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로북스는 개인적으로 꼭 가보고 싶은 독립서점 중에 하나로 부천에 위치하고 있다. 독자들과 소통을 굉장히 잘한다는 느낌을 폴폴 풍기는 것이 집에서 한 시간 반 거리만 아니었으면 아주 단골이 돼버릴 수 있는데 뭔가 억울하게 만드는 곳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오키로북스와의 첫 만남은 일산에서 갖게 됐다. 한창 독립출판 강의를 찾아보고 있던 참에 오키로북스가 일산 롯데백화점에서 하루짜리 독립출판 워크숍을 한다는 게 아닌가. 일산인 건 모르겠고 일단 신청해버렸다.
독립출판 워크샵 당일
워크샵은 2시에 시작이라 여유롭게 생각했는데 12시에 출발해야 딱 맞춰 도착하는 거리였다. 문제는 전날 즉흥 홈파티로 불금을 보냈다는 것이고, 눈을 뜨자마자 워크샵 늦지 않기 미션이 주어졌다는 것이다.
분위기 낸다고 켜놓은 빔프로젝터와 롤스크린 덕에 어두컴컴한 아침이었다. 이게 다 술을 좋아하는 나의 숙명이기 때문에 겸허하게 받아들였다. 분명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기억보다 심각한 테이블을 치우고 나서야 외출 준비를 시작했다.
롱부츠를 신고 집에서 나와 역으로 가는 길에 아주 기적적으로 지갑을 놓고 온 것이 생각났다. 역까지 갔다 왔으면 이백 프로 늦었을 텐데 정말 다행이었다.
바지를 뒤져 지갑을 챙겨 두 번째 출발을 했는데 갤럭시 버즈의 연결이 끊겼다. '이거 왜 이래' 하다가 10초 후에 깨달았다. 휴대폰을 방에 두고 왔다는 것을.
세 번째로 집에서 출발하니 들고 나온 자켓이 무색하게 땀이 나더라. 괜히 멋 부린다고 롱부츠를 신은 것이 사단이었다. 뛰기도 지쳐서 파워워킹으로 역을 향해 가는데 전날 같이 불금을 즐긴 친구에게 카톡이 왔다.
‘흰 셔츠 입고 편의점 지나간 거 너야?’
세 번째 같은 길을 지나가던 차에 친구에게 목격당한 것이다. 친구는 운동을 하고 캠핑 갈 준비를 하러 집에 가는 길이라고 했다. 부지런한 사람들이라며 서로 감탄하고는 잘 다녀오라고 하고, 잘 다녀오기로 했다.
그 먼길을 다녀온 보람
왕복 4시간과 1시간 반의 수업. 주말의 하루를 통째로 날려버리는 일이었지만 결론적으로 아주 만족스러운 하루였다.
첫째, 독립출판에 대한 두려움이 덜해졌다. 인쇄와 유통이 제일 막막한 점이었는데 사실 아주 자세히 알 필요는 없는 것이었다. 인쇄는 가제본을 여러 번 해보면 되겠더라.
유통할 때는 입고 문의를 거절당했을 때 가져야 할 마음가짐을 배운 점이 가장 의미 있었다. 평소에 희망 편과 절망 편을 함께 생각해보려고 하는 편인데 절망 편을 생각해놔야 그나마 괜찮은 절망이 되기 때문이다. 준비된 절망은 그래도 그럭저럭 할만하다.
둘째, 아주 대략적이지만 타임라인을 잡아볼 수 있었다. 카페에 죽치고 앉아 글을 써보려고 하는 것만이 지금 해야 할 일은 아닌 것이다. 이제 시작하려고 하는 입장에서는 당장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 아는 것으로도 좋은 출발이다. 원체 즉흥적인 편이라 계획을 잘 세우지는 못하지만 끝을 내는 건 계획에 있다.
400명 정도와 독립출판에 관련된 워크샵을 해오셨지만 실제로 출판한 사례는 10명 정도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하셨던 응원은 진심이 느껴지는 말이었다. 나는 고작 한 시간 반 스쳐 지나간 사람이지만 아직 나도 잘 모르는 그 책을 독립 출판해서 꼭 전해드리고 싶다. 이 책의 시작은 오키로북스였어요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