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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스밈 Nov 24. 2021

여행사진 수채화 도전하기

3분 거리에 사는 미술 선생님이 있다.
15년 차 친구이자 입시미술 학원에서 약 2년의 경력이 있는 선생님은 7개월째 나의 취미미술 선생님이 되어주고 있다.
(매우 소정의 수업료를 지급하고 있다.)


아니 벌써 7개월이라니 선생님 없이는 아무것도 못하는데. 일주일에 한 번인 수업시간 이외에 그 주에 배운 그림 복습은 몇 번 했지만 소묘, 파스텔을 지나 수채화로 넘어온 후로 혼자 새로운 그림을 그려보기가 매우 겁이 났다.

그런데 문득 내가 찍은 여행사진을 그려보고 싶어졌다. 처음으로 고른 것은 1월의 속초 여행 사진.








그날의 집결장소는 반포 고속터미널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고속터미널이 얼마나 거대한지 잠시 잊고 있었다. 여행지조차 정하지 않은 상태였기에 가장 먼저 도착한 친구의 추진력에 따라 정확한 집결지는 영동선 매표소 앞으로 정해졌다.


강릉을 함께했던 친구들이기에 여행지는 5분 만에 속초로 정하고 티켓팅까지 완료. 당연히 숙소도 속초행 버스 안에서 예약하게 됐다.

외옹치 해변 30초 거리의 작은 숙소.
단돈 58,847원에 네 명이 묵는 가성비 최강의 숙소였다. 에어비앤비 만세.
다음날 일출을 봐야 하는데 날씨가 흐려 걱정이 되어 일단 해변에 나가보았다.
갑자기 일어난 일련의 일들로 인해 보게 된 그날의 일몰은 말도 안 되는 풍경이었다. 


수평선위에 일자로 쌓아놓은 구름이 저녁의 빛을 담아 묘한 색을 띠고, 그 위에 달이 빛나고 있었다.


그날의 외옹치 해변






근래에 찍은 풍경 사진 중에 가장 좋아하는 그때의 사진 그리기에 도전해보았다.


자신 있게 하늘색을 깔며 그라데이션을 하는데 일몰 하늘이 초록색이 되었다. 여기서 1차 멘붕.


하늘과 구름은 수업에서 배운 적이 있어서 그래도 나름 그려내고 바다를 그리려는데 바다는 배운 적이 없어서 2차 멘붕.


진짜 보이는 대로 묘사하려고 노력했는데 오? 생각보다 바다스러운 그림이 나왔다.













다음 날 미술수업에 들고 가 선생님에게 자랑스럽게 보여주며 검사를 받았다.

원본사진을 보여주고 수정을 부탁했는데 선생님이 제일 먼저 한 일은 하늘을 덮는 것이었다.


그래 내가 봐도 이상했어


그리고는 원본이랑 똑같이 하면 구름이 안 예쁘다며 구름을 창조하셨다. 구름을 창조하신 갓 티처는 바다는 고칠게 크게 없다며 물결이 빛나게 보이는 법을 알려주셨다. 앞으로 바다 그릴 때 써먹어야지.


그렇게 심폐소생된 나의 그림.
작품명 [갑자기 외옹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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