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eony Do May 17. 2021

15. 종종 자연을 마주하고 일을 합니다

요즘 부쩍 자연을 접할 기회와 시간이 많았습니다. 사실 자연을 곁에 두고자 했던 마음은 작년에 제주에서 벨롱벨롱나우라는 페스티벌을 기획하고 제작하면서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행사 준비를 위하여 제주를 방문할 때면 늘 3~4시간 이상 잠을 청하기 힘든 일정이었지만, 동료들과 ‘그래도 바다는 참 예쁘네요. 그래도 제주의 풍경은 참 멋지네요.’라며 자연을 보며 심신의 위안을 얻었습니다.

2020년 제주를 오가며 남겼던 사진들

그렇게 산, 바다, 강, 풀, 나무, 꽃에 빠져들다 보니, 자연을 벗 삼은 한적한 소도시보다 높은 빌딩이 빼곡한 화려한 대도시가 좋다고 말하던 제 사진첩이 푸르름으로 채워져 가고 있습니다. 이번 연도에도 운이 좋아 ‘일’이라는 명분으로 자연을 접하고 배워갈 기회들이 참 많았습니다.


작년부터 양평의 한 마을을 터전으로 이어오던 사부작사부작 공동체의 마을과의 ‘이음’ 창작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며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양평을 들렸습니다. 마을 분들을 만나고 공동체에 대한 연구와 리서치를 나눴습니다. 어디든 노트북만 있으면 그곳이 사무실이 될 수 있는 일을 하다 보니, 다른 업무와 일정이 많은 날에는 오가는 차에서 그리고 계곡의 돌을 테이블 삼아 자연 속에 앉을 수 있는 곳들을 찾아 일을 하기도 했습니다.

노트북 하나 들고 양평 자연 속에서 일하기


솔직히, 조금 버겁기도 했습니다. 사부작사부작 공동체는 모두가 주된 소속이나 직업이 있음에도 마음을 모아, 공동체원들 간의 연대 속에서 마을과 함께 새로운 창작을 사부작사부작 이어나가고 이로써 마을 내의 이음을 만들어나가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다른 일정들도 모두 챙기며 시간을 쪼개 서류들을 작성하고 그 와중에 일주일에 한 번을 양평을 오간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마을 주민분들과 공동체 구성원들과 정을 나누고, 양평의 푸르른 자연을 바라보다 보면 ‘이게 내가 하는 일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힐링이자 보상이구나.’를 느끼곤 했습니다. 그러자 내가 하는 모든 일을 더 잘하고 싶어 졌습니다.


사실 매주 양평에 다녀오진 못했습니다. 모두가 본업이 있는 만큼 본업의 일정에 따라 매주 방문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서로서로 가능한 사람들이 방문하여 서로의 빈자리를 채우고 있었던 일들을 공유해주기로 했기에 그 또한 문제는 없었습니다. 앞으로도 그럴 수 있길 바라보지만, 쉬운 일은 아닐 것이라 생각이 듭니다.

마을 내 소통을 이어낼 수 있는 거점 공방을 꾸려보는 사업에 양평의 어울림 센터와 군의 도움을 받아 함께 지원해보기로 했지만, 그 전후로 공동체 자체가 약간의 혼란을 맞이하기도 했습니다. 소소하게나마 글로 내가 일을 하는 순간들의 감정과 프로젝트들의 진행을 남겨보려 이렇게 글을 쓰고 있지만, 이번에는 맥북을 열기까지 많은 고민들이 있었네요. 그럼에도 자연에서 일을 하고 스크린만 쳐다보던 눈이 녹음을 만나고 ‘물 맑은 양평’ 답게 맑은 물이 흐르는 모습과 소리들, 그리고 각자 치열하게 일을 하다가도 가끔 시답지 않은 농담을 던지던 동료들을 생각하니 그때가 참 좋았습니다. 앞으로도 그럴 수 있길 바라봅니다.


지난 4월 초에는 소나무와 소나무 숲을 느끼고 배우러 강릉에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슬리퍼스써밋의 새로운 프로젝트를 위하여 작가님들과 ‘송림도향’이라는 소나무 차를 만드시는 멋진 부부를 뵈러 갔었습니다. ‘송림도향’ 대표님은 제가 아무것도 모르는 꿈 많은 대학생일 시절 뉴욕에서의 인연으로, 강릉에서 오랜만에 다시 뵈니 너무 반가웠습니다. 부부가 솔숲과 바다를 벗삼아  자연과 전통 그리고 과학이 만난 브랜드를 운영하시는 모습이 참 멋졌습니다. 두 분 덕분에 가족들과 친구들과 지나던 강릉의 모습이 아니라, 이렇게 멋진 자연이 펼쳐져 있었나 감탄과 감사를 자아내는 강릉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송림도향의 차를 마실 때도 그 소나무 숲의 모습과 향이 떠올랐습니다.

강릉의 솔숲과 바다


이렇게 자꾸 신비로운 자연을 곁에 두다 보니, 집에도 자꾸 나무와 꽃을 들이게 됩니다. 도심 속에서도 산을 올려다보게 되고 오늘의 하늘은 어떤가 어떤 꽃이 필 시기인가 들여다보게 되더라고요.. 도심 속에서 일에 치어 회색 건물과 까만 도로만 바라보게 되던 많은 분께 꼭 한 번씩은 일부러라도 자연과 가까이하는 시간을 가져보심이 어떨지 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함께 자연을 바라보며 저와 일이건 사적인 시간이었건 자연이 주는 기쁨을 나누었던 모든 분들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솔숲의 소나무를 보며 송림도향을 운영하시는 부부께서 해주신 말이 생각납니다.


“수많은 소나무를 봐왔지만, 지나온 역사와 사연이 많은 나무일수록 그 풍파를 견뎌내고 모든 걸 안아서 자라나기에 더 단단하고 그 향이 더 향기롭고 짙더라고요.”


작가의 이전글 14. 카네이션과 작약이 건넨 위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