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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lden Tree Apr 30. 2024

출간과정에서 느낀 2%의 아쉬움

여섯 번째 이야기

간절히 염원하던 출간 작가가 된 지 오늘로 200일이 되었습니다. 투고 후, 계약서를 작성하자는 출판사의 연락을 받았을 때 정말 짜릿하고 행복했습니다.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었어요. 직장에서 근무 중에 전화로 계약 소식을 접했는데 너무 좋아 혼자 주차장으로 달려가 차 안에서 환호성을 질렀던 장면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하루에도 수십 개씩 들어오는 투고 원고 중 제 원고가 선택된 이유를 전해 들을 때에는 묘하게 울컥했습니다. 계약 후 원고 마감일까지의 분주함을 즐기며 염원하던 출간을 하게 됐습니다.


로또를 사보신 분은 아실 겁니다. 당첨일을 기다리며 머릿속으로 온갖 상상을 하게 된다는 점을요. 책 출간도 비슷하더라고요. 원고 마감일에 원고를 보내고 나니 오만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만약 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어 몇 쇄씩 인쇄를 하게 되면 나는 어떤 삶을 살게 될까 궁금해지며, 상상의 날개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끊임없이 이어졌습니다. 계산기를 두드리며 인세로 얻게 될 수익을 계산해 봤습니다. 그리고 책이 많이 팔려 꿈꾸던 전업 작가의 삶을 살게 되면 자그마한 작업실을 하나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에 동네 부동산 앞에 붙은 원룸 시세도 힐끗 쳐다봤어요. 이왕이면 작업실 겸 책방이 좋겠다며 몫 좋은 상가 자리도 곁눈질했답니다. 온갖 상상의 날개를 펼치며 즐겁게 출간일을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로또가 늘 낙첨이듯 제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일은 아직까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언젠가는 일어날 수도 있겠다는 소망은 갖고 있습니다^^)




오늘 전할 '나의 출간일지' 여섯 번째 이야기는 출간 과정에서 느꼈던 아쉬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미리 알고 있었더라면 아쉬운 마음이 덜했을 것 같아 출간을 준비하는 분들께 전하고 싶은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출간 작가가 된 후, 서점에 가면 가장 먼저 제 책이 있는지를 살펴보게 되더라고요. 서가에 조용히 꽂혀 있는 제 책을 눈에 잘 띄는 곳에 소심하게 꺼내두며 나름 전략적 홍보를 하기도 합니다. 책의 안부를 확인하곤 요즘 트렌드를 살펴보고자 베스트셀러 코너를 기웃거려 봅니다. 베스트셀러 도서를 넘겨보며 내 책도 꽤 괜찮은데 왜 사람들이 선택하지 않을까라는 거만한 생각을 하기도 해요. 판매와 상관없이 애써 쓴 책인데 사람들이 많이 읽어주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기더라고요. 그러면서 드는 생각이 출간 전, 좀 더 적극적으로 내 의견을 출판사에 피력해 볼 걸 하는 후회가 들었습니다.


책을 출간하며 저는 출판사와 의견 조율을 주로 카톡, 이메일, 전화로 했어요. 출판사에서 먼저 연락이 오면 답을 하는 수동적 태도를 한결같이 고수했습니다. 그리고 편집자와 연락할 때마다 늘 엄청 조심스러워했어요. 까탈스럽게 굴다가 출간 제의를 거절하면 어쩌나 라는 생각을 했거든요. 혹시라도 책 출간이 거절당하면 그 리스크를 감당할 자신이 없었어요. 그래서 궁금한 게 있어도 꼬치꼬치 캐묻지 않았고 연락을 주겠다고 한 기간에 연락이 오지 않을 때도 무작정 기다렸습니다. 기다림에 지쳤을 때도 몇 차례 핸드폰을 들었다 놨다를 반복하곤 고민 끝에 어렵게 연락을 했습니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이런 걱정은 쓸데없는 완벽한 기우(杞憂)였어요. 출간 계약서에 도장을 날인하고 저자와 출판사 사이에 계약이 성사되었다면 출판사는 책을 발행할 의무를 가지고 있습니다. 명시된 기한 내에 책을 발행하지 않으면 출판사는 의무를 소홀히 한 셈이 되고 계약을 위반한 것이 됩니다. 그러니 출간이 취소될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


출간 과정을 겪으며 무엇보다 작가와 편집자와 소통이 잘 이루어져야 좋은 책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자가 궁금하고 바라는 점이 있다면 언제든 편집자에게 연락하고 소통하는 것이 좋습니다.  혹시라도 저처럼 출간 계약을 하셨거나 혹은 출간 계약을 앞두고 출판사가 혹시라도 거절할까 두려워 연락을 주저하고 계신다면 그런 걱정을 접어두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궁금한 점이 있다면 언제든 편집자에게 전화하시고 연락하셔서 의견을 말하세요. 책을 출간하고 나니 저는 이 부분이 가장 아쉬웠습니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표지 제작, 책 종이의 질, 책에 들어갈 글씨체와 디자인, 삽화 등 모든 걸 세세하게 짚어가며 제 의견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책을 읽다 보면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는 표지가 있어요. 그리고 종이의 질이 좋게 느껴지는 책이 있습니다. 글을 돋보이게 하는 글씨체도 분명 있고요. 똑같은 글을 번역한 번역서인데도 왠지 한눈에 들어오는 가독성 좋은 책이 있거든요. 그런 책에 눈길이 머물고 손길이 갑니다. 출간 과정에서 생기는 이런 모든 것들을 출판사의 의견만 따르지 마시고 저자의 의견도 말해야 합니다. 속으로만 생각하지 마시고 꼭 말씀하세요. 저는 이 부분이 후회됩니다.

의견이 반영되지 않더라도 말은 해 볼 수 있었을 텐데, 왜 입을 꾹 다물고 있었는지 후회돼요. 책 출간에 있어서 작가와 출판사는 협력관계에 있습니다. 출판사 입장에서도 책을 발행했으니 독자들의 선택을 많이 받는 것이 좋잖아요. 독자에게 다가갈 수 있는 좋은 책을 만드는 공통의 목적을 갖고 있으니 충분히 소통하실 것을 권장합니다.


출간 작가가 되고 후회되는 일이 한 가지 더 있습니다. 막상 계약을 하고 출간할 무렵 괜히 부끄러운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출간 소식을 주변에 정말 가까운 지인에게만 알렸습니다. 하지만 소문은 늘 빠르잖아요. 조금 시간이 지나니 알만한 사람들은 모두 출간 소식을 알고 있더라고요. 그러니 주변에 출간 소식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책 한 권 분량의 방대한 글을 쓰는 건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그런 대단한 일을 해냈으니 자랑할 자격도 충분한 셈이죠. 출간을 앞두고 계시거나 준비 중이시라면 당당하게 말하세요.

"저 책 썼어요. 저 작가입니다."라고요.

자연스럽게 책을 홍보하는 과정이 될 수 있습니다.


출간의 과정을 경험하다 보니 홍보에 관해서도 할 말이 좀 있네요. 홍보와 관련해 느꼈던 생각은 '나의 출간일지' 일곱 번째 이야기에서 전하겠습니다. 출간 과정에서 궁금하시거나 문의하실 사항이 있다면 연락주세요. 알고 있는 범위 한에서 알려드리겠습니다.

작가님들의 건필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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