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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낌새 Sep 04. 2023

판단을 비판하는 남자를 심판하다

영화 <메기>에 대한 짧은 감상문

<Microsoft Bing Image Creator(AI)로 생성한 이미지>


윤영이 본 십자가 걸린 건물들은 교회였을까?

아니, 정말로 병원이 아니었을까?


성원은 윤영이 일상에서 내리는 사소한 판단을 받아들이는 법 없이 꼬박꼬박 교정하려 든다. 아프지 않을 정도의 바늘을 통해서 관객조차 눈치채지 못하게끔 윤영의 판단력을 콕콕 찌른다.


따지고 보자면 성원이야말로 사리분별에 어둡다. 엑스레이 속 물건의 주인이 본인이라 주장하며 사직서를 준비한다. 인기척도 잘 느끼지 못하며, 발가락 반지를 손가락에 끼우려고 낑낑댄다.


데이트폭력을 하는 사람이 사랑스럽지 말라는 법 없다. 멀쩡하던 땅이 무너지기 전까지, 메기가 뛰어오르듯 숱한 전조가 있었다. 셰도우 복싱으로 장난치고, 멍에 익숙하고, 싸움 실력을 뽐낼 기회를 놓쳐서 아쉬워한다.


성원은 활자 그대로인 가스라이팅까지 선보이며 윤영의 의심을 돌리려고 하지만 실패한다. 항상 옳은 판단을 내려온 윤영은 이번에도 현명했다. 구덩이 파기를 그만두고 얼른 빠져나온다.


성원이 바늘로 터뜨리고 싶어 한 오해는 아마도 백금 반지 맥심 따위였나 보다. 윤영의 물음에 성원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자백하는 이유는 죄의식이 없어서일까? 아니면 이 또한 구슬릴 수 있다는 자신감일까?


이제 조금 움직이기 시작한 전여친에 비해서, 구해달라는 성원의 마지막 외침은 뻔뻔하게만 들린다.

안전하게 빠져나와서 정말 다행이다.


늦었지만 궁금해진다.

윤영의 혓바닥 아래 문신은 어떤 문양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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