고한 원고를 늦게 확인했다고 말했다. 출판사 담당자분은 혹시 계약한 출판사가 있냐고 물었다. 나는 이미 계약했음을 알렸다. 담당자분과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살짝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모든 일에는 시기적절한 때가 있음을.
계약한 출판사에서 담당 편집자가 몇 차례 바뀌며 예상했던 출간 일정보다 출간이 몇 차례 미뤄졌다.
그럴 때마다 혹시나 출간 계약이 없던 일이 되면 어쩌나. 내 원고가 매력적이지 않은 걸까, 온갖 잡스러운 생각이 들며 초조해졌다. 초조한 마음에 조심스럽게 담당편집자님께 문자를 보내고 전화를 했다. 이런 지루한 과정을 보내며 2023년 10월 12일 '가끔은 발칙한 중학생의 세계'가 출간됐다.
책 출간 과정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매력 넘치고 일상에 활기를 잔뜩 안겨준 기분 좋은 과정이었다.
글이라는 것이 쓸수록 매력적인 일이라 멈추기가 어렵다. 첫 책을 출간하기로 하고 바쁘게 쓰던 뭔가가 없어지니 허전했다. 노트북을 두들기던 키보드 자판소리가 그리웠다. 그래서 철학을 주제로 글을 썼고 또 한 권의 책을 계약하게 되었다. 책 읽기를 좋아하던 평범한 40대 여성이 브런치 작가가 되었고, 어쩌다 보니 책을 두 권 출간하게 되었다. 그리고 앞으로 유의미한 책을 좀 더 지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나의 인생에 빠질 수 없는 글쓰기와 책 출간의 서사를 전하고 싶다. 내가 전하는 출간이야기가 한 분에게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나의 출간일지'라는 매거진에 글을 발행할 생각이다. 8개의 이야기로 발행할 예정이며, 다음 화에서는 출간 기획서를 만드는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