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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미숙 May 10. 2024

어떻게 오셨어요?

내가 미쳤나 봐

바빴던 일주일의 끝자락 목요일. 1교시부터 수업이 있어 평소보다 일찍 집을 나섰다. 부지런을 떤 덕분에 학교에 30분이나 일찍 도착할 수 있었다. 여유롭게 책을 보고 있었다.


문이 열린다. 선생님은 나를 발견하고 말을 건넸다.

"어떻게 오셨어요?"

"네. 차 타고 왔어요."

선생님의 동공 커지면서 갈 곳을 잃은 듯 일시 정지가 되었다. 순간 머릿속에서는 내가 뭐라고 했는지 찾기 위해 되감기를 했다. 지우고 싶다. 지울 수 없다.

"아니. 학교폭력 예방수업을 하러 온 강사 정미숙입니다."


선생님은 잠시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말을 다.

"몇 학년요?"

"4학년, 5학년입니다."

"조금 전에는 정말 죄송합니다. 담당 선생님이신 줄 알고 실수를 했습니다."

선생님은 괜찮다고 말씀하시며 빠르게 문 닫다. 드디어 제대로 미쳤나 보다 어떻게 오셨냐는 질문에 차를 타고 왔다니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가. 며칠 동안 수면시간이 부족했지만 이렇게 실수를 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가끔 나의 생각과 다르게 말이 나와 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상대의 질문에 집중을 하지 않으여지없이 엉뚱한 소리를 하게 된다. 점점 횟수가 늘어남에 당황스럽기도 하고 한심스럽기까지 하다.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남편과 통화를 했다.

이야기를 듣던 남편은 대박이라면서 전화기가 터질 듯 웃고 있었다.

"최고다!"

혼잣말을 내뱉어본다.

"근데 남자선생님이셨어. 나를 보면서 어쩔 줄 몰라하던 표정이 지워지지 않아. 어쩜 좋아."

속상해하는 나와 달리 남편 웃음소리는 쉽사리 줄어들지 않았다. 미안한 생각에 급하게 사과하던 남편이 사진 한 장을 보냈다.



당신의 친절함에 고마워해야 할까.

덕분에 즐거웠을 남편에게 답장을 보냈다.


"즐거웠으니 값을 내시오!"



메인사진출처.  pixabay

본문사진 출처.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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