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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수인의 호수토리 Jun 17. 2020

디트로이트 '배드 보이즈' (1부)

누가, 어떻게, 왜 배드 보이즈인가

# NBA 흑역사의 주인공

# GAME PACE 하락의 주범

# 마이클 조던을 괴롭힌 악당들

# 리그에서 사라져야 하는 악성팀


그리고 # 89~90 NBA 백투백 챔피언


70년이 넘는 NBA 역사의 한 페이지에는 상대팀 선수들과 팬들은 물론, 농구에 전혀 관심 없는 (하지만 마이클 조던은 아는) 사람들조차 극혐 했던 팀이 있었으니.. 바로 전무후무한 거친 플레이 스타일을 중심으로 80년대 중반부터 90년대 초까지 NBA를 접수했던 디트로이트 '배드 보이즈' 피스톤즈이다.


화제의 ESPN 스포츠 다큐 '라스트 댄스'는 주인공인 마이클 조던과 시카고 불스를 중심으로 스토리가 전개되는 만큼, 배드 보이즈에 대한 스토리는 한쪽으로 치우쳐진 경향이 있고 분량 역시 미미한 수준이다. 때문에 배드 보이즈의 두목 역할을 수행했던 아이재이아 토마스는 각종 미국 미디어에 출연하여 배드 보이즈에 대한 오해 아닌 오해에 대해 해명하기도 했다.


ESPN Sports Center에 출연해 '라스트 댄스' 관련 해명하는 아이재이아 토마스


좋아할 필요는 없지만 절대 RESPECT 해야 하는 배드 보이즈. 이들이 대체 누구인지, 어떻게 배드 보이즈가 되었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왜' 배드 보이즈가 되었는지 알아볼 시간이다.




# 누가 '배드 보이즈' 인가


- 척 데일리   (보스)   배드보이즈의 '89~90 백투백 우승을 이끈 감독이자, 1992 오리지널 드림팀의 감독

- 아이재이아 토마스   (리더)   NBA 역대 No. 2 포인트 가드*이자,  NBA 역사상 아마 가장 정치적인 인물

   * 조던이 ESPN 인터뷰를 통해 직접 밝혔던 내용으로, 매직 존슨에 이은 역대 2위 포인트 가드로 꼽았다.

- 조 듀마스   (젠틀맨)   조던을 가장 잘 막는 1-on-1 디펜더이자, 배드보이즈 중 유일하게 젠틀한 슈팅가드

- 빌 레임비어   (진짜나쁜놈)   외곽 슈팅 터치를 보유한 레어한 센터이자, 세상에서 가장 많은 안티팬 보유

- 데니스 로드맨   (허슬러)   역대 최고의 리바운더이자 디펜더이며,  투지와 더티의 경계를 넘나드는 성향

- 비니 존슨   (식스맨)   핫해지면 누구도 막을 수 없는 뜨거운 득점 감각 덕분에 '전자레인지'라는 별명 소유

- 릭 마혼   (진짜나쁜놈2)   레임비어 다음으로 많은 안티팬을 보유했던 전형적인 블루 칼라 벤치 플레이어

- 존 샐리   (웃긴놈)   트랜지션 상황에서 러닝에 능한 빅맨, 엄청난 유머로 락커룸 분위기 메이커 역할 담당

- 마크 어과이어   (베테랑)   리더와의 친분을 바탕으로 팀 케미를 완성시킨 배드보이즈의 마지막 퍼즐 조각'


그리고 잭 맥클로스키   (단장)   위의 인물들을 단계적으로 영입하며 배드 보이즈의 성공을 그려낸 장본인


89~90 시즌 NBA 챔피언 디트로이트 피스톤즈 팀 단체사진 (출처 : NBA.COM)


그 외에도 제임스 에드워즈 등 소리 소문 없이 제 역할을 수행했던 롤 플레이어들이 있지만, 백 투 백 우승 당시 로테이션 플레이어로 기용된 선수들은 위와 같이 요약된다.


