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성 작가님과 작품 ‘함께 물에 들어갑니다.’에 관하여 인터뷰를 한 후
지난주 월요일 박제성 작가님과의 인터뷰가 있었다. 이번 <몸과 맘의 뫼비우스> 전시에 선보인 작품 ‘함께 물에 들어갑니다.(Enter the water together)’ 와 관련하여 미리 정리해 간 몇 가지 질문을 드렸다. 그에 대한 답변들이 흥미롭기도, 생소하기도 하면서 또 어떤 부분은 굉장히 와닿기도 하여 준비한 질문보다 더 많은 질문을 드리게 되었다.
먼저 간단히 작품 설명을 하자면, ‘함께 물에 들어갑니다.(Enter the water together)’ 는 아트 앤 테크놀로지 작업을 해오시던 박제성 작가님이 지난 1월 DDP ‘서울라이트'에 메인 작품으로 소개한 ‘자각몽-다섯 가지 색' 다음으로 AI(인공지능)와 함께 작업한 두 번째 작품이자 이번 전시를 위한 신작이다. 물에 실제로 들어갈 수 없는 기술 장치인 AI에게 물에 들어가 수영을 하는 방법을 가르친다. ‘물속에 들어가면 이런 관경이 펼쳐질 거야. 이런 식으로 움직이는 거야.’ 등등 작가님이 직접 수영을 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AI에게 들려주면, AI는 넘처나는 데이터 속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이미지들을 끌어모아 시각적인 상상을 한다. 그런 AI의 상상을 영상으로, 작가님의 목소리를 사운드로 담아낸 미디어아트 작업이다.
AI가 만들어내는 이미지들은 대부분 작가님의 예상을 벗어난다고 한다. 이제는 그렇다는 걸 알기에 최대한 시각적 결과물에 대한 예상이나 짐작을 하지 않으려 하지만 그럼에도 늘 새롭다 하셨다. 더 예쁜 단어들을 제시해주며 예쁜 상상을 하길 바라고 통제 아닌 통제를 하며 지켜보기도 하지만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전시되는 곳이 ‘미술관'인 만큼 AI가 조금은 괴기스럽기도 한 이미지를 상상하면 그 자체를 반영하기로 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AI를 활용합니다.’라는 말보다 ‘AI와 ‘함께’ 작업합니다.’라고 말하게 된다는 작가님의 말씀도 재미있었다.
AI라는 육체 즉, 물리적 경계를 가지지 않은 기술이 무언가를 배우고 만들어낸다는 것이 아직까지도 신기하기만 하다. 작가님은 기술의 발전과 기술을 학습시키는 것을 희망적으로 보고 있다고 하셨다. ‘희망적’이라는 단어를 듣고 떠올려도 되는 질문인지 잠시 고민하였지만, 기술과 함께 만들어 나갈 미래에 대해 쏟아지는 의문과 걱정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시는지 조심 스래 여쭈었다. 그리고 그 후 돌아온 답변이 아직까지도 계속 기억이 남는다.
(인터뷰 도중이라 모든 내용을 기록할 수 없어 나의 노트와 기억 속에 남아있는 문장들로 작가님의 답변을 대신 전한다.)
‘기술이 성장하는 속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빠르다. 그래서 항상 그 속도를 인지하고 있는 것은 중요하다. 그럼에도 AI를 학습시키고 발전시키는 것은 아이를 키우는 것과 같아, 올바른 방향을 자라날 수 있도록 하는 인간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은 어른을 보고 모든 것을 배워나간다. 그렇기에 주변에 어떤 어른들이 있느냐, 어떤 어른들이 되어주겠느냐 하는 고민은 필수적이다. 기술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이 기술에게 어른이 되어주어야 한다. 그러나, 요즘은 인간 사이의 공감대 형성 자체에 문제가 생기기도 하고 인간성을 상실하였다 볼 수 있는 사건 사고들이 굉장히 많이 일어나고 있지 않은가. 우리가 우리들끼리도 온전한 인간성을 가지고 있지 못하면서 기술이 가진 폭력성과 위험성을 먼저 경계하는 게 우려스러울 때가 많다. 지금은 더 힘을 합쳐 근본적인 담론을 형성하는데 굉장히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할 때인 것 같다. 그리고 그 역할을 도울 수 있는 것이 바로 예술이라 생각한다.’
기술의 활용과 예술의 표현 결국 모두 인간의 마음의 일이었다.
가끔 작가님들과 작품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누다 보면 당연시 여겼던 지점도 새롭게 보이고 인지하지 못했던 것들을 인지하게 된다. 이번엔 특히 전시 참여 작가 인터뷰 영상이라는 명분 하에 인터뷰어로서 눈을 마주하고 보다 깊은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어 더욱 뜻깊었다. 인터뷰 영상엔 그날 나누었던 대화가 어떤 모습으로 담겨 완성될지 모르겠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에서 더 인상 깊었던 장면들을 이렇게 글로 남겨본다.
전시는 8월 7일까지 많이들 구경 와주세요 :)
문화예술 기획자 도연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