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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환상적인튀김요리 Mar 05. 2023

특이한 과자를 파는 가게

마흔일곱 번째 책 <이상한 과자 가게 전천당>


제가 지금 함께 하고 있는 우리 반은 고작 일곱입니다. 고작 일곱의 아이들, 책 읽기에 진심인 선생님이 있는 반이면 아이들이 독서를 즐겁게, 자발적으로 할 것 같지만 아쉽게도 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여전히 책 읽기를 기어코 시키겠다는 선생님과 아이들이 대치중이죠. 그런데 어느 날, 약속이나 한 듯이 일곱의 아이들이 쉬는 시간, 같은 책을 읽고 있는 장면을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그 장면이 바로 묘하게 생긴 흰머리의 아주머니가 떡 하니 자리 잡은 <이상한 과자 가게 전천당>과의 첫 만남이었습니다. 전 냉큼 그 책을 빌려 읽기 시작했습니다. 보통, 아이들에게 아이들마다의 성격이나 관심 등을 고려해서 책을 추천해 주는 편인데 이번엔 제가 아이들의 추천을 받아 읽게 된 것이죠. 아이들의 선택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기 마련이니까요.


시리즈로 제작된 <이상한 과자 가게 전천당>은 아이들의 쉬는 시간을 홀릴 만큼 재밌고 신비로운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후미진 곳에 위한 수상한 가게, 전천당은 흔한 과자 가게에서 파는 것과 비슷하게 생긴 것들을 팔긴 하지만 내용물은 전혀 다른 과자 가게입니다. 과자 이름도 색다른데, '고양이 눈깔사탕', '뼈 사랑 칼슘 캔디', '전투 캐러멜', '소풍 도시락' 등 특별한 과자들이 진열되어 있죠. 이곳은 아무나 올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행운을 바라는 사람이 찾아낼 수 있는 마법의 과자 가게이지요. 전천당의 주인 베니코는 손님의 소원을 듣고 소원을 이뤄줄 수 있는 과자를 추천해 줍니다.


얼마 전에 읽었던 <달러구트 꿈 백화점>이 떠오르는 책입니다. 신비롭고 환상적인 이야기이지만 또, 우리의 삶과 아주 가까운 사건들이 전천당을 중심으로 전개되죠. 이야기는 옴니버스의 형태로 진행됩니다. 각각의 에피소드마다 손님이 달라지고 전천당의 베니코는 그에 따른 적절한 과자를 처방(?)하죠. 그리고 과자로 인해 벌어지는 일들을 재밌고 신비롭게 다루고 있습니다. 사실, 어쩌면 진부한 설정이기도 합니다. 후미진 곳에 위치한 상상 속의 과자 가게라니. 그런데 또, 그 진부한 설정에 항상 넘어가는 게 매력인 것 같은 책이죠.


오늘 글에서는 시리즈 1편 속 하나의 에피소드만 소개하겠습니다. 노리유키는 실력 없는 미용사입니다. 자신의 처지에 좌절하는 한편, 자신은 언젠가 유명한 미용사가 되고 싶다는 욕심을 가지고 있죠. 전천당을 찾은 노리유키에게 베니코는 '카리스마 봉봉'을 팝니다. 잠든 카리스마를 깨워 존재감을 폭발시키는 효과의 과자입니다. 노리유키는 과자의 힘으로 비로소 유명한 미용사가 됩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카리스마 봉봉'의 효과가 언제 떨어질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죠. 그러던 어느 날, 노리유키의 미용실로 베니코가 찾아옵니다. 노리유키는 미용실에 찾아온 베니코를 반기지만, 정작 베니코는 노리유키를 찾아온 것이 아니라 미용실 직원 미스즈를 찾아왔다고 합니다. 베니코는 미스즈와 몇 마디 대화를 나누더니 수상한 과자 하나를 주죠.


노리유키는 미스즈가 받아 든 과자가 '카리스마 봉봉'이라고 확신합니다. 그리곤 미스즈의 손에서 과자를 가로채 꿀꺽 삼키죠. 그러나 노리유키가 먹은 건 '실력 봉봉'이었습니다. 노력과 실력에 견주어 평가를 받게 해주는 과자죠. '카리스마 봉봉'과는 정반대의 효과를 가진 과자입니다. 순간, 노리유키의 모든 것들이 물거품처럼 사라집니다. 어쩌면, 노리유키에게 전해진 행운을 가로챈 건 스스로의 선택과 욕심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상한 과자 가게 전천당>은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책의 매력에 폭 빠지게 할 수 있는 마중물 같은 책입니다.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책을 고른 이유가 있는 책이죠. 저도 2편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순식간에 읽었습니다. 이 책은 에피소드마다 생각할 거리들이 있어 책을 신중하게 읽고 이야기를 나누기에도 충분히 좋은 책이지만, 글책 읽기를 유난히 싫어하는 아이들에게 넌지시 추천하면 더 효과가 있을 책이라는 생각입니다. 글밥이 적지 않아 글책으로 넘어가야 하는데 아직, 그림책이나 자연도감 등에 빠져 있는 아이들에게도 적절한 처방이 되지 싶습니다. 어쩌면, 그런 아이들에게 찾아온 행운의 '과자' 같은 책이 될 수도 있겠네요.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단순히 과자에 얽힌 이야기들 뿐만 아니라 새로운 이야기들이 차곡차곡 쌓여가는 책이기도 합니다. 저도 아직은 2편까지 밖에 읽어보지 못했지만, 다음의 이야기가 궁금해 두근거리는 마음을 잡고 시리즈를 끝까지 읽어볼 참입니다.


"불행은 행복으로, 행복은 불행으로. 전천당은 손님을 고른다. 손님이 행복해지면 전천당의 승. 불행해지면 전천당의 패. 내일은 어떤 손님이 전천당을 찾아와 줄까?" 노래하듯이 중얼거리면서 베니코는 부엌에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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