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낌새 Sep 14. 2023

나는 왜 상담자가 되려고 하는가?

상담심리치료전공 직장인 대학원생이 과제를 모아서 한 권의 책 쓰기(01)

<Microsoft Bing Image Creator(AI)로 생성한 이미지>


○○대학원 상담심리치료학과에 입학했다.

<상담이론과 실제> 수업은 매주 발제와 과제가 주어지는데,

과제가 에세이 형식의 글쓰기라서 기왕에 브런치에도 연재하기로 한다.

이 주제로 학기를 마칠 때까지 총 10편의 글을 써서 공개할 계획이다.


#1. 상담자가 되고자 하는 동기 '나는 왜 상담자가 되려고 하는가?'

직업으로서 상담자가 되고자 하는 이유, 이 일에 관심을 갖는 이유에 대해 정직하고 구체적으로 성찰하고 그 동기를 세 가지 이상 기술하시오.




 좋은 질문은 내면을 탐색하도록 이끕니다. 질문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동기와 그 바탕인 욕구가 무엇인지 골똘히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 이 질문은 대학원 진학을 앞두고 천착한 내용과 궤를 같이 하면서도 다른 층위로 내면을 톺아보게 하였습니다. 본론에 앞서 문제부터 마음에 걸렸습니다. 직업으로서 상담자가 되는 일과 대학원 과정을 밟는 일은 밀접하지만 분명히 다르기 때문입니다. 진정으로 상담을 직업으로 삼고자 하는 본격적인 마음과 고용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한 무기로 활용하려는 마음 그리고 그 사이에서 판단을 보류하고 간을 보는 비겁한 마음을 차차로 점검했습니다. 그 결과, '자신과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자 하는 동기', '타인(사회)에 영향력을 끼치고 싶은 동기', '공감적이며 진솔한 상호작용을 하고 싶은 동기'를 주된 동기로 꼽을 수 있었습니다. 이런 동기들은 각기 이해·지배(통제)·소속 욕구에서 기인하였으며, 대학원 진학이라는 행동을 추동했습니다.


 처음 상담에 관심을 가지도록 이끈 욕구(교재와 참고문헌에서 욕구와 동기를 명확히 구분하지 않아서 혼용함)는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고자 하는 욕구",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고자 하는 욕구", "답을 주고자 하는 욕구"였을 겁니다. 추측하듯 서술하는 이유는, 떠오르는 첫 시점이 중학생이었던 2000년(무려 20세기말) 무렵으로 생생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당시 MBC에서 인기리에 방영한 <느낌표>란 프로그램 중 가출청소년을 집으로 돌려보내는 '하자하자 - 얘들아! 행복하니?' 코너를 보면서 청소년과 주양육자에게 공감하고 전문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내는 짱가 선생님이 정말 멋져 보였습니다. 마침 교내 집단상담 프로그램의 내담자가 되었는데, 권위적이지 않고 온화한 상담사님의 모습을 동경하고 흉내내기에 이르렀습니다. 많은 (예비)상담자들이 그렇듯이 중고등학교 시절에 친구들의 고민을 갈취하면서 또래보다 정신적으로 성숙하고 우월하다는 생각에 취해버릇했습니다. 돌이켜보면 과시와 지배 욕구(머레이의 20가지 욕구 목록 중)를 충족하는 방법으로서 상담사의 길을 포착했을 테지요.


 학부 전공으로 심리학을 선택할 때에는 전문상담교사를 목표로 삼았습니다만, 대학 생활에 부적응하며 교직 선발에 탈락하고 말았습니다. 이후로는 상담자의 길을 애써 외면하고 심지어 그 가치를 폄하하는 미성숙한 방법으로 합리화했습니다. 변명의 내용인즉, 상담은 해일이 밀려오는데 조개를 줍는 행위라는 식이었습니다. 사회 구조를 개선하면 그 부산물인 심리·정서적 어려움은 자연스럽게 그리고 훨씬 효율적으로 감소할 거라고 믿었습니다. 동경하던 짱가 선생님이 교수님으로 계셨지만 전공 수업에는 소극적으로 임했습니다. 부전공이었던 사회학 수업에 매진하였고 더 큰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 되고자 사회 구조를 바꾸는 일을 직업으로 삼았습니다.


