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첫 런던 출장을 위한 비행
유난히 하늘이 청명했던 오늘(11월 12일) 드디어 런던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다. 날이 갑작스럽게 추워졌다는 핑계로, 문서 작업이 많다는 핑계로 이번 주는 대체로 실내에 박혀 지내서였는지 높고 푸른 가을하늘이 유독 낯설게 느껴졌다. 코로나가 시작되고 처음 해외로 나가서인지 계속해서 꼼꼼히 런던 행사들을 위해 챙겨야 할 것들과 각종 짐을 잘 챙겼나 확인하고, 가끔은 내가 방문하지 못한 사이 런던이 너무 많이 변해버리진 않았을지 걱정이 앞서기도 했다.
비행기 이륙이 시작되자 살면서 경험한 수많은 비행 중에 이렇게까지 창밖의 시야가 깨끗하게 보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맑은 하늘과 바다가 펼쳐졌다. 비행 고도가 안정적인 상태에 이르고 나서도 한참 동안 바다의 물결과 육지에 펼쳐진 녹음과 사이사이 빌딩들의 모습이 보일 정도였다.
항상 무엇을 빠뜨리진 않았는지, 미리 일어나지도 않을 일을 걱정하며 늘 미세하게 흔들리는 심장을 가진 나에게 세상은 이렇게까지 안정적일 수 있고 명료한 시야로 멀리 내다볼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듯했다. 앞으로 한 달간 런던에서 펼쳐지게 될 나날들도 나에게 더 멀리를 선명하게 보여줄 수 있는 시간이 되길 기대해본다. 그리고 지금은 비행이 시작된 지 4~5시간 정도가 지났고 아직도 8시간이라는 여정이 남아있다.
코로나 19로 인해 지금의 인천 국제 공항의 모습과 출국 절차는 이전과는 사뭇 달랐다. 항상 출입국을 위한 사람들과 그들을 배웅해주고 맞이해주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던 모습은 사라지고 비행기 탑승을 위한 소수의 인원만 공항을 오갔다. 비행기 안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로 12시간을 보낸다는 것 또한 쉽지 않은 일이다.
다행히 영국은 요즘 한국에서의 백신 접종 또한 자가격리 없이 입국하여 바로 활동이 가능하도록 인정해주어 챙겨야 하는 서류들도 한두 달 전보다는 간소화되었다. 백신 접종 증명서 그리고 영국 정부에서 요청한 PLF(Passenger Locator Form)만 착실하게 작성하여 챙겨가면 된다. 중간에 어딘가를 경유하여 움직이는 루트라면 다를 수 있겠지만 현재는 코로나 음성 확인 PCR 검사지도 요구하고 있지 않은 상태이다.
비행기에 타자마자 나는 습관처럼 나의 노트북을 열었고 한참은 그 안을 들여다보았다. 그러다 시간이 흘러 자연스럽게 비행기 내 모두가 창문을 닫고 각자의 시간을 갖고 잠을 청했고, 나 또한 잠시 잠을 자기도 하였으나 도착하자마자 시차 적응을 위하여 최대한 잠을 자지 않으려 노력 중이다.
그러다 여태껏 런던을 오가는 비행기에 여러 차례 올랐으나, 처음 발견한 광경이자 사실이 있다, 서울에서 런던이 동에서 서로 움직이는 방향이라 우리는 계속하여 석양을 만들어내는 해를 따라 이동하게 된다. 솜사탕 같은 때로는 바다와 같은 물결을 이루는 구름 위로 비행기의 앞쪽으론 오렌지빛 석양이 펼쳐지고, 뒤쪽으론 달이 뜬 푸른 하늘이 따라오는 장면이 계속된다. 승무원분께 맥주 한잔을 부탁하여 시원한 맥주를 손에 들고 평온하나 황홀한 하늘을 쳐다보고 있다.
2021년 11월 12일
비행기 안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