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완벽할 수가 없는 존재였다.
그렇기에 옛날부터 무리를 지어 살았던 것이고,
우리가 아직도 홀로 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옛날엔 고립이 되면 죽음을 맞을 수 밖에 없었기 때문에 그 관성이 아직도 남아있는 것이었다.
어쩌다 눈이 맞는다는 것도 같은 의미인 것 같았다.
별 생각 없었는데도 예고도 없이.
예전엔 완벽한 사람을 원했다면 이젠 그 반대로 상대방의 결핍을 찾곤 한다.
그걸 마주하는게 오히려 화력이 크고 더 깊게 빠져서 무서운 것 같기도 하다.
(어쨌거나, 사람은 완벽할 수 없는 존재였다고.)
만날 당시에는 별 생각이 없었어도,
부족한 면을 보고 채워주다보면 서로가 필수불가결해진다.
남들이 싫어할 것이라고 생각해서, 혹은, 내가 치부라고 느껴져서 숨겨온 것들을 단 한 사람에게만 보여주는 것.
그런데 또 어떤 결핍은 기침처럼 숨길 수가 없다.
그래서 나는 늘 그 애의 치부를 들춰보고 싶어했었나.
나의 모국어는 당신과 몹시 달라서,
내가 말하는 '사랑해'의 의미를 넌 자꾸만 왜곡했다.
사랑해라는 말 없이 언어가 달라도 얼마든지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뜬금없지만 사랑은 자아의 확장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또 다른 내가 생기는 기분.
상대방을 나라고 생각해서 내가 하고 싶었던 것들을 걔한테 해주고 뭐 그런 상태.
더욱이 나는 자존감이 너무 낮아서, 내게 못해줬던 것들을 그 애에게 해주곤 했는데, 걔는 때론 너무 당황해하고 어이없어하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