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미래에서 온 편지

나를 의심하지 않는 마음

by 정미숙

오늘 여덟 살의 나와 여든 살의 나를 동시에 만났다.


안녕! 나는 여덟 살의 너야.

너는 도대체 못하는 게 뭐야? 요리도 척척 잘하고, 어려운 책도 술술 읽고, 멋지게 글도 쓰잖아. 운전하는 모습은 또 얼마나 멋진데! 가야금 연주할 때는 TV 속에 나오는 선녀님 같아.


나도 나중에 너처럼 모든 것을 잘하고 싶어. 국어도, 수학도 잘하고 피아노랑 그림 그리기도 완벽하게 해내고 싶어. 나도 어른이 되면 뭐든지 잘하게 될까?


나는 네가 너무 부러워. 나도 얼른 커서 너처럼 멋진 사람이 되고 싶어!






안녕! 나는 여든 살에 너야.

인생이 네 뜻대로 안 흘러가는 것 같고, 나만 너무 느린 것 같아서 마음이 조급해질 때가 있지? 하지만 잠시 멈춰 서서 1년 전, 5년 전의 너를 떠올려 봐.

그때의 너보다 지금의 네가 얼마나 단단해졌는지, 얼마나 깊어졌는지 분명히 느껴질 거야. 가끔은 한 발짝 뒤로 물러나서 너를 바라보는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어.


여유가 없어지면 자꾸만 앞만 보고 달리게 되거든. 누구보다 너 자신을 위로하고 다정한 마음으로 대할 때, 비로소 인생이 편안해지기 시작할 거야.


지금 당장 힘든 일이 생겼다고 해서 네 탓하지 마. 이 또한 지나갈 거라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어. 지금은 세상이 무너질 듯한 큰일 같아도, 훗날 돌아보면 그저 지나가는 바람이었다는 걸 알게 될 테니까.


여든 살의 내가 치열하게 살아가는 너에게 따뜻한 마음을 보내.




꼬마 미숙이는 내가 못하는 게 없다며 한없이 부러워했고, 할머니 미숙이는 내가 충분히 잘하고 있다면 나를 안아주었다.

결국 이 둘의 공통점은 나를 의심하지 않는 마음이 있었다. 여덟 살의 순수한 믿음과 여든 살의 너그러운 지혜가 지금의 나를 든든하게 받쳐주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


나를 가장 잘 아는 두 사람이 이렇게 나를 사랑하는데 내가 나를 의심할 이유가 있을까.



어떤 사랑보다
강한 것은
나를 사랑하는 마음이다. ​



사진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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