# BLEACHER REPORT에서는 훗날 배드 보이즈 중 제일 나쁜 5명을 별도로 선정하기도 했다.

  (빌 레임비어 - 데니스 로드맨 - 릭 마혼 - 아이재이아 토마스 - 존 샐리 순)




# 어떻게 '배드 보이즈' 인가


배드 보이즈의 탄생은 1979년 잭 맥클로스키 단장의 부임과 함께 시작된다. 현역 시절 30건 이상의 트레이드를 성사시키며 'THE TRADER'라는 별명을 얻었던 그는 자기만의 독특한 선수 평가 방식으로도 유명했는데..


맥클로스키 단장은 선수 스카우팅 과정에서 항상 종이와 펜을 들고 다니면서, 자신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10가지 핵심 항목에 대해 1~10점 범위에서 항목별 점수를 책정한 후, 평가 총점을 기준으로 선수 영입 여부를 결정했다고 한다.


맥클로스키 단장 부임 이후 첫 2 시즌 간 리그 하위권에 머물렀던 디트로이트는, 똥팀에게 주어지는 당연한(?) 권한 행사 차원에서 '81 드래프트 초상위권 1라운드 2번 픽 행사권을 획득하고, 이 픽은 훗날 배드 보이즈의 리더로 거듭나게 될 아이재이아 토마스가 된다.


루키 계약서에 서명 중인 아이재이아 토마스와 잭 맥클로스키 (출처 : NY TIMES)


화려한 볼 핸들링 스킬*을 바탕으로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이미 루키 시즌에 올스타게임 선발로 출전했던 아이재이아 토마스는 비록 동시대에 활약했던 매직 존슨의 그림자에 가려져 있었지만, 'GREATEST SMALL MAN'이라는 호칭에서 알 수 있듯이 신체 사이즈를 초월하는 승부욕과 그에 걸맞은 플레이메이킹 및 게임 페이스 조절 능력을 보유한 역대 최고의 포인트가드 중 한 명이다.

* 90년대 팀 하더웨이, 00년대 앨런 아이버슨, 10년대 스테픈 커리/카이리 어빙과 같은 최고의 볼 핸들러들의 선구자라 할 수 있겠다.


명실상부한 프랜차이즈 플레이어인 토마스와 더불어 맥클로스키 단장은 81~82 시즌 도중 훗날 배드 보이즈의 '근간'이 될 두 명의 선수를 트레이드로 영입하는데, 이 선수들이 바로 빌 레임비어와 비니 존슨이다.


아마 NBA 역사상 가장 많은 'HATER'를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빌 레임비어는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 소속 선수 시절, 가비지 타임에서도 젖 먹던 힘까지 다해 (더티하게) 플레이하는 모습을 종종 보여주며 맥클로스키 단장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아마 맥클로스키 단장의 메모에는 '허슬 포인트 10점'이 기록되었을 것이다)


'DIRTY PLAY'의 대명사로 꼽히는 빌 레임비어 (출처 : ESSENTIALLYSPORTS.COM)


비니 존슨은 전형적인 득점형 식스맨으로서, 코트에 들어서면 예열시간조차 필요 없이 곧바로 뜨거워지는 손끝 감각을 바탕으로 선보이는 폭발적인 득점력 덕분에 '전자레인지(MICROWAVE)'라는 별명으로 기억되는 선수. ('00년대 바비 잭슨, '10년대 자말 크로포드의 전신이라 할 수 있겠다)


위와 같 선수들의 영입에도 불구, 팀이 다음 시즌인 82~83 시즌에도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하자 맥클로스키 단장은 팀 내 새로운 목소리의 필요성을 느끼고 오프시즌에 척 데일리 감독을 선임하게 된다. 50세가 넘는 나이에 클리블랜드에서 첫 NBA 감독직을 맡았던 그는 이전 팀에서 딱히 내세울만한 성적을 거두지는 못했으나, 수비 중심의 코칭 철학과 '묵묵한 카리스마'의 소유자로서 디트로이트의 개성 넘치는 선수들을 조율할 수 있는 적임자로 평가되었다고 한다.


척 데일리 감독 부임 이후, 디트로이트는 1983년부터 1992년까지 10 시즌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하게 되며, 이러한 성과 덕분에 USAB(미국농구협회)는 훗날 데일리 감독을 1992 오리지널 드림팀의 감독으로 임명한다.