 시민단체와 공공기관 등에서 좋은 정책이 만들어지도록 지원하는 행정사무 업무를 주로 수행했습니다. 그런데 활동가와 공직자들이 정책을 만드는 과정이 그다지 합리적이지 않았습니다. 조직에서 의사결정을 내리는 과정에 다양한 역동과 성격 그리고 상황의 힘이 작용한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목격하며, 개인의 심리적 구조를 다루는 일이야말로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이었노라 깨달았습니다. 또, 직장과 일상생활에서 숨기고 겉돌고 일방적이며 비합리적인 의사소통에 시달리며 늘 답답했는데, 진정한 대화란 결국 상담이란 사실을 내담자 경험을 통해서 알았습니다.


 아울러, 첫 강의에서 접한 직업가치관 목록에서 "사람들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기회", "지적 도전", "끊임없는 학습"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였고 이는 상술한 욕구와 밀접해 보입니다. 효과적인 상담자의 개인적 특질 중에서는 "신뢰성", "유연성", "유머 감각"이 특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개중에서 신뢰성은 현저히 부족한 상태입니다. 이를 발전하기 위해서는 학문에 정진하고 다양한 사례를 접하며, 공신력 있는 자격증을 취득하여 스스로 인정하는 경지에 이르러야겠습니다.



참고문헌


1) Corey, M. S., & Corey, G. C. (2004). 좋은 상담자 되기 [Becoming a Helper]. (이은경, 이지연 역)

"자신과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자 하는 욕구, 누군가에게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 욕구, 다른 사람을 돌보고자 하는 욕구, 자기 도움에 대한 욕구, 의미 있고 영향력이 있는 일을 하고 싶은 욕구,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고자 하는 욕구, 공감적이며 진솔한 상호작용을 하고 싶은 욕구, 돈을 벌고자 하는 욕구, 명성과 지위를 얻고자 하는 욕구, 답을 주고자 하는 욕구, 타인을 조정하고자 하는 욕구, 다양성과 융통성에 대한 욕구, 전문적으로 자율성을 충족하고 싶은 욕구"


2) Hill, C. E., Lystrup, A., Kline, K., Gebru, N. M., Birchler, J., Palmer, G., Robinson, J., Griffin, M. U., Lipsky, S. E., Knox, S., & Pinto-Coelho, K. (2013). Aspiring to become a therapist: Personal strengths and challenges, influences, motivations, and expectations of future psychotherapists. Counselling Psychology Quarterly, 26, 267-293.

"자신과 유사한 고통을 경험한 사람을 돕고 싶은 욕구, 남을 돕거나 사회에 기여하고 싶은 욕구, 자기 자신을 돕기 위한 욕구, 상담을 통해 느끼는 재미, 만족, 열정에 대한 욕구,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고자 하는 욕구, 삶의 의미를 추구하는 욕구"


3) 이정화, 이상민, 박성륜, 이지희 (2011). 상담자 진로 결정 동기 척도 개발 및 타당화. 상담학 연구, 12(6), 2145-2161.

"첫째, ‘상담에 대한 긍정적인 영향력’은 다른 사람을 전문적으로 도울 수 있는 것, 상담을 통한 행복감 등에 대한 문항으로 이루어져 있고 둘째, ‘상담에 대한 관심’은 상담공부를 통한 삶의 의미 발견, 인간의 마음에 대한 관심 등에 대한 문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셋째, ‘인정받는 진로’는 사회적인 존경, 높은 사회적 지위 등에 대한 문항으로 넷째, ‘융통성이 있는 직업’은 시간적 융통성, 연령 제한이 없는 직업 등의 문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4) 추연국, 민경화, 권현용 (2016). 남성상담자의 직업 선택 동기와 상담자로서의 경험에 관한 연구. 놀이치료연구, 20(2), 77-94.

"‘사람들과 소통을 좋아하는 성격’, ‘인간 내면에 대한 관심’, ‘상담직업의 분위기에 대한 호감’, ‘상담과의 우연한 만남’, ‘개인적 상황과 조건에 의한 선택’, ‘긍정적인 상담경험’ 등"


5) 최혜윤, 김은하, 홍숙선. (2019). 상담전문가로 진로전환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진로결정 및 진로준비 과정에서의 경험. 상담학연구, 20(3), 141-164.

"‘자신을 포함한 인간심리에 대한 관심’, ‘타인에게 도움이 되고 싶음’, ‘평생직장에 대한 갈망’, ‘성격과 적성에 잘 맞음’, ‘다른 전문직에 비해 진입이 수월함’, ‘융통성 있는 근로환경’, ‘현 직종에서 전문적인 상담기술의 필요성을 느낌’, ‘인생 경험으로 인해 좋은 상담자가 될 것이라는 기대’"

작가의 이전글 판단을 비판하는 남자를 심판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