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열 Mar 29. 2024

그들이 보는 세상

건희와 진수

건희랑은 조금 특이한 경로로 알게 되었다.


원래 채팅 어플을 통해 진수라는 아이를 알고 있었는데, 건희는 진수가 아는 형이었던 것이다.


진수는 한창 게임을 정말 많이 하던 때

둘이서 같이 돌릴 수 있는 방식인 듀오를 구하려고 채팅 어플을 깔았을 때 알게 된 아이다.


채팅 어플이니 다른 얘기는 안하나 싶겠지만 정말

우리 둘이 했던 카톡 내용은

‘ㄹ ㄱ?’

‘지금인가?!‘

‘ㄱ?’

이 세 가지 밖에 없다.


건희도 이런 같은 질문을 했을때 진수가 그에게 카톡 캡쳐본을 보내준 적이 있었는데, 왜인지 실로 웃음을 멈추질 못했다.


그 뒤로 진수는 여자친구가 생겨서 연락이 끊겼고 한동안은 진수 보다 건희랑 게임을 더 많이 하게 됐다.


건희가 일하던 곳은 조금 특이했다.

세금 탈세의 주범,

낮보단 밤에 더 많이 깨어있고

어둡고 무섭고 뭐 그런 곳.


그곳에서 웨이터로 일하던 동생의 친구가 진수였던 것이고, 진수는 흥신소에서 퀵이나 배달일을 했다.


그리고 나도 방학이었던 터라 낮밤이 같이 바뀌어있었다. (그래서 듀오랑 자랭을 그렇게 많이 했겠지.)


나는 진수를 부를때 그의 이름은 자주 불렀는데

건희의 이름을 부른 적이 잘 없다.

그가 사용하는 캐릭터의 이름이 ‘판테온’이라고

롤을 아는 사람들이라면 소위 말하는 ‘빵테’가 그 애의 이름이었다.


만나본 적은 없지만 간혹 그가 보내주는 사진이나 자신의 셀카엔 문신이 온몸에 도배가 되어있었고,

내가 깡패같으니 무서워서 연락하지 말라고 농담식으로 말하면 자신은 일찍 철 든 사람이라며 무용담을 자주 꺼내곤 했다. 조금 듣다보면 자기애가 꽤나 높은 아이란걸 알 수 있다.


얘기를 듣다보면

의외인 면이 참 많았다.

술을 참 못마신다고 한다던가

빵(?)에 들어가서 사고를 많이 쳤는데 그때 생각이 좀 성숙해졌다거나

장기연애를 많이해서 가장 짧게 해 본 연애가 2년 짜리란 것,

키가 작은데 매번 짱(?)이었던 누나 얘기 등등.


내가 살아온 세상의 반대에서 살아온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자주 신선하고, 축축하다.


특이했던건, 당시 만나이가 도입되기 전이었는데도 나이 대신 몇 년생인지를 즐겨말했다는 것.

나이가 좀 많았는데도, 하는 짓은 평범한 남자 애 같았지만 생각하는 사고 회로는 정상인(?)같았다.

그러니까, 나를 납득시키는 말을 참 잘한다고 해야하나.



처음으로 해본 정상적인 연애에서 헤어지질 못하고 있는 내게

“그럼 넌 그 성격 평생 보고 살 수 있어? 매번 싸울때마다 너 혼자서 이렇게 있으려고?“

혹은

“여자가 너무 곰같고 퍼주기만 하면 회피형 남자는 바람이 나. 애가 너무 순진하네.“

라고 말을 한다던가


짝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의 혼인 사실을 숨기고 수차례 만났단걸 알게 됐을 때 그 충격에 아무것도 못하고 있다고 엉엉 울고 있으면

“나나 내친구들도 그렇게 수많은 여자만나고 개망나니처럼 살았어도 그런 졸라 책임감 없고 병신같은 애들은 본인 결정도 못하는 쓰레기임. 버려. 나였으면 욕쳐박았겠다.“ 라고 말하는 과감함이 있었다.


사람을 많이 겪어보지 않은 인간은

보편적인 사람들이 특정 상황에 어떤 반응을 보이고 어떤 상황에 어떤 행동을 하는지 알지 못한다.


그러니까, 화를 내야할 수 있는 상황이 주어졌는데도 화가 나질 않는다던가, (반대로 상대방 부터 생각을 하게 된다거나)

화를 내지도 못하고 관계도 못끊고 혼자 곪는 그런 상황이 되어버리는거다.


어쨌거나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이 빵테라는 애가 일을 그만두고 다른 일을 시작했는데 하필이면 그 일도 불법에 가까운 일이었다.

레플리카 샵을 운영한다고 어떤지 봐달라며 링크를 보내줬는데

대체 어디서 만든건지 상품의 정교함이 화나게 만들었다.


좀 정상적인 일을 할 생각은 없어? 라고 말을 하니까 하는 말이

자기는 합법적인 일을 해서 쥐꼬리만한 돈을 벌고 만족하기엔 이제 어려워졌다는거다.

생각해보니 그 나이에 어떻게 그런 많은 돈에 부모님 용돈을 그렇게 많이 줄 수 있었는지 파악이 됐다.

나와는 다른 사고와 다른 세상을 살고 있는 사람.

그들이 보는 세상은 어떤지 영원히 알 수는 없겠지만 세상물정을 알기엔 이런식의 역주행이 몹시 효과적일 수도 있겠다 그런 생각이 잠시 들었다.


작가의 이전글 아무와도 대화할 수 없는 언어가 모국어인 사람의 고독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