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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eony Do Sep 07. 2021

1.  코로나 19가 억누른 것들 : TOUCH

코로나 19와 함께 살아가기


01. 코로나19가 억누른 것들 : TOUCH


어느 직종이 현재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이 없겠냐만, 나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정도의 영향력을 받고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늘 닥치는 상황에 맞춰 그에 상응하는 대처를 해왔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다 보니 점점 무뎌지기도 하고 어쩔 수 없이 함께 살아가야 하는 존재인가 보다 막연히 느끼게 되는 경지에 이르렀다.


그러나 동생이 정말 어처구니없는 경로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게 되면서 이제는 조금 진절머리가 나기도 하고 솔직한 심정으로 코로나 19만 생각하면 짜증부터 밀려오는 상태가 되었다. 동생은 올리브영에 잠시 들려 치실을 사고 나오는 사이에 감염되었다고 한다. 원래 몸이 조금 약한 편이라 우리 가족 중 누구보다 마스크 착용과 방역에 신경 쓰며 자주 외출조차 하지 않았던 동생이 그 잠시 물건을 사서 나오는 사이에 걸렸다니 처음엔 모든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동생의 확진과 함께 부모님은 며칠 밤을 눈물로 지새우셨고, 바로 이틀 뒤 런던에서의 전시 준비를 위하여 출국을 앞두고 있던 나는 동거인이라 밀접접촉자 필수 자가 격리 통보를 받으며 출국을 포기해야 했다. 모든 프로젝트와 행사를 준비하기 위해선 늘 스테이지 뒤에선 정말 물아래 백조처럼 분주하게 다리를 저어가며 노력하는 시간이 필수적이다. 그 시간 속에서 소소하게 하늘도 보고 물결이 지나가는 방향을 감지하며 기쁨도 느끼고 늘 옆에 함께 헤엄치고 있는 동료들이 있기에 더 빠르게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 시간을 견딜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관객들을 만나 우리가 준비한 것들을 펼쳐 보일 그 순간들 때문이었다. 그렇게 나는 코로나19로 인해 그 시간과 순간을 빼앗기고 말았다.


물론 동생을 탓할 생각은 전혀 없다. 워낙 몸이 약한 친구라 그녀의 건강과 엄마 아빠의 심리만 빠르게 회복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뿐이었다. 아픈 와중에도 내 눈치부터 보던 동생의 모습에 미안했고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이, 시대가 이런 것을 어떡하냐. 괜찮다.’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다행히 동생은 빠르게 건강은 호전되고 있다.


그럼에도 참 눈치 없게, 불쑥불쑥 아쉬운 속상한 마음들이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고개를 든다. 맥북으로 급한 전시 자료를 전달하고 문서 작업을 해결하고 전시 설치가 마무리된 모습들을 스크린으로만 보아야 한다는 것이 자꾸만 쓸데없는 생각들을 끄집어낸다. 작업들이 잘 설치된 모습을 실제로 보고 싶었다. 함께하신 작가분들과 관객분들의 표정을 그 자리에서 함께 읽고 싶었다. 런던에서 열릴 전시는 코로나19로 인해 오랜 시간 침체되고 상호 간의 모든 물리적 접촉을 금기시했던 시간들에 대한 위로와 보답이 되어줬으면 한다는 의미에서 김승민 큐레이터님이 제목마저도 ‘TOUCH’라 짓고 기획한 전시이다. 억지로 눌러왔던 감각들을 이제 다시 편히 펼쳐두고 작품을 통해 다시 모든 감각을 통한 연결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전시에 어시스턴트 큐레이터로서 큰 도움이 되었으면 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그 현장에서 오고 가는 터치를 느끼지 못하게 되었다. 특히 이번 전시는 동시에 우리가 오랜 시간 준비한 아티스트에게 영감을 받아 그들 그리고 많은 이들의 손 끝에 힘을 불어넣는 젤 네일 아트 스티커 브랜드 SSKETCH의 론칭도 함께하기 때문에 더 아쉬운 마음이 든다.

TOUCH 전시 전경
TOUCH 전시 전경
TOUCH 전시 전경
TOUCH 전시 전경

www.iskaiart.com




TOUCH 전시 전경
TOUCH 전시 전경

https://www.instagram.com/ssketch_official/


하지만 이곳에 남겨두는 것을 마지막으로, 남은 격리기간 동안 내가 지금 이 순간 취할 수 있는 소소한 감각들에 집중해보려고 한다.


이제 남은 격리 기간까지 5일 정도가 남았다. 남은 기간 동안 이 지긋지긋한 코로나19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모두를 응원하며, 나라는 개인이 체감한 코로나19와의 평생 기억될 추억?(예를 들어, 화이자 백신 1,2차 접종 후기, 자가격리 생활, 영국 출국 준비, 동생에게 전해 들은 치료센터에서의 생활 등)을 기록해보려 한다.






도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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