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아이들은 정말이지 친절했다.
그들에겐 그저 일반 사람 대하듯이 평소대로 행동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내게는 아니었다.
내가 살아왔던 세상에는 감정 교류가 전혀 되지 않고
‘힘들어? 죽으면 안힘들어도 되는데.’ 라는 대답으로 겉돌게만 되는 모친이 있고
내가 하는 ‘힘들다’라는 세 글자 자체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고
너의 고의적인 행위에 상처를 받아서 내가 마음이 상했다는 말에 ‘그래서 누가 상처 받으래?’ 라고 말하는 사람들과 있었다.
사람들은 내게 힘들다며 도움을 요청해올 때마다 나는 늘 치유하려 했는데
정작 그들은 내게 어떤 도움도 되지 않았다.
학원에서 몇 마디를 주고받은 아이들은 정말이지 친절했다.
몰라서 묻는 말에 적극적으로 대답을 해준다거나
카드를 미처 못가져왔을 때 초면인 내게 기꺼이 커피값을 대신 내준다거나
쉬는 시간에 배부되는 교재에 대해서 듣지 못했을 때 먼저 말을 걸어서 설명하고 알려주는 이도 있었다.
나는 마치 이런 세상에서 사람을 처음 보는 생물체마냥 적응하지 못했다.
내가 살던 세상은
교재 쪽수를 물어봤을 때 모른다고 하거나
그녀가 펴놓은 쪽수를 보며 ‘몇 페이지네요’ 하고 피면 그마저도 팔꿈치로 가리며 ’정확하지 않아요;‘ 라고 대답하는 사람이 있었고
고의적으로 정보 전달을 내쪽으로는 차단해버리는 곳에서 살고 있었다.
상대방이 내게 실수를 저질러서 미안하단 말을 해야하는 상황에서 사과는 당연히 받지 못하고 (나 또한 나를 지켜내지 못했지만)
유독 그 넓은 강의실에서 내가 앉은 주변 자리는
동기들과 섞여앉고 싶어도 그들은 자리를 옮겨 앉아서라도 비어있는 날이 많았다.
교수들도 그런 나를 이상하게 여기거나 무시하거나
나로 인해 강의실이 좁아진다고 싫어했고, 무례하게 대하거나 인사를 무시하고 받아주지 않거나 강압적으로 대하는 사람도 몇몇 있었다.
나는 나를 지켜내지도 못한채 방어기제만 과도하게 발달한 이 시점에 와서
그저 무미건조하게 인사를 하는데도 짝꿍이나 선생님들은 정말 밝은 얼굴로 맞아준다. 그저 ‘안녕’, ‘안녕하세요’ 이 한 마디 한건데.
친하지는 않지만 조금은 얼굴이 익었을 때 ‘식사는 하셨어요?’ 라고 먼저 물어봐주면 물어봐줘서 고맙다며 상대방이 웃는 얼굴을 나는 태어나서 처음 봤다.
마치 내가 그들에게 어떤 도움이라도 된 것처럼.
첫 날은 당황했고 두 번째 날은 어색했다. 세 번째 날은 조금 울었다. 내가 너무 비참해서.
이곳은 내가 처음 보는 세상이었다.
그런 그들은 여유가 있었고 순수했다.
그들에게 당연한 것들은 내게 당연하지 않았고
그 단순한 대답이나 비언어적 요소들이 내게는 크게 부딪혔다.
내가 나쁜 사람이라서 사람들이 피해다니는 줄 알았는데. 이곳은 마치 안전지대, 비무장지대 같았다.
그들은 내가 어색해보이지 않은가
그들은 내가 사람인척 흉내를 내는게 티가 안나나
그들의 눈에 나는 피난민처럼 보이지는 않는 걸까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내가 이따위 고민을 삭막하기 그지없는 재수학원에서 하고 있는게 불쌍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