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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DA Jul 15. 2020

물욕이 빛나는 밤에

0714_회사작당

유달리 새로 사고픈 게 많은 한 주였다. 3년 가까이 쓰고 있는 휴대폰도 새로 바꾸고 싶었고, 낡아 해진 옷들도 새 것으로 갈아치우고 싶었다. 아직 선크림이 한참이나 남았는데 동일 브랜드에서 새로운 상품이 나왔다기에 엄마에게 선물할 겸 내 것도 새로 살까 고민했다. 모두 다 마음만 먹으면 살 능력이 충분해 보였고, 왜 미루고 있는지 의아할 정도로 나는 의욕 만만이었다.


하지만 아직 가장 애타게 열망하던 물건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작년부터였을까 내 가슴 한 켠에 자리 잡은 이후로 언제쯤이면 마련할 수 있을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면 게 있다. 그건 바로 오디오, 그것도 오디오 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하고 싶었다. 그냥 오디오가 아니라 오디오 ‘시스템’이라고 부르는 것은 단일 품목을 구매해서는 끝날 일이 아니라는 뜻을 함축하고 있다. 그리고 나는 오디오 시스템 중 그나마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게 플레이어뿐이었다. 음악 파일을 돌릴 수 있는 노트북이나 휴대폰이야 있었으니까.


제대로 LP 턴테이블을 사든지, CD 플레이어라도 장만하지 그러냐 하는 비아냥의 소리가 은은하게 들려온다. 하지만 그 단계는 아직 입문하기 전이라서, 미리 알아두고 싶지는 않다. 게임의 공략을 엔딩 파트까지 미리 다 읽어버리면 머리만 아프고 재미는 없는 것처럼 고급 단계를 미리 다 익혀두고 싶지는 않다. 더욱이 CD야 리핑해서 듣고, LP판은 가지고 있지도 않으니 내게는 노트북이면 충분하다.


그럼 이제 다음으로 장만해야 할 것은 앰프와 스피커다. 그렇지만 아무리 물욕 충만하다 해도 앰프와 스피커를 각각 마련할 만큼 담대하지는 못하다. 게다가 앰프와 스피커는 각기 아주 방대한 세계를 구성하고 있어서 이 조합, 저 조합, 이 상품, 저 상품 따지다 보면 질릴 것이 뻔했다. 하여 이번에는(다음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앰프가 내장된 스피커를 구매해서 적절히 오디오를 마련해나가는 즐거움을 누리는 게 훨씬 낫지 않을까. 생각이 여기까지 이르고야 말았다. 이제 스피커를 사지 않을 이유가 없어졌다.


이 원대한 계획을 친구들에게 고백한 것이 지난 일요일 오후 무렵이었고, 이 모델 저 모델 찾아보면서 후보를 추리기는 했으나 여전히 내 맘 속에 남은 죄의식이 결단을 미루게 했다. “잘 활용할지도 모르는데 음악 하나 듣자고 10만 원 훌쩍 넘게 쓰자고? 그 정도면 밥값이 얼만데 정신 차려라.” 양심의 목소리를 이겨내지 못하고 물욕을 잠재우고자 잠시 검색을 멈추었다. 대신 집안일도 하고 평일을 준비하며 일요일 저녁과 밤이 저물어가던 그때였다.


“넌 좀 닥쳐.”


마음의 소리가 용맹하게 윤리니 양심이니 하는 것들을 제패하고 다시 불쑥 솟아올랐다. 자정이 가까워지는 무렵이었지만 효율은 더욱 상승하고 머리는 더욱 팽팽 돌아가고 최종 후보를 선정하는 일은 순식간에 이뤄졌다. 마지막 결단만 남겼을 때의 창밖의 풍경이란 내게 어서 행복의 길로 접어들라고 반짝이고 있었다. 히야, 요새는 세상이 좋아서 결제에도 큰 품이 들지 않는다. 굳이 카드를 꺼내 카드번호를 입력할 필요도 없다. 그냥 QR코드 한 번 찰칵이면 결제 끝, 간단간단.


물욕이 빛나는 밤에, 왜 진작 사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상쾌한 바람이 불어왔다. 그 상쾌함 그대로 안고 약 36시간을 보내니 점심 무렵에 도로롱하고 문자가 도착했다.


‘XX택배입니다. 물건을 문 앞에 놓았습니다. 꼭 찾아가시길 바랍니다.’


지금 당장 너무나도 집에 가고 싶다.

아참 선크림도, 옷도 얼른 만나고 싶다. 너무너무 보고 싶다, 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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