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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열 Apr 29. 2024

초등학교 동창과 장래희망을 교환했다.

초등학교 동창을 만났다.

우리 둘이 친해서 만났다기보단, 부모님끼리 친해서.


영재는 항공대학교를 나와서 파일럿이 되었고, 범진이는 재수를 해서 서울대 의대를 입학했으나, 휴학중이라고 했다.

초등학생땐 영어 시간에 1년에 한 번 전교생 앞에서 영어 발표날이 있었다.

초등학교 4학년이었던 우리는 장래희망에 대해 발표를 했었고, 나는 범진이와 파일럿이라는 똑같은 장래희망을 가졌다는 지점에서 같은 조로 묶였었다.



지금은 별 것 아니지만 당시엔 파일럿이라는 직업은 판사라는 직업과 더불어

대통령, 가수, 과학자, 의사 보다 마이너했던 직업이었다.

다른 조원들은 5,6명씩 한 조가 되어 준비할 동안 우리 조는 2명이었던지라, 의상을 준비할 때도, 대사 수정을 할 때도 촉박했으며, 발표 당일 카메라 여백도 심했고, 꽤 눈에 띄었었다.


우리를 지도했던 영어 선생님들도 종종 5,6학년이 된 나를 마주치실 때마다 당시 발표 대사였던

“범진이는 어렸을 때부터 잠자리가 되고 싶어했대요. 해열이는 어렸을 때부터 새가 되고 싶어했대요.“를 흉내내셨다.


그런데 그 아이는 한국 최고의 대학교에서 의대를 다니고 있고

나도 늦은 나이에 의대에 가겠다고 수능을 치겠다는 이 꼬라지가 영 묘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게다가

원래대로라면 영재가 의사가 되고 싶어했는데 이 아이가 파일럿이 되어 왔다.

한창 어색했는데 우린 그 별 것 아닌 접점으로 서로 정확하게 바뀌어서 온 게 묘하다고 킬킬거렸다.


처음에 영재와 범진이와 약속이 잡혔다고 모친에게 들었을 때, 나는 영재가 의대를 갔을 줄 철썩같이 믿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할아버지가 과거 대통령 주치의셨다고 했고, 그의 부친도 이비인후과를 꽤 크게 한다고 들었어서.

그러나 반대로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외국으로 떠났고 곧 이스라엘로 취업이 되었다고 했으니, 우리 중에 소득이 제일 높다고 또 낄낄거렸다.


사람의 앞일은 늘 모르는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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