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심리치료전공 직장인 대학원생이 과제를 모아서 한 권의 책 쓰기(05)
<상담이론과 실제> 수업 과제를 구실로 연재하는 다섯 번째 글이다.
이 주제로 학기를 마칠 때까지 총 10편의 글을 써서 공개할 계획이다.
#5. 행동주의 상담 '나의 강화물 탐색'
나의 행동에 작용하는 강화물(정적/부적)이 무엇인지(유형, 무형) 찾아 기술하시오.
왓챠피디아의 분석에 따르면, 지금까지 제가 본 영화는 800여 편이고 환산하면 1,500시간 이상입니다. 선호 감독은 이창동, 스탠리 큐브릭, 박찬욱, 봉준호 순서입니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은 심리학 이론과 밀접한 영화들을 섭렵하던 대학생 시절에 ‘시계태엽 오렌지(A Clockwork Orange)’라는 작품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반사회적 성격장애의 표상 격인 주인공 알렉스를 교화하기 위해서 루드비코 요법이라는 가상의 혐오치료가 이루어집니다. 폭력적인 화면과 함께 베토벤 교향곡 9번을 강제로 재생하면서 구토를 유발하는 약물을 투여합니다. 출소 후 알렉스는 특정한 상황들에서 싸우려는 충동을 일으키지만, 그럴 때마다 9번 교향곡이 들리는 듯한 환청과 구역질이 수반하여 폭력을 행사하지 못합니다. 어찌 됐든 정적 처벌은 효과적이었습니다.
시계태엽 오렌지를 계기로 한동안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샤이닝’, ‘아이즈 와이드 셧’, ‘풀 메탈 자켓’, ‘닥터 스트레인지 러브’, ‘로리타’ 등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탐닉했습니다. 이런 행동이 빈번해진 과정을 조작적 조건형성의 원리로 기술하겠습니다. 저를 스키너 박스 속에 사는 실험용 생쥐에 대입합니다. 스탠리 큐브릭이라는 지렛대를 밟았더니 뛰어나게 연출한 영상이 시각과 청각을 자극합니다. 기분 좋은 자극입니다. 다시 지렛대를 밟습니다. 또, 기분 좋은 자극이 주어집니다. 이러한 반복을 통해서 지렛대를 밟는 행동을 강화합니다. 여기서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는 유형의 정적 강화물입니다. 한창 시네필 생쥐로 거듭나던 차에 조교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내일 수업도 결석하면 장학금을 반납해야 한답니다. 장학금은 유형의 부적 강화물입니다. 다음날 출석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지렛대를 밟지 않고 일찍 잠을 청합니다. 장학금 환수라는 부적 처벌이 성공한 셈입니다.
각기 다른 요일에 대학원 수업을 듣는 우리 부부가 요즈음 입버릇처럼 되뇌는 말이 있습니다.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사서 고생하는 거지?”와 그 변주입니다. 직장인이 대학원에 지원하고 심지어 열심히 다니는 행동에는 다양한 동기가 있겠지만, 행동주의 심리학의 관점은 단순하고 명쾌합니다. 이 행동에 작용하는 다양한 강화물이 있습니다. 첫째로 단체생활을 어려워하는 저에게 대학원은 코시국에 버금가는 핑곗거리 즉, 불참 사유입니다. 다른 불편한 자리에 참석하지 않는다는 무형의 강화물이 대학원에 개근하는 행동을 부적 강화합니다. 둘째로 대학원 수업을 마치고 귀가할 때마다 먹는 야식이 열심히 다니는 행동을 강화합니다. 공복 시간이 긴 만큼 유인가가 높은, 유형의 정적 강화물입니다. 다이어트에 실패했음에도 합리화할 수 있지요.
끝으로, 저는 상담이론과 실제 수업 과제인 ‘생각해 볼 문제’를 브런치에 연재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정한 이유 중 하나도 스스로 과제를 기한 내 빠짐없이 제출하는 행동을 강화하리라 기대했기 때문입니다. 과제를 마칠 때마다 브런치에 콘텐츠가 쌓이고 동기 선생님들로부터 따뜻한 격려를 받습니다. 저는 행동주의 심리학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외부적인 통제라는 점에서 주의할 면도 있지만, 구조가 직관적이고 마치 코딩처럼 설계할 수 있다는 담백한 매력이 있습니다. 상담자로서 어떻게 접근하고 활용할지 자주 붙잡고 궁리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