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어디서 생기는 걸까?
지역은 나에게 어떤 의미일까.
군산에 다녀온 후로 지역에 대한 생각이 많이 든다. 28년째 살고 있는 안양에 대한 생각은 그저 이 정도였다.
‘태어나 보니 여기던데요.’
그렇기 때문에 안양에 계속 살고 싶다는 동네 친구들은 도대체 무슨 이유 때문인지 이해되지가 않았다. 살고 싶은 지역 1순위를 뽑으라면 서울시 마포구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다. 문화예술적인 이미지도 확실하고 재미있는 일이 많이 일어나는 동네를 두고 안양에 살고 싶어 할 만한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부동의 1위였던 마포구가 생각지도 못했던 군산에 밀렸다. 마포구와 비교하면 컬처 인프라는 현저히 부족하다. 그러나 그곳의 사람들을 보며 군산의 매력을 느꼈다.
로컬라이즈 군산
누군가 군산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꼭 로컬라이즈 sns에 들어가 보길 추천한다. 여행지 추천 정보는 없다. 그러나 요즘 군산에서 무슨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한 지역의 컨텐츠를 만들어 가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다. 간추려서 말하자면 군산에서 창업한 여러 외지인과 군산인들의 베이스캠프이다.
그리고 영화타운
군산의 아이코닉한 생태계를 만들고 있는 사람들이 영화타운에 있다.
전주 남부시장의 청년몰을 표방하는 지자체의 청년몰 형태의 도시재생사업들과는 근본부터 다르다.
군산의 아주 작은 시장을 매력적인 공간으로 만들고자 하는 그들에게서 군산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다.
왜 우리 동네에는 이런 게 없지 싶으면서 팬이 될 수밖에 없는 곳.
안양으로 돌아오는 고속버스에서부터 군산 후유증에 끙끙 앓았다. 사실 좀 울었다.
여행이 끝나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슬픈 것은 아니었다. 그저 안양이 군산과 비교되기 때문이었다.
군산에서 받은 커다란 충격과 영감들을 안양에서는 풀어나갈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러다 문득 궁금해졌다. 안양에도 안양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무언가 하고 있지 않을까? 아무 관심 없었기 때문에 내가 몰랐던 것이 아닐까? 한치의 과장도 없이 살면서 처음 해본 생각이었다. 나고 자란 지역에 관심을 갖게 된 동기를 군산의 창업가들이 만들어 주다니. 그들 중 '안양은 정말 멋진 곳이야'라거나 '나는 군산을 사랑해' 같은 말을 한 사람은 누구도 없었다. 그저 본인이 살고 있는 지역을 아끼는 모습을 보여줬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