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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미숙 Nov 18. 2024

웃음 치료 수업

웃음마법에 걸리다

보라색 재킷을 입은 60대 강사가 웃음 치료 수업을 진행하기 위해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오늘 수업을 진행할 J쌤입니다.”

인사를 하며 고개를 든 강사는 눈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웃으면서 입은 크게 벌렸다. 무릎을 구부려 우리 곁으로 다가와 눈높이를 맞추고 우스꽝스러운 몸짓을 하며 크게 길게 온몸으로 웃었다. 웃음을 참아보려고 했지만 갑자기 터진 웃음은 쉽사리 멈추지 않았다. 강사님과 눈이 마주칠 때마다 웃음마법에 걸려 고개를 돌리고 책상에 엎드려서 어깨를 들썩이며 웃었다.


“여러분 신나게 웃으셨나요? 최근 이렇게 웃어본 적이 있으신가요? 아마 없으실 겁니다.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어서 행복하다는 말처럼 웃으니까 훨씬 행복해지셨죠?”

낯선 사람들 앞에서 잇몸을 활짝 드러내며 웃었던 적이 언제였는지 모르겠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그저 지금 이 시간에 집중했다.


“웃고 났더니 곁에 있는 분들과 친해지셨죠. 웃음은 이런 것입니다. 긴장을 풀어주고, 너그러워집니다.”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웃음 치료 수업을 시작하겠습니다. 웃음 치료는 웃음을 활용하여 신체적, 정서적, 인지 등 인간의 모든 면에서 고통과 스트레스를 경감하고 치유와 건강 및 대처능력 증진을 목적으로 하는 치료법입니다. 1970년대 노먼 커즌스라는 미국 심리학자가 50세 때 강직성 척추염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고 심한 통증으로 고통을 받고 있었습니다. 통증을 잊기 위해 코미디 프로그램을 보다가 웃음이 통증을 줄일 수 있음을 체험하고 완치 후, 캘리포니아 대학병원 병원에서 의학적인 웃음 효과를 환자에게 적용해 발전시키게 되었습니다.”


웃으면 열이 난다. 몸의 온도를 1도만 올리면 면역력이 5배 증가한다. 15초 웃음이 암바이러스를 사멸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우리가 가장 무서워하는 암바이러스를 사멸한다고 하니 자주 웃는 것만으로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손은 제2의 뇌라는 말이 있죠. 이번에는 박수를 치면서 온도를 1도 올려보겠습니다. 나는 내가 정말 좋다를 박수와 함께 외쳐보겠습니다.”     


나(짝)는(짝) 내(짝)가(짝) 정(짝) 말(짝)좋(짝)다(짝)

나는(짝짝) 내가(짝짝) 정말(짝짝) 좋다(짝짝)

나는 내가(짝짝 짝짝) 정말 좋다(짝짝 짝짝)

나는 내가 정말 좋다(짝짝짝짝짝짝 짝짝)

    

1248 박수를 쳤더니 열이 났다. 겉옷을 벗고 옆에 있던 다른 강사분과 눈이 마주쳤다. 우리는 처음에 어색함 대신 웃으며 이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혼자 웃을 때보다 함께 웃을 때 33배나 건강해진다는 웃음. 오늘 우리는 얼마나 건강해진 걸까.


뇌에게 신호를 보내본다. 입꼬리를 올리고 나는 지금 기분이 좋아. 나를 따라서 웃어봐. 미소를 띠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지만, 소리를 내자, 복부근육이 땅긴다. 웃을수록 더 많이 웃게 된다. 발을 구르면서 함께 웃자, 온 세상이 나를 축복하는 기분마저 든다. 처음 받아본 웃음치료 수업을 더 깊이 알아보고 싶은 충동이 내 안에서 꿈틀거린다. 환갑이 지난 강사님의 땀방울이 반짝거릴 때마다 진심과 열정이 고스란히 내 가슴에 닿는다.


 


사진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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