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언(方言) 『기독교』
신약 시대에, 성령에 힘입어 제자들이 자기도 모르는 외국 말을 하여 이방인을 놀라게 한 말. 또는 황홀 상태에서 성령에 의하여 말해진다는, 내용을 알 수 없는 말.
- 국립국어원, 표준대국어사전
유 권사의 방언은 독특하면서도 힘이 있었다. "악실라스 니이!" 여기서 첫 글자인 '악'자에 악센트가 들어간다는 점이 포인트다. 기도하는 소리를 옆에서 들어보면, 그것은 마치 독일어처럼 들리기도 하고 어떤 유럽의 옛 언어처럼 들리기도 했다.
비단 방언의 독특함 뿐만 아니라, 유 권사는 교회에서 기도를 오래 그리고 힘 있게 하기로 유명했다. 금요일 철야기도 중에 말문이 막혀 갑갑해하던 성도가, 유 권사의 "악실라스 니이!"라는 강력한 외침을 듣자 마음이 확 열려 다시 기도를 시작할 수 있었다는 증언도 들렸다. 그런 소식이 오갈 때면, 교역자들도 성도들도 역시 방언기도에 권능이 있다면서 미담처럼 그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신앙이 깊은 유 권사는 늘 자신의 방언이 어느 나라의 말인지 궁금해했다. 마침 유 권사가 다니는 교회는 그 지방에서는 꽤 큰 편에 속했고, 각국의 선교사들도 심심치 않게 방문하곤 하였다. 그때마다 유 권사는 선교사를 찾아가 똑같은 질문을 던지곤 하였다.
"선교사님이 계시는 나라에 '악실라스 니이'라는 말이 있나요?"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잘 알려진 나라부터 오지 마을까지, 곳곳에서 온 선교사들이 유 권사가 다니는 교회를 거쳐갔지만, 유 권사의 질문에 이렇다 할 답을 주는 선교사는 없었다. 십 수년이 지나고, 보통 사람이라면 포기할 법도 할만한 긴 시간이 지났지만, 유 권사는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하나님이 주신 방언이라면 반드시 전 세계 어딘가에 그 말을 쓰는 곳이 있을 것이라는 확신은 강해져 갔다.
그러던 어느 날, 초가을 선선한 바람이 부는 수요일이었다. 그날 수요예배의 강단에는 남미에서 온 선교사가 섰다. 검붉게 탄 피부가 정말 인디오들의 모습과도 흡사한 선교사는, 약간 어눌하고 느리지만 진지한 말투로 안데스 산맥의 멋진 풍경을 배경으로 세워진 교회를 소개하였다.
예배가 마치자마자 유 권사는 응접실로 향했다. 노크를 하고 들어갔을 때는, 목사와 선교사가 막 우려낸 찻잔을 한 모금 마시고 있던 차였다. 목사는 익숙하다는 듯이 소파 가장자리로 자리를 옮기고, 유 권사에게 자신의 옆 자리를 양보하였다.
"선교사님, 저기, 선교사님이 계시는 그 인덱스인가…하는 나라에 '악실라스 니이'라는 말이 있나요?"
고개를 조금 갸웃하던 선교사가 유 권사를 지긋이 바라보더니, 입을 열어 담담하게 답했다.
"네, 권사님. 안데스 말씀이지요. 안데스 지역에 언어가 케추아 말이라고 하는데요, 그 말이 있습니다."
유 권사의 표정이 바뀌었다. 옆에서 듣고 있던 목사의 입에서 '오우'라는 감탄사가 저도 모르게 흘러나왔다. 십 수년을 이어온 질문,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았던 유 권사는 드디어 해답에 가까워졌다는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 유 권사는 한껏 고양된 목소리로 신이 나서 질문을 이어갔다.
"그 말이 무슨 뜻인가요!"
선교사는 흥분해 있는 유 권사의 모습에 당황한 듯하였다. 그는 잠시 눈을 끔뻑이다가 이윽고 특유의 어눌하고 느린 말투로 말을 이어갔다.
"'나의 겨드랑이'라는 뜻인데요, 근데 그걸 왜 물으시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