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멍육아 2편
그렇지만 마음 내키는 대로 모든 일을 할 수는 없었다.
현실적인 고민을 거치지 않은 입양은 오히려 마루에게 더 큰 상처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보호소 입양 요건에 ‘신혼부부 및 출산 예정 부부’는 어렵다고 써있는 것을 보면 아이가 생긴 후 강아지나 고양이가 버려지는 일이 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도 출산과 육아를 핑계로 강아지를 유기하는 일은 뉴스에서도 빈번히 접할 수 있다.
고려할 요소를 정리하고 여러 자료들을 꼼꼼하게 살펴 결정하기로 했다.
1번, 아이가 있어도 매일 산책시킬 수 있을까?
2번, 털 날림에 대해서 육아 시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
3번, 멍멍이 육아와 사람 육아를 동시에 하는 비용은 부담할 수 있을까?
4번, 아이가 알레르기가 생기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주말부부인 나에게 1번은 어려운 미션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갑자기 친정부모님과의 합가가 결정되었고, 만루 산책 또한 내가 못 갈 때 흔쾌히 나가주시기로 했다. 강아지 입양을 반대하실 줄 알았는데, ‘성인의 선택을 뭐라 할 이유는 없지’라고 말해주는 아버지에게 큰 감동을 받았다. 대신 주양육자는 내가 되기로 했다. 부모님의 도움을 당연시 여기지 않을 각오를 하면 1번은 해결될 일이 되었다.
2번은 생각보다 길게 고민해야 하는 점이었다. 마루는 털 날림이 심한 편이다. 한 번 안고 나면 옷 전체에 털이 묻고, 바닥 돌돌이는 달고 살아야 할 지경이었다. 각종 유튜브와 검색을 거친 결과 마루의 털을 안 빠지게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판단하였고, 육아 용품으로 이를 해결해보고자 하였다. 다행히 세상은 빠르게 발전했고 트립트랩이라는 하이체어, 이동이 편한 아이 침대, 실내에도 활용 가능한 유모차를 구매하면 털과 아이가 분리될 수 있다는 희망이 보였다. 아직 이는 실제로 시행해보지 않았으므로 나중에 시행 결과를 또 따로 작성하기로 한다.
3번, 이 문제는 남편과 상의가 필요했다. 물론 1, 2번도 남편과 상의를 거치긴 했지만 3번은 더 현실적인 문제였기 때문이다. 강아지 병원비는 비인간적인 금액으로 유명하다. 물론 의사선생님들은 추가로 보험금을 받는 것이 없기에 부족하게 느끼실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개인이 감당하기에 평범한 금액이 아닌 것은 맞다. 중성화, 예방접종만 해도 거의 100만원 돈이니... 마루는 7kg의 암컷이었기에 검색을 통하여 마루가 걸릴 수 있는 병들과 시기를 예상해 보기로 했다. 유방 관련한 것이나, 이빨과 관련된 것, 심장 등을 자세히 살펴보았고 마루는 1살이었기에 아직 우리에게는 저축의 기회가 남아있다고 판단했다. 마루를 데려오게 되면 5~6년 동안 천 만원의 적금을 만들어 부담으로 느껴질 병원비를 충당하고자 했다. (물론 목표치고 조금 줄어들 수도 있다.)
4번 문제는 지금도 풀리지 않았고 아직 아이가 세상에 나오지 않았기에 긴장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아이는 우리의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나지만 알레르기는 사람마다, 환경마다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고 한다. 복불복과 같은 영역인 것이다. 무작정 하늘에 맡길 수는 없었기에 대안을 만들어 두기로 했다. 일단 돌까지는 아이가 강아지 털에 노출되는 시간, 면적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공간을 최대한 분리하여 쓰도록 하고, 좀 더 부지런하게 털 청소를 하기로 했다. 심각하게 나타나지 않으면 노출 시간과 면적을 늘려 적응하는 과정을 살펴볼 것이다. 만약 알레르기가 심각하게 나타나면 일단 남편 근무지 쪽의 집에 데려가 돌보는 형식으로 거리를 유지하도록 하고 방법을 찾아볼 것이다.
이런 고민들을 거친 후, 1~4번에 대한 나름의 답을 찾았기에 마루와 가족이 되기로 했다.
마루의 이름은 ‘만루’로 변경하기로 했다. 9회말 2아웃의 역전 만루 홈런과 같이 만루의 인생이 완전 180도 바뀌길 바랐기 때문이다. 마루는 만루가 되어 나와 남편의 첫 반려견이 되었고 만루의 세상은 2020년 7월부터 완전히 뒤바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