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하기/ 운영하기/ 사업 선정 및 추진하기/ 회계,행정 처리하기
한동안 브런치에 글을 연재하지 못했습니다.
갑작스럽게 통보받았던 자가격리는 무사히 잘 끝났고 다행히 동생의 건강은 곧바로 많이 호전되었습니다. 참 많은 생각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자가격리가 끝나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 양평, 공주 그리고 한국의 이곳저곳을 쏘다니며 일을 진행하기 바빴습니다.
하나둘 오랫동안 쌓아온 고민과 절실함이 꽃을 피우듯 여기저기서 좋은 소식이 들려오기도 했습니다. ‘같이 내년 행사를 기획합시다.’, ‘저희 군 자체에서도 많이 기대하고 있습니다.’, ‘전시를 보고 많은 위로를 받았습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나아가 주세요. 다음 전시는 어디인가요.’ 런던에서도 행사가 잡혔고 슬리퍼스써밋이 새롭게 진행하는 사업을 위하여 곧바로 다시 런던 출장 날짜를 잡기도 했습니다.
많은 일이 있었던 만큼 요란하게 생각들도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고개를 내밀었던 것도 사실이라, 어디까지 솔직하게 글에 담아야 할지 걱정이 앞서 글을 쓰기 위해 키보드를 두드려야겠다는 마음을 먹기까지가 쉽지 않았습니다.
한해를 정말 치열하게 살았습니다. 1월이 되자마자부터 쓴 기획안들은 노트북의 폴더들을 가득 채웠고, 중간중간 모든 신경을 곤두세우고 사활을 걸고 작업했던 2개년 프로젝트들의 기획도 있었습니다. 이제는 아주 덤덤하게 이야기할 수 있어졌지만 선정 결과가 발표되고 심장 한쪽에 쿵 바위가 내려앉은 것 같은 순간들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한 평가표를 보여주길 신청했고 수개월이 지나 지난주 그 결과표를 받아보기도 했습니다. 근소한 차이로 아쉽게 후보가 되었다고 합니다. 솔직히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라 다시 한번 이의신청을 할까도 했습니다. 한 심의위원분께서 의도적이라 느껴질 정도로 다른 심의위원들의 점수들에 비하여 굉장히 낮은 점수를 주기도 하였거든요.
어쩌다 보니 가장 마음이 쓰였던 일을 먼저 언급하게 되었는데, 그 외의 상황을 조금 기록해 두자면 행안부와 양평군의 지원으로 양평에 생겨날 마을 공방이자 아티스트 레지던시 공간인 ‘사부작사부작 이음창작소’는 아키플레이 건축사무소의 김부희 건축소장님을 중심으로 제로링궐의 김일환 박태원 소장님들의 아이디어가 덧대어져 멋진 공간으로 설계가 마무리되고 있습니다. 그 사이사이 저희는 프로그램 운영과 설계에 대한 설명과 군과의 조율을 위하여 수많은 발표와 브리핑을 하기도 했네요. 너무나도 애정하는 분들과 꾸려가고 있는 공동체라 내부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감정의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순항 중입니다. 이제 내년에 본격적으로 운영될 프로그램들의 기획과 운영을 다잡으며 공간 구성에 필요한 손을 더하는 일이 남았네요:)
콜렉티브 도해치가 올해 무령왕릉과 함께 펼쳐 보였던 여정은 도록을 통해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이 도록을 제작하기까지에도 ‘어떻게 하면 더 마음을 꾹꾹 담아 정리하지’하는 고민도 많았고 그래서 그만큼 시간이 걸리기도 했네요. 오늘 인쇄 전 최종본을 오늘 보았습니다. 전시의 기획 자체가 마음을 고백하고 나누는 형태가 시작이었는데 장비치 작가의 손길을 통해 그 마음이 여러 겹 잘 눌려진 형태의 도록이 된듯해 고맙고 미안하기도 한 마음입니다.
