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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설인 Mar 29. 2024

6. 아르헨티나의 치명적인 매력, 쇠고기와 와인


아르헨티나는 맛있는 쇠고기와 와인을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어 여행자들의 행복지수와 체중, 배둘레햄이 동시에 늘어나는 나라다.  

    



쇠고기!


팜파스(Pampas)라 불리는 대초원에서 마음껏 풀을 먹고 자라는 소들이 인구수보다 많고 1인당 쇠고기 소비량이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라는 아르헨티나! 

휴일에는 바비큐를 즐기기 위해 피우는 불로 공원이나 호숫가 곳곳이 연기로 자욱하다. 어른들은 불을 피워 고기를 굽고 등번호 10번 메시(Messi) 유니폼을 입은 아이들은 잔디밭에서 축구를 한다. 단란한 가족들의 모습은 세계 어디나 비슷한가 보다.      


이 나라의 대표 음식, 소의 갈비뼈 부위를 숯불이나 그릴에 구워 먹는 아사도(Asado)를 먹기 위해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맛집으로 잘 알려진 식당을 방문했다. 웨이팅 후 안내된 야외 테이블에 앉아 주문을 하니 먼저 식전 빵을 가져온다. 빵만 먹어도 한 끼 식사로 충분할 만한 양이다. 드디어 치미추리 소스를 비롯한 몇 개의 소스, 감자튀김, 약간의 샐러드와 함께 아사도가 등장한다. 


1인분 양이 어마어마하다. 둘이서 하나만 시켜야 했다. 곁들여진 소시지(순대 소시지, 초리조)를 한입 깨물었다가 예상치 못한 물컹함과 낯선 맛에 혀가 기겁을 한다. 기대가 컸던 탓일까? 아사도가 그다지 흡족한 맛은 아니었다. 음식 남겨 버리는 것에 예민한 타입인데 절반 가까이 남기고 나왔다.

  

쇠고기 부위와 메뉴를 공부하여 몇 번 더 다른 식당도 방문해 보다가, 주방이 있는 숙소로 옮긴 후엔 시장 정육점이나 까르푸에서 직접 고기를 사다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등심, 꽃등심, 안심, 갈비 등의 부위를 사 와 프라이팬에 구워 먹고 스테이크와 갈비찜도 만들어 먹었다. 한국에서 집게를 챙겨 오길 참 잘했다. 먹는 것에 진심인 남편이 주로 메인 셰프를 맡아 맛있는 요리를 선물해 주었다.      


푸에르토 이과수(Puerto Iguazu)의 한인민박 그란띠오(Grantio) 사장님 부부가 추천하신 쇠고기 부위는 토시살이다. 토시살은 소 한 마리에서 약 550g 정도밖에 나오지 않는 부위라고 한다. 


동네 마트 정육점에서 사다 민박집 주방에서 구워 조심스럽게 첫 한입을 먹어보니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온다. 바로 이 맛이야! 드디어 궁합이 맞는 부위를 찾았다. 맛있는 쇠고기와 함께 모처럼 여행의 긴장을 내려놓고 밤늦게까지 좋은 사람들과 즐겁게 모국어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다.      


바릴로체(Bariloche)의 알베르토(El Boliche de Alberto)는 오픈 전부터 대기줄을 서야 들어갈 수 있는 유명한 스테이크 집이다. 식당에 들어서면 먼저 분주히 철판 위에서 직접 고기를 굽고 있는 아주 깔끔한 오픈 주방이 눈에 들어온다. 고기 굽는 냄새와 연기도 나지 않는다. 서비스 시스템도 매우 체계적이라 그 많은 손님들을 상대함에도 주문부터 계산까지 어떤 단계에서도 버퍼링이 일어나지 않는다. 


스테이크는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감탄스러운 맛이다. 와인을 곁들여 둘이 맛있게 먹고 4만 원도 안 되는 금액을 결제했다. 언젠가 바릴로체에 다시 가고 싶은 몇 가지 이유 중의 하나로 알베르토 스테이크가 있다.  




와인!     


우수아이아(Ushuaia)에서 비글해협 투어를 계약하러 투어 사무실에 들렀다. 소파에 앉아 순서를 기다리는데 직원이 다가와 묻는다. 음료 좀 드릴까요? 오렌지 주스? 와인? 평범한 동네 사무실의 손님 접대 음료 옵션에 와인이 있는 클래스라니! 마셔보니 저가 와인 레벨이 아니다. 맛있다.   

   

아르헨티나는 세계 5위의 와인 생산 대국으로 까르푸를 비롯한 아르헨티나 마트에서 원화 가치로 4천 원 이상만 지불하면 무난하게 마실 수 있는 와인을 마음껏 고를 수 있다. 물론 와인에 대한 전문성이라고는 1도 없이 애정만 차고 넘치는 지극히 감각적이고 감정적인 내 기준에 따른다면 말이다. 


한 모금 마셨을 때 입과 목이 선뜻 환영하지 않는 것은 탈락시키고, 골라진 일정 수준 이상의 와인들에게는 공평한 사랑을 베풀며 각각의 다름을 느끼고 즐겁게 음미할 뿐이다.      




멘도사(Mendoza)는 아르헨티나 와인의 70% 이상이 생산되는 곳이다. 300여 개의 와이너리가 이 지역에 모여있다. 안데스 산맥 근처 해발 785m 고원에 위치한 이곳의 사막성 기후가 낮과 밤의 온도 차이를 만들어 낮의 햇살이 포도의 당도를 높이고 밤의 서늘함이 산도를 증가시킨다고 한다. 대표 품종은 말벡(Malbec)이다.       


안데스 근처에 가볼 만한 곳도 많고 초록 초록한 도시 자체의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 멘도사에서 2주를 머물며 두 번에 걸쳐 와이너리 투어를 했다.     


숙소 호스트가 최고의 와이너리라고 추천해 준 ‘La Rural’에는 버스를 타고 갔다. 와이너리의 오랜 역사와 전통을 보여주는 박물관이 있어 볼거리가 풍부하고 흥미로웠다. 1인 약 1만 원의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면 나올 때 와인으로 교환해 주는데 우리는 2인 입장료 값에 해당하는 RUTINI를 골라 나왔다

.      

며칠 후엔 포도밭 뷰가 멋지다는 루트를 추천받아 자전거 투어를 했다. 드넓은 포도 농장과 올리브 농장을 끼고 달리다 ‘1870 Esencia’와 ‘Vistandes’ 와이너리에 들러 설명도 듣고 갖가지 와인들을 시음해 보았다. 


살타(Salta)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3,000미터)에 위치한 와이너리가 있는 아르헨티나 북부지역이다. 큰 일교차 덕에 충분한 산도를 유지한 채 완숙된 화이트 와인의 생산지로 유명하다. 주요 품종은 토론테스(Torrontes)이다. 살타에서는 살타 흑맥주가 질투할 만큼 화이트 와인의 매력에 풍덩 빠졌다. 



기본적으로 쇠고기에게는 좀 까칠했지만 와인에게는 한없이 너그러웠던 나의 위장!       

     

3개월여 머문 아르헨티나를 떠날 때, 착하고 사랑스러운 말벡을 두고 가려니 참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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