(EGO가 넘쳐흐르는 드림팀 선수들에게 최대한의 '자유'를 보장하는 데일리의 오픈 마인드와, 팀의 모든 공을 선수들에게 돌리는 겸손한 성향 역시 드림팀 감독 선발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1992 오리지널 드림팀의 감독이었던 척 데일리. (출처 : NBA.COM)


아이재이아 토마스 드래프트 이후 디트로이트의 정규시즌 (플레이오프) 성적

- 81~82 : 39승 43패 (진출 실패)

- 82~83 : 37승 45패 (진출 실패)

- 83~84 : 49승 33패 (1라운드 탈락)

- 84~85 : 46승 36패 (2라운드 탈락)

- 85~86 : 46승 36패 (1라운드 탈락)


아이재이아 토마스가 5년 차가 된 85~86 시즌까지 디트로이트 피스톤즈가 정규시즌 50승의 고지를 넘는데 실패하자, 맥클로스키 단장은 팀을 엘리트 레벨로 성장시키기 위한 마지막 카드들을 모조리 꺼낸다. 


'85 드래프트 스틸 픽 조 듀마스는 리그 최정상급 듀얼 가드이자 투웨이 플레이어로서, 아이재이아 토마스의 리딩과 스코어링을 보조하는 동시에 상대팀 에이스를 대인마크로 봉쇄할 수 있는 다재다능한 선수였다.


SPORTS ILLUSTRATED COVER를 장식한 '조던 스타퍼' 조 듀마스 (출처 : SI)


아울러 디트로이트는 물불을 가리지 않는 허슬러 역할을 자처하는 빅 사이즈 롤 플레이어인 릭 마혼, 데니스 로드맨, 존 샐리를 순차적으로 영입하고, 리그 최상위급 스코어러인 애드리안 댄틀리까지 트레이드로 데려오면서 공수 밸런스와 로스터의 깊이를 겸비한 차세대 대권주자로 기대를 받으며 86~87 시즌을 맞이하게 된다.




# 왜 '배드 보이즈' 인가


아이재이아 토마스, 비니 존슨, 문신 없는(!) 데니스 로드맨 / 출처 : CBS)


맥클로스키 단장의 주도하에 단계적으로 성장한 디트로이트 피스톤즈는 86~87 정규시즌에 52승 30패를 기록하며 프랜차이즈 역사상 두 번째로 50승 이상의 성적을 거두게 된다. 세대교체가 진행 중이었던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에 이어 디트로이트가 동부 컨퍼런스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면서, 이들이 과연 무적의 보스턴 셀틱스를 꺾고 결승전에 진출할 수 있을지에 들과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동부 3번 시드였던 피스톤즈는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워싱턴 불리츠를 3승 무패로 스윕 한 후, 2라운드에서는 동부 2번 시드 애틀랜타 호크스마저 4승 1패로 제압하며 대망의 셀틱스-피스톤즈 동부 컨퍼런스 파이널 매치업을 성사시킨다..


..그리고 시리즈는 접전 그 자체였다.


'87 동부 컨퍼런스 파이널 시리즈 스코어

- 1차전  셀틱스 104 : 91 피스톤즈

- 2차전  셀틱스 110 : 101 피스톤즈

- 3차전  셀틱스 104 : 122 피스톤즈

- 4차전  셀틱스 119 : 145 피스톤즈

- 5차전  셀틱스 108 : 107 피스톤즈*

- 6차전  셀틱스 105 : 113 피스톤즈

- 7차전  셀틱스 117 : 114 피스톤즈


* 5차전 종료 직전 아이재이아 토마스의 인바운드 패스에 대한 래리 버드의 스틸, 경기 종료 1초 전 데니스 존슨의 게임 위닝 레이업은 NBA 역사상 가장 소름 끼치는 명장면(흑역사) 중 하나로 기억된다.