앗 그리고 너무 소중하여 하나둘 따지고 생각하다 보니 제작이 늦어져 텀블벅 굿즈의 배송이 지체되게 되었습니다. 종종 공지를 올리고 문의를 주시면 답변을 드리곤 있었는데, 저희의 이야기를 궁금해해 주시고 힘을 실어준 분들께 가야 하는 굿즈들이 빠르게 도착하지 못한 점 정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무령왕릉과 콜렉티브 도해치의 여정을 통해 저에게 그리고 슬리퍼스써밋에게 새로운 기회가 찾아오기도 했습니다. 전시의 연계와 후속 전시를 위하여 많은 관련 단체들에 컨택을 하고 답사를 하고 많은 분들을 만나 뵈었습니다. 그러다 꽤 여러 가지 제안을 받았었는데, 그중 감사하게도 공주시와 함께 백제에 관한 다채로운 기획을 펼쳐볼 기회도 얻게 되었습니다. 이 기획의 여정과 관련된 이야기도 차차 나눌 기회가 있기를 바라봅니다. 지나고 나니 또 기억이 흐려지던 참이었는데, 근래에 ‘연락이 가능한 곳들은 모두 기획안을 정리하여 메일을 쓰고 알아가려 참 많이 노력했다.’ 느껴지는 순간도 있었습니다.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에 컨택을 하며 당시 진행 중이던 사진전에 콜렉티브 도해치가 답사 때 찍었던 무령왕릉의 사진을 보내고 살짝 잊고 있었는데, 그 사진 중 일부가 수상을 하게 되었다고 하더군요. 소소하게나마 피식 웃음이 나는 순간이었습니다.
런던에서 슬리퍼스써밋은 모든 손끝부터 일어나는 창작과 활동을 응원하는 네일 아트 브랜드 SSKETCH를 위한 다채로운 행사를 준비 중입니다. 그중에는 KOTRA의 후원으로 진행될 K-Beauty pop-up의 디자인도 있네요.
그 결과 현재의 저는 수많은 문서와 서류들을 처리 중입니다. 뭐든지 그렇겠지만 내가 정말 재밌어하는 좋아하는 일을 하려면 그전에 견뎌야 할 인고의 시간들을 버텨나가고 있습니다. 특히 공공기관들과 하는 작업이 많다 보니 필요로 하는 서류, 인증서, 증명서들이 넘쳐나더군요.
물론 그 과정에서 매우 많은 것들을 배웠습니다. 간이사업자, 개인사업자, 법인, 비영리 공동체의 설립부터 각종 세금처리, 4대 보험, 수입인지증, 이행보증보험, 은행 업무 처리, 교부신청 그리고 이나라도움 사용법과 국고 회계 운영 방식까지. 하나하나 시간을 들여 해결해나가 온 것들입니다. 종종 이런 행정, 회계, 세무적인 처리가 얼마나 어려운지 아는 만큼 그 노하우와 과정을 나누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합니다. 저도 하나하나 찾아가며 알아가며 진행해온 일들이라 이 모든 것들이 얼마나 막막하고 가끔은 속이 터지는 일인지 누구보다 잘 알게되었거든요. 혹시 이런 지점이 궁금하시다거나 함께 글로 펼쳐낼 생각이 있으신 분들은 연락 주세요:)
오늘은 오전이 어떻게 갔는지 모르게 서류들을 쳐내다가 중간에 온 동료의 카톡에 ‘마음이 계속 둥둥 뜨고 숨이 안 쉬어지는 거 같아. 숨쉬기가 버거워’라는 말을 뱉기도 했습니다. 감정의 기복이 없는 편은 아니라서 또 금방 웃고 행복하다 느끼는 편이긴 한데, 그럴 때마다 ‘연희야 너 잘 가고 있는 거니.’라고 묻기도 하고 잠깐 동굴에 들어갔다 나오기도 합니다. 그래도 이 새벽 핸드폰을 잠시 덮어두고 글로 여기저기 얽혀있던 지난 이야기들을 풀어보니 참 좋네요.
2021년 10월 20일
문화예술 기획자 도연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