NBA 역사상 가장 위대한 스틸 및 어시스트를 눈앞에 둔 래리 버드 (출처 : USA TODAY)


마지막 7차전까지 박빙이었던 이 매치업의 내면에는 수많은 신경전과 몸싸움이 있었다. 특히 3차전에서는 래리 버드와 빌 레임비어 간의 난투극이 벌어지면서 두 선수 다 퇴장당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매직 존슨과 함께 80년대 NBA '성역'의 위치에 올랐던, 84~86 3 시즌 연속 정규시즌 MVP에 빛나는 래리 버드에 대한 피스톤즈의 피지컬한 플레이에 팬들은 시리즈 내내 야유를 퍼부었지만, 결국 피스톤즈가 패하며 분위기는 사그라드는 듯했다.


하지만 시리즈 종료 후 진행된 데니스 로드맨과 아이재이아 토마스의 래리 버드 관련 인터뷰 내용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피스톤즈에 대한 'HATE'는 보스턴 지역을 초월해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게 된다.


7차전 포스트 게임 인터뷰에서 뉴욕 타임스 지의 기자가 '래리 버드의 퍼포먼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라고 질문하자, 로드맨은 버드가 '매우 과대평가된(very overrated)' 선수이며, 그가 3 시즌 연속 MVP로 선정된 이유는 '단지 그가 백인이기 때문(only because he was white)'이라는 자극적인 답변을 남긴다.


그리고 이어진 아이재이아 토마스의 코멘트는 불난 집에 부채질과 더불어 기름통까지 던져버린다.


'로드맨의 말에 동의한다. 래리 버드가 흑인이었다면 그저 많은 평범한 선수들 중 한 명일 것이다'

'I’d have to agree with Rodman. If he was black he’d be just another good guy.'


더티한 플레이 스타일과 NBA 성역에 대한 모독 및 인종차별 발언. 디트로이트 피스톤즈가 단일 시리즈를 통해 단숨에 전 세계적인 '배드 보이즈'로 거듭나는 순간이었다.


인종차별 (백인 비하) 관련 논란이 확산되자 아이재이아 토마스는 래리 버드와 별도의 기자회견을 통해 해명을 시도하였으나, 사람들의 인식을 되돌리기에는 이미 한발 늦은 상태였다.


래리 버드와 함께 기자회견을 통해 인종차별 발언 관련 논란을 무마시키려 했던 아이재이아 토마스 (출처 : BOSTONGLOBE)



'배드 보이즈' 타이틀의 탄생 배경


그렇다면 '배드 보이즈'라는 타이틀은 어떻게 탄생한 것일까?

아이러니하게도 이 타이틀의 근원은 바로 NBA 사무국이었다.


87~88 시즌 종료 후 NBA 엔터테인먼트팀은 각 팀별 시즌 리뷰 및 하이라이트 비디오를 제작하게 되는데, 이 영상을 통해 디트로이트 피스톤즈가 처음으로 # 배드 보이즈라는 타이틀로 소개된 것으로 전해진다.


87~88 시즌 디트로이트 피스톤즈 시즌 하이라이트 비디오 (출처 : WORTHPOINT)


또한 동시대에 트러블메이커 기질이 다분한 선수들을 대거 보유하여 NFL 총재와 서로 밥먹듯이 물고 뜯기는 사이를 유지하던 NFL 오클랜드 레이더스의 구단주 앨 데이비스, 그가 디트로이트 피스톤즈의 '악동 이미지'에 감명을 받은 나머지 '경의'의 표시로 레이더스의 팬 기어를 선물하게 되는데, 88~89 프리시즌에 척 데일리 감독을 비롯한 피스톤즈 선수들이 이를 착용하고 등장하면서 '배드 보이즈' 이미지에 쐐기를 박게 된다.


여기에서 새로운 마케팅 기회를 포착했던 디트로이트 지역 머천다이징 업계에서는 디트로이트 피스톤즈만의 '배드 보이즈' 로고를 자체적으로 구상하여 상품화하고, 이 상품은 피스톤즈 팀 성적의 상승세와 맞물려 미국 전역에서 큰 인기를 끌게 된다.


디트로이트 '배드 보이즈' 로고가 탄생하는 순간 (출처 : FOXSPORTS)
19~20 시즌 중 '배드 보이즈' 로고가 박힌 모자를 착용하고 경기장에 등장한 레지 잭슨 (출처 : VINTAGEDETROIT)



TO BE CONTINUED..


*디트로이트 '배드 보이즈' 스토리는 NBA ON AIR 시즌 5 제27화에서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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